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전직 비서관인 박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월급 가운데 120만원을 13개월에 걸쳐 상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월급을 내놓으라고 강압한 적이 없고 사실이 왜곡되거나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해명이 나오는 순간 또 다른 전직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 역시 “8개월 동안 월급 가운데 120만원씩을 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돈에 대해선 “박 의원이 몰랐고 자진해서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던 새누리당이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박 의원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지만 수시로 불거지는 새누리당의 급여 착취 행태와 그에 대한 당의 대처를 살피면 의외의 반응이 아닐 수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령 박 의원 전 비서진들의 발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김무성 대표가 있는 새누리당이 박 의원을 단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발생한다. 지난 시절 필자와 한나라당에서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 때문이다.
시간은 지난 2004년 3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3월말에 한나라당을 사직한 필자는 일찍이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확실한 변신을 위해 다시 서울 소재 모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을 걷던 중이었다.
그 과정에 나와 동 시기에 퇴직한 전 직장 동료로부터 소식을 접했다. 내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하여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정산해본 결과 근 4000여만원이란, 내게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받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한나라당에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을 돌려 달라 요구했다. 그런데 정말 기가 막힌 반응이 돌아왔다. 법에 명시된 퇴직금 지급 소멸 시효인 3년이 지났기 때문에 못주겠다고.
한동안 멍한 상태에 빠졌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중앙당사를 처분하여 그야말로 ‘돈 잔치’하던 때였고, 내 젊은 시절 짧지 않은 기간이 묻어 있는 또 수권을 자부하던 정당에서 법 조항을 빌미로 퇴직금을 떼어 먹겠다니.
결국 같은 처지에 있던 전 동료와 함께 소송을 진행했다. 비록 퇴직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통장에 입금되었던 연말 정산금이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일이 소송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어 변호사의 도움으로 재판이 진행되었고, 1심에서 내게 3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때 정말로 퇴직금을 돌려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한나라당이 1심 결과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는 소식이었다.
이후 항소심에서 한나라당 변호인단의 적극적 대응으로 1심 결과가 뒤집히며 패소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도 고등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근 2년여에 걸쳐 이루어진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당시도 그랬었지만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정치의 영역에서 어떻게 알량한 법 조항을 빌미로 근로자의 퇴직금을 떼어먹을 수 있는지 말이다. 또한 당연히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명백한 불법행위가 법에 의해 적법으로 둔갑되는 일 역시 이해불가다.
여하튼 당시 그 일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던 한 사람은 일찌감치 국회의장을 역임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현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 차기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이름만 바뀐 새누리당이, 한 가난한 소설가의 피 같은 급여를 가차 없이 떼어먹은 몸통이 소속 의원의 급여 착취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흡사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또 그러니 대한민국 정치가 개판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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