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전쟁 서막' 시험대 오른 재벌 3세들 막전막후

잘 차려진 밥상에 금수저 얹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올해 재벌 3세들은 면세점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 한화, 신세계, 두산 등 4개 그룹의 재벌 3세(두산은 4세)들은 일제히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 군으로 분류되는 면세사업에 ‘내 새끼’를 투입해 이른바 자녀들 공적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면세점 사업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은 최근 몇 년동안 지속되온 기조다.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시장규모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빠른 성장
비중 확대

지난해는 사상 첫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5년간 두배 가까이 매출이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1516명을 기록했다.

전년 1217만5550보다 16.6% 증가한 규모다. 5년 전인 2010년(879만7658명)에 비해서는 61% 확대됐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6865명으로 전년 432만6869명보다 41.6% 늘었다. 요우커가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3.1%에 달한다.

면세점에 대한 전망도 밝다. 중국인 관광객이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해외여행을 희망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권을 소지한 국민은 전체의 6%에 불과해 향후 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관세청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기업 2곳(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과 중소기업 1곳(하나투어) 등 총 3곳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허가했다. 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을 사업권을 두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에게 넘겨 면세시장을 재편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따낸 이들 기업들은 면세사업을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해 사업경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은 면세사업에 오너 3세를 참여시켰다는 점이다. 면세점 사업장의 오너일가 3세들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간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경영능력이 한 눈에 비교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이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쳤다.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63’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과장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기자간담회서 김 과장은 한화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면세점 사업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김 과장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간 셈이다. 1989년 생인 김 과장은 김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막내다. 미국 태프트 스쿨을 졸업하고 다트머스대학교로 진학해 지리학을 전공했다.

“고속성장’ 전망 밝은 황금알 낳는 거위
오너 아들·딸 경영능력 시험무대 주목

그는 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승마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리우올림픽 승마 마장마술 부분에 출전한다. 이번 리우올림픽 출전시 국내 승마 마장마술 선수 중 유일하게 가장 수준 높은 국제승마대회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파이널 등 3개 대회를 모두 출전한 선수가 된다.

김 과장은 지난 2014년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이 짧아 이번 면세점 사업은 그에게 경영 능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김 과장은 언론의 관심을 경계했다.


그는 이번 면세사업 참여와 관련해 “당장 저의 역할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일단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후계구도 관련해서는 아직 저희 삼형제가 다 어리고 아버님도 젊으셔서 그런 걸 논할 단계가 아니고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이 이번 면세점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에 향후 김 과장의 경영 성과에 따라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을 시작으로 국내 공항·시내 면세점 추가 출점 및 해외 진출을 성사시켜 회사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간담회에 김 과장과 함께 참석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는 “최소한 2017년 중반까지는 내부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 시내 또는 공항, 해외 면세점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화그룹의 중추계열사로 일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도 성과”라고 말했다.
 

범삼성가 3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사장도 면세사업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정 사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로 범삼성가 3세다. 정 사장은 지난 12월초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백화점부문은 정 사장이 이마트 사업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이 맡는 모양새다. 정 사장에게 신세계그룹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는 서울 면세점 사업의 성과가 중요하다.

면세사업 부문에 향후 5년간 530억원을 투자해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세계는 본점 신관의 절반 규모인 7개 층을 면세점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면세점을 중심으로 백화점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2위 도약을 위해서 면세점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상당히 중요하다. 정 사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과 같은 큰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적이 없다.

패션부문을 중심으로 그룹내에서 입지를 다져온 정 사장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양한 활동으로 그룹내 존재감을 높였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사업 실패가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2012년 색조화장품 ‘비디비치’를 인수해 100억원 가량의 투자를 했지만 실적 부진으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다만 정 사장이 패션 분야에 대해 잔뼈가 굵어 면세사업을 잘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경영수업은 1996년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로 입사하면서 받기 시작했다. 2009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3대 주주로 지분 2.52%를 갖고 있으며 조선호텔과 신세계인터내셔널 업무를 맡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로 자리를 옮겨 경영에 힘을 보탰다.

좋은 기회
다른 입장

또 다른 범 삼성가의 3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새롭게 면세점 사업을 벌였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은 올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신규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HDC신라면세점이란 이름으로 지난 12월 말, 용인에 문을 열었다.

이 사장의 경우 다른 3세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경영능력면에서는 검증이 끝난 상황. 이 사장은 올해 6년째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대신해 ‘리틀 이건희’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그는 호텔신라의 성장세를 이끌며 사장 취임 이후 4배 가량 시총을 늘려 범삼성가 내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시장에서도 이 사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번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 역시 그의 경영감각을 드러냈다는 평이다. 당초 이미 면세사업을 하고 있는 호텔신라가 신규면세사업권 심사에서 사업권을 획득할 것으로 확신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산업과 손을 잡고 협업을 강조하면서 면세점사업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사장은 HDC신라면세점 사업 외에도 해외 면세사업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2014년 10월 중국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따내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기내 면세 사업자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디패스(DFASS)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에 따라 면세사업부에서 차지하는 해외 면세점 매출 비중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1970년 생으로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직을 맡으며 호텔신라와 인연을 맺었다. 2010년에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현재까지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쉬운 사업이란 평가
맡은 역할은 제각각

최근 경영난으로 대규모 인원 구조조정을 단행한 두산그룹에게는 체질 변화를 위해 면세점사업이 중요한 시점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중공업 중심의 B2B 기업에서 소비재의 사업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들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전환했다. 그룹의 외형은 1996년 매출 4조원대에서 2008년 23조원대로 6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주력 계열사의 부진으로 중공업 중심의 기업경영에 한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사업은 두산그룹의 신성장동력이자 소비재 사업 영역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두산그룹에게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중책에 오너일가 4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을 낙점했다. 그는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박 부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승직 창업주의 증손자다.


박 부사장은 오리콤 부사장과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를 겸하면서 내년 봄 동대문 두산타워에 개장할 면세점 사업에 참여한다. 박 부사장은 두타 쇼핑몰, 면세사업 등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면세사업과 관련된 유통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 12월1일 박 부사장이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로 임명됐다”며 “향후 동현수 사장을 보좌, 면세 사업과 관련된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주로 광고부분에서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번 경영 참여로 승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두산그룹은 3세 경영을 지나 4세 경영 체제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이다. 현재 그룹 3세 맏형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 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이 회사의 중역으로 안착했다.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 박진원 전 두산 산업차량BG 사장· 차남 박석원 두산엔진 상무,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등도 계열사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따라서 박 부사장은 면세사업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 목표 외에도 그룹 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성공적으로 면세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난한 사업
“공적 쌓기”

한편, 재벌 3세 경영인들이 면세사업에 몰리는 것을 두고 단순히 치적 쌓기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른 사업군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면세사업부문에 오너일가를 투입해 경력을 화려하게 꾸미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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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