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SC은행 매각설 음모론

보이지 않는 세력이 움직인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유독 국내시장에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이미 한국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외국계 은행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남은 두 곳마저도 실적악화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SC은행 매각설이 계속 불거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은 계열사를 정리하고 퇴직 신청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 단계적으로 발을 빼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효율성 강화를 위한 방편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SC은행의 입장과 달리 매각 루머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사이 외국계 은행들의 ‘무덤’으로 변한 금융시장에서 SC은행과 여타 국내 은행들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조직개편 속도

SC은행의 국내 금융시장 철수 소문이 부각되는 건 연이은 몸집 줄이기 탓이다. SC은행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심사를 거쳐 특별퇴직 임직원을 961명으로 확정했다. 이는 9월 말 기준으로 전체 임직원(5300명)의 18% 수준이다.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희망퇴직 형식이었다. 퇴직 임직원은 법정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을 추가로 받고 이 금액은 근속기간에 따라 32∼60개월분을 받는 게 주된 골자다. 15일자로 효력을 발휘한 이번 특별퇴직은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으로 노사 협의를 거쳐 시행됐다.

SC은행의 인원 감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SC은행은 특별퇴직 형식으로 인력 감축을 진행해 왔다. 지난 2013년 말 45세 이상,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해 200여명을 감축했고 2011년에는 특별 명예퇴직으로 800여명을 내보냈다. 또한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던 SC그룹은 지난 6월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국내 사업 규모를 더 축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인력 감축 이외에도 몸집 줄이기 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일에는 SC은행이 공식적으로 한국SC금융지주를 흡수 합병했다. 은행이 지주회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두 회사의 합병으로 SC금융지주는 해산하고 SC은행이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SC증권을 거느리는 체제로 바뀌었다.

2009년 6월 출범한 SC금융지주는 은행·캐피탈·상호저축은행 등 3개 자회사와 펀드서비스·증권 등 2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SC펀드서비스가 은행에 합병되고, 올해 초 저축은행과 캐피탈은 매각됐다.

점포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SC은행의 점포수는 2011년 6월 말 382개에서 올 6월 말 259개로 5년 새 123개(32.2%) 줄었다. 영업채널 효율화를 명목으로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다.
 

SC은행이 인력감축과 점포 통폐합, 계열사 매각 등 수년째 몸집 줄이기 행보를 이어가자 금융권에서는 ‘한국시장 철수설’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실적 악화가 소문을 키우는 모양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2조4000억원에서 2013년 9000억원으로 4년 만에 61% 가량 급감했다. 특히 SC은행은 올해 3분기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 17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기업 여신 부문에서 충당금 적립이 증가한 탓이다.

인력 감축에 계속되는 매각 소문
“철수 가시화” 퍼트린 진원지 파악

앞서 국내 사업을 사실상 접은 HSBC 사례도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다. 영국의 대형은행인 HSBC는 지난 2013년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고 10개 지점을 폐쇄했다. 현재 기업금융 부문만 남겨둔 상태다.


다만 SC은행은 국내시장 철수 소문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영국 본사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8월 이날 진웅섭 금감원장을 만난 빌 윈터스 영국 SC그룹 회장은 SC그룹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전제한 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한국 철수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힌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C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의 몸집불리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분위기 탓이 크다. 

점포수에서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지난 8월 기준으로 각각 970개, 930개로 국민은행(1150개), 우리은행(1090개)을 뒤쫒고 있다. 추가적인 인수 합병이 이뤄지면 양적 강화의 시너지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 2012년 SC은행으로 소매금융을 노린다는 소문이 불거졌던 산업은행의 사례와 비슷하게 이번 경우도 대다수 금융 전문가들은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SC은행 점포 대다수는 기존 대형은행사 점포와 지리적으로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주된 요지다.

이런 상황에서 DGB금융과 연결되는 루머가 신빙성 있다는 견해도 많다. SC은행 인수 후보로 DGB금융이 지목된 이유는 인수 여력을 갖춘 은행으로 DGB금융의 자회사인 대구은행이 꼽혔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BNK금융(부산·경남은행 지주사)과 JB금융(전북은행 지주사)이 각각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집어가는 동안 DGB금융의 행보는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나 SC은행 인수 가능성에 이름을 올렸던 DGB금융도 최근 소문 진화에 나서면서 안개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SC은행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SC은행과 DGB금융 간 연결고리도 차츰 힘을 잃는 모습이다.

소문의 진상은?

증권업계 관계자는 “4조7000억원에 이르는 SC은행을 대구은행이 가져가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며 “압도적인 규모의 선두권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쉽게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좌이동제, 그 이후…

은행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인터넷에서 한 번에 변경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지난 10월30일 시행된 이래 첫 한 달 동안 주거래은행 변경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과 은행 간 경쟁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이다.

금융결제원이 발표한 계좌이동서비스 시행 첫 달 이용현황에 따르면 자동이체 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인 페이인포에 총 48만5000명이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자동이체 변경이나 해지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13만5000건의 자동이체가 변경됐고 14만5000건이 해지됐다. 하루 평균 5000건이 변경되고 4000건이 해지된 셈이다. 계좌이동제를 도입하며 ‘800조원 머니무브’ 등의 전망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내년 2월부터 전국 은행지점 및 각 은행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동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납부뿐만 아니라 적금이나 펀드, 납입금, 월세 등 자동송금에 대해서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은행 경쟁은 초기 워밍업 단계”라며 “향후 은행 간 명암이 갈리는 추이가 몇 달간 지속되면 이탈하는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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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