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의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법

“골퍼라고 골프만 할 수 없죠”

매 대회 50㎝ 퍼팅에도 긴장과 집중을 해야 하고 비와 강풍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홀을 공략해야 하는 프로골퍼들이 필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톱골퍼들은 필드 밖에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기만의 취미를 갖고 있다. 단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어떤 골퍼들은 취미 하나도 골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선택하고, 또 다른 골퍼들은 골프를 완전히 잊기 위한 취미를 만들어 힐링을 한다.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여가생활 만끽
연주, 블럭 맞추기, 여행 등 각양각색

휴식·집중력 향상 ‘일석이조’
학업에 열중하는 골퍼도 상당수

최근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CME 랭킹 1위로 받은 보너스 상금 100만달러로 멋진 탁구대를 사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골프 외의 취미로 ‘탁구’를 택한 나름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부상 위험이 작고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요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란다. 또 어디서든 하기 쉬운 이점도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바로 ‘손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다.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해소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 씨는 “리디아가 섬세한 터치감을 키우기 위해 탁구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어프로치 샷을 좀 더 섬세하게 하고 싶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많은 톱골퍼들이 취미를 골프 실력을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 리디아 고가 탁구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처럼 그린 밖 여자 골퍼들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통해 여가를 즐기며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20·하이트진로)도 여가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전인지의 원래 취미는 나노블록 맞추기. 손톱보다 작은 블록을 맞춰 하나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가끔은 무념무상 상태인 ‘제로 영역’에 들어가기까지 할 정도로 집중한다. 골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딱 좋은 취미이면서 동시에 집중력과 섬세한 손 감각까지도 키울 수 있다.
전인지는 최근 ‘드론’에 취미를 붙였다. 사실 드론은 하늘을 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고도의 손 감각과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필요하다.
최나연(28)은 쉬는 시간 주로 TV시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가 빠짐없이 챙겨보는 프로그램들은 <K팝스타>나 <슈퍼스타K>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은퇴 후 후배를 가르치는 꿈을 키우고 있다. 어려서부터 골프선수로 활동한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최나연의 꿈이다. 그는 현재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에 재학 중이다.
올해 LPGA 신인왕을 거머쥔 김세영(22·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요리 프로그램 시청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윤경(24·SBI)도 학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해 2월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지만 프로골퍼와 병행이 쉽지 않은 탓에 잠시 미뤘다. 허윤경은 선수 생활의 경험을 녹여 스포츠심리학 전문가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골프의 ‘리듬’을 키우기 위해 음악이나 악기를 다루는 선수들도 있다.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의 취미는 바이올린 연주다. 유소연은 중학교 2학년에 진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금도 유소연은 골프연습 이외 시간에 종종 바이올린을 켠다. 지난해 8월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랑하는 내 바이올린아, 네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단다. 음악이 정말 좋다”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서 유소연은 바이올린을 얼굴에 맞대고 있다. 그는 피아노와 플루트 연주에도 능숙하다. 지난해 12월에는 플루트를 연주하던 8살 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미녀골퍼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의 취미는 활동적인 것들이 많다. 그는“여행, 헬스, 스키, 보드, 테니스, 수영, 자전거타기 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트레이닝 접목
집중력 향상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4·파리게이츠)의 취미생활은 역시나 패션에 관련된 것들이다. 그는 자신이 입을 의상을 직접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양수진은 지난해 8월 메인스폰서인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와 함께 제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옷의 디자인은 물론 컬러와 소재까지 양수진이 직접 결정했다. 제품은 총 12가지 모델로 티셔츠와 니트, 큐롯 팬츠 등 풀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그는 이 옷을 제작하기까지 10개월간 공을 들였다. 골프채를 내려놓게 되면 패션디자이너로 전향할 계획이 있는 만큼 취미 수준을 넘어 특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정교한 퍼팅을 하는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얼마 전부터 피아노 치는 재미에 빠지면서 리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해외선수들 중에서도 ‘트레이닝’과 취미를 동시에 하는 선수들도 있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비시즌 취미는 로드 사이클이다. 페테르센은 시즌이 끝나면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에서 로드 사이클을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고 강철 같은 하체를 단련시킨다.

