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전쟁 서막' 시험대 오른 재벌 3세들 막전막후

잘 차려진 밥상에 금수저 얹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올해 재벌 3세들은 면세점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 한화, 신세계, 두산 등 4개 그룹의 재벌 3세(두산은 4세)들은 일제히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 군으로 분류되는 면세사업에 ‘내 새끼’를 투입해 이른바 자녀들 공적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은 최근 몇 년동안 지속되온 기조다.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시장규모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빠른 성장
비중 확대

지난해는 사상 첫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두배 가까이 매출이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1516명을 기록했다.

전년 1217만5550보다 16.6%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0년(879만7658명)에 비해서는 61% 확대됐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6865명으로 전년 432만6869명보다 41.6% 늘었다. 요우커가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1%에 달한다.

면세점에 대한 전망도 밝다. 중국인 관광객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권을 소지한 국민은 전체의 6%에 불과해 향후 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관세청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업 2곳(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과 중소기업 1곳(하나투어) 등 총 3곳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허가했다. 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을 사업권을 두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에게 넘겨 면세시장을 재편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따낸 이들 기업들은 면세사업을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사업경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은 면세사업에 오너 3세를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면세점 사업장의 오너일가 3세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간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경영능력이 한 눈에 비교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쳤다.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63’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과장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기자간담회서 김 과장은 한화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면세점 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김 과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간 셈이다. 1989년 생인 김 과장은 김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막내다. 미국 태프트 스쿨을 졸업하고 다트머스대학교로 진학해 지리학을 전공했다.

“고속성장’ 전망 밝은 황금알 낳는 거위
오너 아들·딸 경영능력 시험무대 주목

그는 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승마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리우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부분에 출전한다.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시 국내 승마 마장마술 선수 중 유일하게 가장 수준 높은 국제승마대회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파이널 등 3개 대회를 모두 출전한 선수가 된다.

김 과장은 지난 2014년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이 짧아 이번 면세점 사업은 그에게 경영 능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김 과장은 언론의 관심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면세사업 참여와 관련해 “당장 저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일단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후계구도 관련해서는 아직 저희 삼형제가 다 어리고 아버님도 젊으셔서 그런 걸 논할 단계가 아니고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이 이번 면세점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향후 김 과장의 경영 성과에 따라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을 시작으로 국내 공항·시내 면세점 추가 출점 및 해외 진출을 성사시켜 회사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간담회에 김 과장과 함께 참석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최소한 2017년 중반까지는 내부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 시내 또는 공항, 해외 면세점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화그룹의 중추계열사로 일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범삼성가 3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도 면세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정 사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로 범삼성가 3세다. 정 사장은 지난 12월초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백화점부문은 정 사장이 이마트 사업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이 맡는 모양새다. 정 사장에게 신세계그룹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는 서울 면세점 사업의 성과가 중요하다.

면세사업 부문에 향후 5년간 530억원을 투자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는 본점 신관의 절반 규모인 7개 층을 면세점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백화점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2위 도약을 위해서 면세점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상당히 중요하다. 정 사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적이 없다.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그룹내에서 입지를 다져온 정 사장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양한 활동으로 그룹내 존재감을 높였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사업 실패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2012년 색조화장품 ‘비디비치’를 인수해 100억원 가량의 투자를 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다만 정 사장이 패션 분야에 대해 잔뼈가 굵어 면세사업을 잘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경영수업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받기 시작했다. 200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3대 주주로 지분 2.52%를 갖고 있으며 조선호텔과 신세계인터내셔널 업무를 맡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경영에 힘을 보탰다.

좋은 기회
다른 입장

또 다른 범 삼성가의 3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새롭게 면세점 사업을 벌였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은 올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신규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HDC신라면세점이란 이름으로 지난 12월 말, 용인에 문을 열었다.

이 사장의 경우 다른 3세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경영능력면에서는 검증이 끝난 상황. 이 사장은 올해 6년째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대신해 ‘리틀 이건희’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그는 호텔신라의 성장세를 이끌며 사장 취임 이후 4배 가량 시총을 늘려 범삼성가 내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시장에서도 이 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번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 역시 그의 경영감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당초 이미 면세사업을 하고 있는 호텔신라가 신규면세사업권 심사에서 사업권을 획득할 것으로 확신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산업과 손을 잡고 협업을 강조하면서 면세점사업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사장은 HDC신라면세점 사업 외에도 해외 면세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4년 10월 중국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기내 면세 사업자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디패스(DFASS)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면세사업부에서 차지하는 해외 면세점 매출 비중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1970년 생으로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직을 맡으며 호텔신라와 인연을 맺었다. 2010년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현재까지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쉬운 사업이란 평가
맡은 역할은 제각각

최근 경영난으로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두산그룹에게는 체질 변화를 위해 면세점사업이 중요한 시점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중공업 중심의 B2B 기업에서 소비재의 사업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들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룹의 외형은 1996년 매출 4조원대에서 2008년 23조원대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주력 계열사의 부진으로 중공업 중심의 기업경영에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사업은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이자 소비재 사업 영역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두산그룹에게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중책에 오너일가 4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는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박 부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승직 창업주의 증손자다.


박 부사장은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를 겸하면서 내년 봄 동대문 두산타워에 개장할 면세점 사업에 참여한다. 박 부사장은 두타 쇼핑몰, 면세사업 등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면세사업과 관련된 유통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 12월1일 박 부사장이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됐다”며 “향후 동현수 사장을 보좌, 면세 사업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주로 광고부분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번 경영 참여로 승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두산그룹은 3세 경영을 지나 4세 경영 체제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그룹 3세 맏형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 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회사의 중역으로 안착했다.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 차남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도 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따라서 박 부사장은 면세사업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목표 외에도 그룹 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난한 사업
“공적 쌓기”

한편, 재벌 3세 경영인들이 면세사업에 몰리는 것을 두고 단순히 치적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른 사업군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면세사업부문에 오너일가를 투입해 경력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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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