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SC은행 매각설 음모론

보이지 않는 세력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유독 국내시장에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이미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계 은행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남은 두 곳마저도 실적악화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SC은행 매각설이 계속 불거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은 계열사를 정리하고 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계적으로 발을 빼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효율성 강화를 위한 방편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SC은행의 입장과 달리 매각 루머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사이 외국계 은행들의 ‘무덤’으로 변한 금융시장에서 SC은행과 여타 국내 은행들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조직개편 속도

SC은행의 국내 금융시장 철수 소문이 부각되는 건 연이은 몸집 줄이기 탓이다. SC은행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심사를 거쳐 특별퇴직 임직원을 961명으로 확정했다. 이는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임직원(5300명)의 18% 수준이다.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희망퇴직 형식이었다. 퇴직 임직원은 법정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받고 이 금액은 근속기간에 따라 32∼60개월분을 받는 게 주된 골자다. 15일자로 효력을 발휘한 이번 특별퇴직은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으로 노사 협의를 거쳐 시행됐다.

SC은행의 인원 감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SC은행은 특별퇴직 형식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3년 말 45세 이상,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해 200여명을 감축했고 2011년에는 특별 명예퇴직으로 800여명을 내보냈다. 또한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던 SC그룹은 지난 6월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국내 사업 규모를 더 축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인력 감축 이외에도 몸집 줄이기 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일에는 SC은행이 공식적으로 한국SC금융지주를 흡수 합병했다. 은행이 지주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두 회사의 합병으로 SC금융지주는 해산하고 SC은행이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SC증권을 거느리는 체제로 바뀌었다.

2009년 6월 출범한 SC금융지주는 은행·캐피탈·상호저축은행 등 3개 자회사와 펀드서비스·증권 등 2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SC펀드서비스가 은행에 합병되고, 올해 초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매각됐다.

점포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SC은행의 점포수는 2011년 6월 말 382개에서 올 6월 말 259개로 5년 새 123개(32.2%) 줄었다. 영업채널 효율화를 명목으로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SC은행이 인력감축과 점포 통폐합, 계열사 매각 등 수년째 몸집 줄이기 행보를 이어가자 금융권에서는 ‘한국시장 철수설’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실적 악화가 소문을 키우는 모양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2조4000억원에서 2013년 9000억원으로 4년 만에 61% 가량 급감했다. 특히 SC은행은 올해 3분기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 17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기업 여신 부문에서 충당금 적립이 증가한 탓이다.

인력 감축에 계속되는 매각 소문
“철수 가시화” 퍼트린 진원지 파악

앞서 국내 사업을 사실상 접은 HSBC 사례도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다. 영국의 대형은행인 HSBC는 지난 2013년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고 10개 지점을 폐쇄했다. 현재 기업금융 부문만 남겨둔 상태다.


다만 SC은행은 국내시장 철수 소문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영국 본사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8월 이날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난 빌 윈터스 영국 SC그룹 회장은 SC그룹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전제한 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한국 철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C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의 몸집불리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분위기 탓이 크다. 

점포수에서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지난 8월 기준으로 각각 970개, 930개로 국민은행(1150개), 우리은행(1090개)을 뒤쫒고 있다. 추가적인 인수 합병이 이뤄지면 양적 강화의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 2012년 SC은행으로 소매금융을 노린다는 소문이 불거졌던 산업은행의 사례와 비슷하게 이번 경우도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SC은행 점포 대다수는 기존 대형은행사 점포와 지리적으로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주된 요지다.

이런 상황에서 DGB금융과 연결되는 루머가 신빙성 있다는 견해도 많다. SC은행 인수 후보로 DGB금융이 지목된 이유는 인수 여력을 갖춘 은행으로 DGB금융의 자회사인 대구은행이 꼽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BNK금융(부산·경남은행 지주사)과 JB금융(전북은행 지주사)이 각각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집어가는 동안 DGB금융의 행보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SC은행 인수 가능성에 이름을 올렸던 DGB금융도 최근 소문 진화에 나서면서 안개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SC은행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SC은행과 DGB금융 간 연결고리도 차츰 힘을 잃는 모습이다.

소문의 진상은?

증권업계 관계자는 “4조7000억원에 이르는 SC은행을 대구은행이 가져가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며 “압도적인 규모의 선두권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쉽게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좌이동제, 그 이후…

은행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인터넷에서 한 번에 변경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지난 10월30일 시행된 이래 첫 한 달 동안 주거래은행 변경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과 은행 간 경쟁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이다.

금융결제원이 발표한 계좌이동서비스 시행 첫 달 이용현황에 따르면 자동이체 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인 페이인포에 총 48만5000명이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자동이체 변경이나 해지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13만5000건의 자동이체가 변경됐고 14만5000건이 해지됐다. 하루 평균 5000건이 변경되고 4000건이 해지된 셈이다. 계좌이동제를 도입하며 ‘800조원 머니무브’ 등의 전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내년 2월부터 전국 은행지점 및 각 은행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동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납부뿐만 아니라 적금이나 펀드, 납입금, 월세 등 자동송금에 대해서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은행 경쟁은 초기 워밍업 단계”라며 “향후 은행 간 명암이 갈리는 추이가 몇 달간 지속되면 이탈하는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