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뛰어놀’ 초등학생 자살, 왜?

11살이…사지로 내몰리는 아이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 나이 11살.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늘어만 가는 초등학생 자살사건. 성적 위주의 교육체계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와 과한 경쟁력은 이제 초등학생들마저 자살의 대열에 밀어넣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A(11)양이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이를 자살로 추정했다. A양의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반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지방에 있었던 어머니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친척에게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상황이었다.

잇달아 비보

이후 친척이 숨져 있는 A양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이며, A양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황 상 A양이 아파트 복도에서 투신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A양 어머니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B군이 목을 매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원은 B군에게서 골절이나 외부 타박상, 저항 흔적 등이 없는 것으로 봐서 자살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결과를 통보했다.

B군이 지난 11월5일 학원 수업을 마친 뒤 근처 편의점에서 친구와 간식을 먹고 자전거로 강북구 번동의 한 주택가 골목으로 이동한 것이 CCTV에 찍혔다. B군의 아버지는 전날 오전 8시쯤 집 근처 골목에서 통신사 케이블선에 목이 매여 숨져 있는 아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군과 연락이 되지 않자 지난 11월5일 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보단 전인 10월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C(13)군이 ‘PC방에 다니지 말라’는 부모의 꾸중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C군은 빌딩옥상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만에 숨을 거뒀다.

C군은 1주일 전에 아버지에게 PC방에 다닌다고 혼이 났고 이날도 추락하기 1시간 전에 PC방에서 놀다가 어머니에게 들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에 C군이 혼자 승강기를 타고 옥상까지 올라가는 것이 찍힌 것과 옥상 화단에서 발견한 C군의 발자국을 토대로 자살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정서불안 증세인 ‘틱’ 장애가 있는 C군은 이날 PC방에 있다 들켜 부모에게 혼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16개 시·도 초중고 학생 630여 명이 자살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초등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심리테스트를 펼친 결과 10명 중 3명꼴로 한 번쯤 자살을 고심한 적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됐다. 이같이 최근들어 자살 연령대가 낮아진데다 초등학생들의 자살이 급증하면서 아동 자살예방교육과 이를 대처할 프로그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심리 전문가들은 아동자살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아동학대가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또 근래 아이들이 성장이 빨라져 외모, 친구, 성적 등에 대한 고민 등이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알려졌다.

5학년 여학생 투신…가정불화 원인?
고민 많은 아동들 극단적 선택 늘어

맞벌이 가정, 이혼율 급증도 소아청소년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이혼율도 높아지면서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아이가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고, 부모도 아이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해 조기개입 기회를 놓쳐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중 초등학교 5, 6학년부터 특목고 입시준비에 들어가는데 이로 인해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며 “겉으로는 학업에 열중하는 것 같지만 자존감과 자신감이 결여된 아이들도 많아 학업스트레스 등이 지속되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자신을 괴롭힌 대상에 대한 복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도 문제다. 자살을 선택한 소아청소년 중에는 유서에 자신을 힘들게 한 대상을 적시해 이들이 자신의 죽음과 관련 민·형사적 처벌을 받길 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언론에서 청소년 자살을 크게 다루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를 부각시켜 상대방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려는 심리도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올린 사진과 글이 논란이 됐다. 이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에는 ‘절대 자살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세간의 빈축을 샀다.

학부모 D씨는 “학교가 무슨 생각으로 1학년생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단어와 내용이 포함된 안내문을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D씨는 또 “학부모로서 어린 자녀에게 도저히 보여줄 수 없는 안내문이다”며 “이게 우리나라의 인성과 생명교육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공개한 서약서 4가지의 실천조항에는 8살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자해, 자살, 술, 담배, 약물 등의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동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서를 통해 아이들의 자살행위를 막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생명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아동단체 관계자는 “이제 막 학교라는 조직에 발 담근 아이들에게 자살이란 엄청난 단어를 알려주기 보다는 고민이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히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이는 안전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며 “담배나 술이란 개념도 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 없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이러한 세계로의 잘못된 접근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대·성적 비관

그는 “자살의 방지를 위해 어른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서류 한 장은 아이들에게 호기심만을 키워낼 뿐”이라며 “서류적인 자료에 집착하지 않고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원인들을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교육프로그램 구성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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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