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50)남효열·음영복 아이베넥스 대표

짝퉁기름 4000만리터에 세금폭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50화는 843억3400만원을 체납한 아이베넥스의 대표 남효열씨와 음영복씨다.

아이베넥스라는 회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프리플라이트라는 회사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이들은 '가짜 석유'를 판매했던 업체로 법인 체납액 기준 4위와 2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먼저 프리플라이트는 2002년부터 교통세 등 31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1239억500만원이다. 아이베넥스는 2004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41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국세는 788억3000만원이다.

수백억 체납

아이베넥스 전 대표인 최모씨는 2003년부터 교통세 등 1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은 최씨를 상대로 53억6500만원을 과세했다. 아이베넥스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법인) 명단에도 포함돼 있다. 2004년 7월부터 주민세 등 17건의 지방세를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1억3900만원이다.

법인등기부상 아이베넥스의 대표는 남효열씨로 확인된다. 하지만 검찰은 2004년 아이베넥스의 실질적인 사주가 음영복씨라고 밝혔다. 음씨는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짝퉁 기름'을 시판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음씨는 2002년 11월 경기 시흥 시화공단 내 공장에서 이른바 'LP파워'라는 유사석유제품을 생산했다. LP파워는 석유제품인 솔렌트, 화학제품인 톨루엔, 메틸알콜을 섞어 만든 가짜 석유상품이다. 혼합 비율은 솔렌트 57%, 톨루엔 34%, 메틸알콜 9%로 구성됐다. 당시 언론에선 알콜휘발유로 불렸는데 아이베넥스는 '기존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에 6대4 비율로 첨가한 뒤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아이베넥스가 설립된 시기는 2002년 8월이다. 당시 ‘대체석유시장’은 프리플라이트가 선점하고 있었다. 프리플라이트가 판매한 제품은 ‘세녹스’다. 세녹스는 솔렌트 60%, 톨루엔 30%, 메틸알콜 10% 비율로 LP파워와 구성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부 사용법 역시 휘발유와 6대4 비율로 혼합하도록 권장됐다. 프리플라이트는 후발주자인 아이베넥스가 자신들의 상품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짜 석유가 유통될 수 있던 근거는 환경부가 제공했다. 2001년 환경부는 세녹스에 대한 유해물질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합법적인 연료첨가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환경부 승인과 함께 프리플라이트는 시판 준비에 착수했다. 2002년 1월 프리플라이트는 산업자원부에 세녹스 판매와 관련한 질의를 넣었다. 같은 달 산업자원부는 "세녹스가 유사 석유에 해당한다"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프리플라이트는 같은 해 6월부터 세녹스를 판매했다. 산업자원부는 2002년 7월 프리플라이트 대표 성정숙씨를 고발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리플라이트는 시중 유통망을 확대했다.

서울시 1억3900만원 국세청 788억3000만원
연료제 LP파워 판매 과정서 적발

프리플라이트가 위기를 맞자 아이베넥스에게 기회가 왔다. 2002년 11월 LP파워 생산에 착수한 아이베넥스는 2003년 3월까지 3927만리터의 가짜 석유를 유류취급소에 공급했다. 전국 20개 대리점에서 LP파워가 판매됐다. 약 4000만리터의 기름을 현금으로 환산한 가액은 388억여원이었다. 2003년 1월 산업자원부는 아이베넥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유사 석유 논란이 확대되자 환경부는 2003년 8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연료유 부피기준 1% 이내로 첨가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라 세녹스와 LP파워는 가짜 석유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제품은 각각 생산단계부터 40% 비율로 휘발유와 섞어 사용하도록 취급됐다.

그런데 법원은 2003년 11월 1심에서 '이들 연료가 휘발유를 사칭해 판매된 것이 아니'라며 프리플라이트 대표 심씨와 아이베넥스 대표 음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음씨는 1심 판결 직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씨는 이후 재판 과정에서 "LP파워 유통에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아이베넥스가 재판 중인 2003~2004년에도 LP파워를 생산·유통했다고 설명했다. LP파워는 카센터는 물론 일반 문구점에서까지 판매됐다.

아이베넥스는 2심 판결 직전인 2004년 7월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유사 석유제품의 제조 금지가 헌법이 규정한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아이베넥스는 가짜 석유 생산이 법적으로 중단된 2003년 8월에도 환경부의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다른 사업자와의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 재산권 침해가 있었다'라며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프리플라이트 역시 같은 취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라며 2003년 9월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2월 위헌심판 대상이 된 석유사업법 26조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휘발유에 부과되는 각종 조세를 탈세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유해 가스의 배출을 억제하여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췄다"라고 판시했다. 같은 해 11월 헌법재판소는 아이베넥스가 제기(2004년 7월)한 위헌소송에 대해서도 각하 또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음씨와 성씨를 상대로 한 2심 결과도 뒤집혔다. 먼저 성씨는 2004년 8월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 취지는 세녹스가 인체 유해물질을 배출해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 어려우며 세금도 부과되지 않아 탈세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음씨 역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LP파워에 대해 "휘발유 대비 40% 비율로 혼합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석유제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제품 내 알코올 비중이 6~7%로 발암물질 배출이 예상되며, 정품휘발유가 아님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품으로 인식돼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2005년 12월 대법원은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줄줄이 구속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군 가짜 석유 논란은 아이베넥스와 프리플라이트 사주가 연달아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사 석유를 제조·공급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나이트클럽 사장 변모씨는 2004년 7~8월까지 LP파워 용기에 담은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다가 적발됐다. 가짜 석유를 흉내 낸 또 다른 가짜 석유가 나온 것이다.

현재 아이베넥스는 폐업한 까닭에 사무실이 남아 있지 않다. 아이베넥스에 부과된 수백억원의 세금은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다. '짝퉁 기름'을 만들어 이득을 챙기려던 일당은 '세금 폭탄'을 맞고 실명마저 공개되는 운명을 맞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