이색 취미
이중생활

‘넘버3’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바다에서 취미생활을 한다. 시즌이 끝나면 루이스는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가 서핑을 즐긴다. 불규칙한 파도를 타야 하는 서핑은 신체의 균형 감각을 키우면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2011년 L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서희경은 투어 생활 당시 플로리다 집 인근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며 스트레스 해소와 하체 단련을 동시에 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취미생활을 골프와 연관시키는 것은 아니다. 더 강한 집중을 위해 아예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많다. 리디아 고도 시즌 중에는 탁구를 선택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한 달가량 아예 골프채를 잡지 않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몰아서 한다. 공부나 맛집 탐방 등 하고 싶은 일들을 꼼꼼하게 계획한 뒤 일명 ‘몰아치기’를 한다. 미셸 위도 시즌이 끝나면 철저하게 골프를 끊는다. 서핑, 하이킹, 요가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프로 스포츠 관람도 종종 한다.
남자 프로골퍼들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다양하다. 이색 취미생활을 즐기는 프로골퍼들이 많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는 당구마니아다. 하루 11시간 동안 당구를 친 적도 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본다. 2012년 KPGA 대상 수상자 이상희(22·호반건설)는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허인회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마니아다. 영암이나 안산 등 트랙에서 스피드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자동차를 워낙 좋아해 한 때는 5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 등 자동차를 5대까지 보유한 적이 있고, 오토바이도 2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 처분하고 1대만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사업(수입차 중개)을 병행하면서 이중생활을 한다.
프로골퍼들 중에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형성(32·현대자동차)은 축구선수 출신이다. 고교시절까지 축구선수를 지낸 덕분에 정경호, 박지성 등과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홍란과 서희경은 수영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모두 초등학교 때 3~4년 수영을 배웠다.
최경주(44·SK텔레콤)가 중학교 때까지 역도 선수를 했다는 건 웬만큼 잘 알려진 사실. 박세리 역시 초등학교 시절엔 육상선수를 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허들과 투포환을 했다. 골프선수에게 필요한 튼튼한 하체의 비결이다.

‘팔망미인’
만능 스포츠맨

눈에 띄는 건 여자골퍼들 중 유난히 태권도 유단자가 많다는 점이다. 김세영(21·미래에셋)은 공인 3단이다. 태권도장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이민영(22)은 유단자 실력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배웠다. 친구인 김세영과 이민영은 엉뚱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겨루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라는 말을 하다가 실제 대결까지 벌였다. 도복에 호구를 착용하고 대련을 해본 적이 있다. 김현지(26)도 태권도 공인 3단이고, 문경준(33)은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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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아군 ‘물밑 콜라보’

