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수안보만 봉이냐!

신혼 초에 일이다. 평상시는 직장에 매달리느라 짬을 내지 못하다 여름과 겨울에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휴가를 맞이하면 어김없이 아내와 여행을 떠났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아내와 지도 한 장 들고, 배낭을 메고 전국의 고적지를 돌아다녔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차를 몰고 갔을 터이지만 당시 자가용을 구비하고 있지 못한 관계로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현지에서는 여하한 일이 아니라면 주로 발품을 팔며 물어물어 다니고는 했다.

지금으로 살피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당시는 한창 때였고 또 둘만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기쁨으로 어려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아니 여행이 지속되자 오히려 그 재미에 빠져들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이제 나이 60을 목전에 둔 아내의 제안으로 다시 지난 시간 속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외향으로는 지난 시간 속이라 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자 함이다.

하여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지난 시절과는 달리 아내와 번갈아 핸들을 잡고 길에 오른다. 그 외에는 지난 시절과 동일하다. 그 흔한 ‘내비게이션’ 없이 역시 지도만 지니고 현지를 찾아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인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아내가 제안을 해왔다. 우리가 가장 먼저 여행지로 선택했었던 충주를 찾아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자고. 아내가 충주를 거론하자 오래전 여름 휴가 중에 중앙탑을 찾으면서 일어났던 해프닝이 떠올랐다.


충주에 도착해 중원 고구려비를 찾아보고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중앙탑의 위치를 물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중앙탑의 소재는 물론이고 그 존재 자체도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고 기어코 한 사람으로부터 중앙탑의 위치를 전해 들었다. “저쪽으로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탑이 나올 것”이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아내와 그 뜨거운 여름에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20분이 아니라 근 2시간을 걷고 나자 허허벌판에 외롭게 서 있는 중앙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중앙탑에 이르러 아내와 흘러내리는 땀을 번갈아 닦아주며 “세상에 정말 믿을 인간 없네”라며 한바탕 웃었던 경험이 있다.

여하튼 그 일을 떠올리며 충주에 들어 천등산 삼탄역, 충주호 등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다 불현듯 전에 가보지 못했던 탄금대가 떠올랐다. 즉각 차를 세우고 아내와 의기투합해 충주로 들어서면서 구한 관광 안내지도를 살피고 차를 몰아갔다.

막상 안내지도를 살피고 차를 몰아갔지만 이미 어둠이 완전히 깔린 저녁 시간에, 또 근 30년만에 찾은 충주가 생소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지도 살피는 일을 멈추고 이정표에 의지해 찾기로 결론 내렸다.

충주 시내를 돌다 한순간 ‘탄금대’란 이정표를 발견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쾌재를 부르며 이정표가 일러주는 방향으로 차를 몰아갔다. 그러기를 잠시 후 황당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다음 사거리에 또 그 다음에도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 ‘탄금대’란 이정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 그대로 욕지기를 하며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순찰 중인 경찰관들로부터 과분할 정도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찾아갈 수 있었다.


탄금대에 도착하자 시간은 어느덧 밤 10시에 이르렀고 어두운 그곳을 잠시 둘러보다 다시 거리로 나섰다. 순간 충주 시내를 돌다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눈에 띄었던 ‘수안보’란 이정표가 시선에 들어왔고, 막 육두문자를 내뱉으려는 순간 아내가 한마디 한다. “수안보는 돈이 되잖아.”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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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