<단독> 이목희 의원에게 급여 상납한 보좌진 또 있다

'결정적 증거 공개' 급여 상납 비서관 직격 토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당사자인 A비서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가 입을 열기까진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해당 사건이 터진 이후 많은 기자들이 A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그는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을 통해 다시 나서봤자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일요시사>는 사건이 터진 이후 꾸준하게 그를 설득했고 드디어 A비서관으로부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구)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당사자인 A비서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 취임 직후인 6월부터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A비서관에게 그해 10월까지 매월 급여 중에서 100만원씩을 반납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비서관의 경력 등을 감안하면 원래는 6급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5급으로 채용하는 대신 급여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반납 받은 급여는 지역사무소 직원 채용에 쓰겠다고 했다.

이상한 현금 고집
“문제없다?”

당시 A비서관이 급여 차액을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하자 이 의원 측은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A비서관이 어려운 의원실 사정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말 문제가 없는 돈이라면 왜 굳이 현금으로 반납 받기를 고집했던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A비서관은 자신이 반납한 돈이 지역사무소 직원 채용에 쓰인다는 말을 믿고 다섯 달 동안 총 500만원을 납부했지만 지역 사무소에 직원이 채용되지 않자 문제를 제기하고 돈을 내지 않았다. 얼마 후 A비서관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 의원실에서 해고됐다.


이 의원 측은 선관위 조사 과정에서 A비서관이 반납한 돈을 인턴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말 A비서관이 반납한 돈을 인턴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한 것이라면 왜 A비서관이 항의할 때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 의원은 “급여 반납은 A비서관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이후 많은 기자들이 A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A비서관은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을 통해 다시 나서봤자 어차피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실제로 A비서관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014년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서울시선관위는 무혐의 처분에 해당하는 ‘자체종결’로 처리했다.

새로운 증거 나올 때마다 달라지는 해명
조사했던 선관위는 ‘모르쇠’…부실수사?

새해 벽두부터 이 같은 언론보도로 이 의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셌지만 더민주는 이 의원에 대해 어떤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 의원은 여전히 더민주에서 주요 당직인 정책위의장도 맡고 있다. 이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며 더민주가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지키겠다’며 만든 당 ‘을지로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A비서관이 입을 열기까진 오랜 설득이 필요했다. <일요시사>는 사건이 터진 이후 꾸준하게 그를 설득했고 드디어 A비서관으로부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는 <일요시사>가 한 제보자를 통해 확보한 A비서관과 B보좌진의 메신저 대화내용이다. 해당 메신저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이목희 의원실에서 급여를 반납한 보좌진이 더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A비서관은 지난 2012년 10월 자신이 급여를 반납해도 지역사무소 직원이 충원되지 않자 메신저를 통해 동료인 B보좌진에게 혹시 급여를 반납하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B보좌진은 ‘자신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며 ‘자신은 반납한 급여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 받는 이목희 의원실의 행태가 이상했는지 ‘여기(이목희 의원실) 직원들은 다 그런 것이냐’며 되묻기도 한다. B보좌진이 ‘C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하는 내용도 나온다.

‘을’ 지킨다더니
오히려 갑질?

메신저 내용을 보면 당시 이목희 의원실에서 A비서관 외에 다른 보좌진들도 급여를 반납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가능해진다. B보좌진은 급여를 반납하는 것에 대해 ‘어차피 예전 방(의원실)보단 조금 더 많이 받는 것이니 괜찮다’며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면 방(의원실)을 옮길 때도 경력에 반영되니 감수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B보좌진 역시 A비서관처럼 경력보다 높은 급수 비서관으로 채용된 후 급여 차액을 반납한 것 아니냐는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메신저 내용에 대해 B보좌진은 “나는 급여를 반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B보좌진은 여전히 이목희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B보좌진은 “A비서관이 먼저 그런 질문을 하길래 만약 다른 직원들은 다 급여를 반납하고 있는데 나만 안하고 있다고 말을 하면 이상할까 봐 그렇게 대답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면 방(의원실)을 옮길 때도 경력에 반영되니 감수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며 “선관위에서 이미 해당 메신저 내용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선관위에서는 모두 무혐의 처리한 사항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도 “A비서관이 유도 질문을 했기 때문에 그런 답변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도 질문에 의한 답변이라면 메신저의 내용처럼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자세히 답변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묻지 않았는데…
유도 질문?

<일요시사>는 이 의원 측 주장을 확인해보기 위해 B보좌진의 당시 급여통장 내역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A비서관은 매달 급여를 받은 후 1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이 의원실 N보좌관에게 직접 가져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했다면 비록 현금으로 급여를 반납했다고 하더라도 매달 같은 시기 같은 금액을 인출한 기록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B보좌진의 급여 통장에서 그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 급여 반납이 없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이미 선관위에서도 급여 통장 내역을 조사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급여 통장 내역은 개인 사생활에 해당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를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A비서관 외에 B보좌진도 급여를 반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 측이 그동안 해온 모든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우선 이 의원 측은 A비서관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상식적으로 한 의원실에서 비서관이 2명이나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A비서관에게 급여 반납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N보좌관은 “먼저 급여 반납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이라며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A비서관과 내가 누구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급여 반납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결백 주장하며 급여통장 공개는 거부
설득 끝에 해당 비서관 단독 인터뷰


또 이 의원 측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A비서관으로부터 반납 받은 돈을 인턴 2명과 운전기사의 급여로 지급했다 하더라도 B보좌진으로부터 반납 받은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인 것인지 전혀 소명이 되지 않는다.

이 의원은 본인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끝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메신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A비서관과 B보좌진 모두 자신의 경력보다 높은 직급에 임용된 후 차액을 반납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좌진을 임용하는 모든 권한은 해당 의원실의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다. 이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해당 비서관들을 자신의 경력보다 높은 직급에 임용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의원이 급여 반납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면 A비서관이 급여 반납을 거부한 후 약 3개월 후 갑자기 해고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A비서관은 이 의원실에서 해고되면서 해고 이유도 듣지 못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후 열린 더민주 원내대책회의에서 “A비서관이 직원들과 문제가 많았고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고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A비서관 측은 “이 의원 측 주장대로라면 어려운 직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급여까지 반납하는 직원이 다른 직원들과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해고
괘씸죄 때문?


게다가 A비서관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의원실 내에서 A비서관과 B보좌진 외에도 1∼2명의 보좌진이 더 급여를 반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여 반납은 개별적으로 이뤄졌고 보좌진들끼리도 서로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없다.

선관위가 해당 보좌진들의 급여 통장을 모두 전수 조사했다면 손쉽게 밝혀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선관위가 이에 대한 조사를 했었는지도 현재 알 수 없다. 이번 사건을 조사했던 서울시선관위 측은 “당시 조사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다”며 “당시 급여 통장을 조사하긴 했지만 급여 통장에서 같은 기간 같은 금액의 현금이 빠져나갔던 흔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려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과연 보좌진 급여 반납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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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