적의 적은 아군 ‘물밑 콜라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을 연이어 몰아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대응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 같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이정부를 든든하게 돕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이란 집단의 존재를 끌어올렸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면,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해 소액주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재명식 몰아치기 하지만 여야는 다시 신경전을 다시 이을 예정이다. 국회는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 동안 16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아울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임 내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도 몰아쳐 처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폐지하고 그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등이 나눠 갖고,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해 통제를 맡긴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각각 여야의 수장이었을 당시 서로에게 강성으로 유명했다. 재임 중 소수 여당 배경을 벗어나지 못했던 윤 전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에 거부권 행사로 대응했다. 실제로 그는 임기 2년6개월여 동안 거부권을 25회나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 대상 법안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자신과 가족의 신상 관련 법안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자, 야권에선 지난해 9월 거부권 행사 범위를 제한하는 특별법까지 발의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는 보수 진영에서 ‘줄 탄핵’이라고 비난할 만큼 많은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발의했던 탄핵소추는 총 22건이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서 당선돼 취임한 지난달 3일까지 발의했던 내역은 9건이었다. 이 중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 현재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외에 실제로 넘겨진 탄핵 심판 10건 모두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탄핵소추권 남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의 위헌·위법성을 숙고하지 않은 채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단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국힘 쇄신 막는 진짜 실세 그룹? 태풍 몰아치는데 끝까지 버틴다 또 이 대통령의 대표 재임 당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대통령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전액 삭감해 0원으로 처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이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던 민주당은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을 단독 처리했고,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의 특활비를 절반씩 되살렸다. 국민의힘 송원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대국민 사과도 없이 특활비를 부활시켰다”고 성토했다. 이어 원내 지도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야당 대표 재임 당시 강경 대응엔 검찰을 앞세운 윤 전 대통령의 이 대통령을 향한 공격도 한몫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에 대한 사법 공세는 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대표 취임 4일 후 검찰의 소환장을 받았고, 그로부터 1주가 지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2023년 2월과 9월엔 각각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통령은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영장 실질심사까지 받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민주당에서 이 대통령 체포에 찬성했던 이탈표는 최소 29표로 예상돼 큰 파문이 있었다. 이 대통령으로선 “윤석열정부가 나를 구속하기 위해 민주당 내부 계파 갈등까지 이용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일명 ‘줄 탄핵’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 이전에 탄핵소추가 가결됐던 사람은 지난 2023년 2월 탄핵 소추됐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밖에 없다. 지난 2023년 9월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몰아치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 몰아치기는 김민석 총리 인사청문회 정국 당시 홀로 김 총리와 관련된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했던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 대해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20일 “주 의원 부친 주대경 전 검사는 공안 사건을 조작했던 전력이 있다”며 “주 전 검사는 지난 1986년 민주교육 쟁취 투쟁위원회를 이적단체라고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 의원이 급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은 32년째 B형 간염 치료 중이라는데, 술을 즐긴다”며 “병역은 면제받았으면서, 검사 임용에도 문제없고, 술도 즐기는 효자 바이러스”라고 비난했다. 무뎌진 칼날 사라진 야당 아울러 주 의원의 재산에 대해서도 “검사 17년·변호사 2년 반·윤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 1년 반 동안 재산 70억원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도 “주 의원 아들이 예금 7억원 이상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원 아빠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느냐”고 비판했다. 국회 공보에 게재된 주 의원과 가족 명의 재산은 약 70억원이고, 주 의원 아들은 지난 2022년 기준 예금 7억80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국민의힘은 주 의원을 거의 도와주지 못했고, 주 의원도 당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았는지, 민주당의 공세에 홀로 대응했다. 민주당의 주 의원 공격은 ‘메신저 공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따라서 주 의원 홀로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야당이 사라졌다”는 일각의 자조가 있었다. 김 총리에 대한 인사 검증과 반격은 주 의원 홀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해석하기 어렵다. “야당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민주당도 이에 자신 있게 파고들어 주 의원에 대한 공세를 당 차원에서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패배 이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가 선거를 지휘했던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 국민의힘의 내부 결함은 윤 전 대통령이 ‘고분고분한 여당 대표’를 원해 수시로 당 대표들을 몰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견고한 구조로 자리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총장이었고,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가 주도해 대선후보로 옹립한 외부인이었다.