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 특히 야 3당은 상시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이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거부권이 행사되자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도대체 정당 정치를 하겠다는 인간들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정말 속된 말로 X만 가득 들어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현재 유지되고 있는 청문회에 대한 야당의 대처 방식이다. 거두절미하고 지난번 실시되었던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의 청문회 당시를 떠올려보자. 당시 황 총리 후보의 병역 면제 사유가 문제로 불거졌었다.
그와 관련해 필자는 당시 황 총리 후보와 같은 시기에 신체검사를 받았던 입장에서 황 총리 후보가 주장하는 신체검사 과정, 그리고 병역 면제 사유에 대해 <일요시사>를 통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리고 말미에 기술했었다. ‘도대체 황 총리 후보는 어느 시절에 신체검사를 받았느냐’고.
완전히 시대와 동떨어진 소리로 일관하는 황 총리 후보의 병역 문제를 지적하자 독자 중 일부는 “차라리 황 작가가 청문회를 실시하는 게 백번 낫겠다”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고는 했었다.
여하튼 당시 여야 간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몰라도 결국 구렁이 담 넘어가듯 황 총리 후보는 총리로 등극했고 지금도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기왕에 있는 청문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무슨 놈의 상시청문회 타령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정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획득이다. 그런데 상시청문회를 주장하는 모양을 살피면 과연 이들이 집권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나아가 차기 대선을 포기하는 듯 보인다.
일전에 언급한 바 있는 ‘작법자폐’의 문제다. 부연하면 자기가 만든 법에 자기가 죽는다는, 즉 자기가 한 일로 인하여 자기가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당시 진나라의 상앙을 예로 들었고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대하는 박근혜정권과 한치의 오차도 없다고 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당히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는 여건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야당을 위해 정말 구체적인 사안을 실례로 들어보겠다. 물론 <일요시사>를 통해 누누이 이야기한 바 있는 지방자치제와 관련해서다.
오랫동안 관속에 처박혀 있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데에는 지난 시절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씨 등의 일시적인 욕심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3김이 굳건하게 존재하는 동안에 자신들은 당시 집권당을 상대로 여하한 경우라도 권력을 장악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 때문에 지방 권력을 나누어 먹었던 게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후의 일이다. 몇 년도 흐르지 않아 김영삼씨와 김대중씨는 권력을 차지하게 되는데, 정작 불가능해보였던 권력을 잡게 되자 그들의 속내는 어땠을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만으로 대신해보자.
당시 권력을 잡은 김 전 대통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을 강력하게 배제하고자 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 실현에 대해 내색하지 못하고 땅을 치고 후회했다는 이야기다.
각설하고, 야 3당에 당부한다. 조금이라도 수권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지금만 보지 말고 앞을 내다보라고.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