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내면서 친한(친 한동훈)계라는 계보를 형성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원래는 외부인이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는 오랜 경력을 가진 내부인이지만, 탈당 후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아울러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강성 보수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친윤계에 의해 사실상 급히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비대위 산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8일 임명 8분 만에 사퇴했다. 사퇴한 이유 중 하나는 인적 청산 시도가 가로 막힌 것이었다. 안 의원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강제로 교체하려고 했던 원흉으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 전 원내대표를 지목해, 이들을 청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친윤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다. 안 의원은 이 과정을 밝히면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후 다음 달 19일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당을 내분에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했고, 권 전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이 혁신의 대상이고, 분열의 언어로 혼란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갑자기 드러난 국민의힘 내 숨겨진 핵심 그룹은 ‘언더 찐윤’이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쌍권을 몰아낸 후 송 비대위원장과 영남권 초·재선급 의원들을 정리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강하게 밀착했던 영남권 초재선급 의원 그룹을 일컬어 ‘언더 찐윤’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실체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처음 언급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5일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친윤 성향 의원은 약 60명”이라며 “이 중 이름이 알려진 의원들이 아닌 ‘언더 찐윤’도 20~30명”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들에 대해 “이들은 나서는 걸 싫어하고, 각 지역구에서 왕으로 행세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 노출되는 의원들은 언더 찐윤의 도구로 활용된다”며 “윤 전 대통령도 언더 찐윤의 도구였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일요시사>와의 만났을 당시엔 이들에게 ‘기득권 카르텔’이란 이름을 붙여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의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엔 여전히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완전한 영향력을 행사·지배할 수 있는 친윤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시절 친한계 소속이었던 김 의원과 사이가 좋을 수 없는 친한계 관계자들도 김 의원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언더 찐윤은 당연히 실재한다”며 “마음에 안 드는 지도부에 대해선 당헌·당규를 토대로 무너트리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둘째 줄부터 셋째 줄까지 앉은 의원들까지 언더 찐윤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송영훈 전 대변인도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그룹이 있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 신지호 전 의원도 지난 9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 출연해 “언더 찐윤에도 몇몇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출연한 김 전 원내대표는 “권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전면에 나선 친윤계 의원은 안티가 많다”며 “그들 대신 실질적으로 친윤계를 움직이는 세력의 중심엔 몇몇 선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언더 찐윤을 일컬어 “직접 만나보면, 나쁘거나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라며 “영혼이 없는 식민지 관료형”이라고 비판했다. ‘언더 찐윤’의 정체를 처음 거론한 김 의원은 지난 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저에게 연락해 언더 찐윤 때문에 당이 혁신을 못 한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더 찐윤 의원들의 특성을 다시 정리해 제시했다. 이어지는 강 대 강 충돌 대통령 진짜 믿는 구석? 김 의원에 따르면, 언더 찐윤 의원들은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당권을 잡아 지역구 공천을 받은 후 의원직과 이권을 유지하는 것에 집착한다. 그러면서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당직에 올라 책임지는 것을 싫어한다. 지역구 행사에만 열심히 다니고, 발의할 법안 구성은 공무원을 호출해 맡긴다. 공통의 이해관계 때문에 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중요해서 공천에 관해선 똘똘 뭉친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의힘의 연이은 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 지역을 탄탄하게 지켰으니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 수도권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누군지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의 텃밭을 지역구로 둔 의원 ▲의정 활동보단 지역구에서의 접촉에 더 집착하는 의원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의원 등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특징들을 조합해서 확인되지 않은 언더 찐윤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언더 찐윤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힘의 혁신을 방해하면서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 정국에서 사실상 야당은 2개밖에 없다. 의원 3석 규모의 개혁신당은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서 정국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 107석 규모의 국민의힘이 침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거칠 것이 없다. 여기에 이 대통령 특유의 몰아치는 정국 운영 방식까지 가미되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독주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치와 헌법은 촘촘한 상호 견제로 구성된다. 따라서 야당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친한계 소속인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과 송 전 대변인·박상수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친한계 모임 ‘언더73 일동’ 명의로 “언더 찐윤은 혁신위 출범 같은 꼼수로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며 “변화와 쇄신의 과정에선 인적 청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너지는 상호 견제 그러면서 ▲전 당원투표로 당론 결정 ▲시·도당 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시·도당 위원장 선출 ▲당원소환제 대상을 모든 당직으로 확대 ▲원내대표 선출에 전 당원투표 결과 반영 등 언더 찐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개혁안을 주장했다. 김 의원이 언급하기 시작하고, 안 의원이 하늘 위로 쏘아 올린 대포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사라지면, 제일 아쉬워할 사람들은 이정부와 민주당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