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한 혁신안(당 사무총장제·최고위원제 폐지)을 두고 폐기 또는 수정 여부로 고민이 깊어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제 폐지가 혁신안이라는 점이다.
참으로 가련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명색이 혁신이라고 한다면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제 폐지를 넘어 민주선거에 역행하는, 국민이 염원하는 상향식 공천 실현을 위해 중앙당을 해체할 일이다.
각설하고, 그동안 <일요시사> 지면을 통해 정치권의 문제가 무엇인지 누누이 역설한 바 있다. 아울러 20대 국회 개원을 맞이해 결국 흐르는 물에 돌을 던지는 격이 될지 모르지만 다시 언급해보자.
먼저 정치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자. 필자가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았던 지난 1980년 후반에는 국회의원에게 5급 보좌관, 6급 비서관, 7급 비서(운전기사) 그리고 9급 여비서 각각 한명으로 모두 네 명의 보좌진이 주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당시에는 지금도 필자에게는 생소한 SNS는 고사하고 휴대전화나 인터넷도 활용할 수 없던 시대였다. 오로지 통신수단이라고는 팩스나 유선전화가 전부였던 그야말로 몸과 입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고는 했다.
그런데 작금에 상황은 어떠한가. 국회의원 한 명당 4급 두 명을 포함해 이상한 인턴까지 무려 아홉 명의 보좌진이 배정되어 두 배 이상 늘었다. 또한 인터넷을 넘어 SNS 등 통신수단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렇다고 정치에 참여하는 인간들의 질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물론 과거에도 문제 있는 인사가 일부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오히려 작금에 정치판 인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월등했었다.
시대 변화와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추이를 종합해보면 시대는 급속도로 발전했는데 반해 정치판은 철저하게 역행했음을 살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바탕에서 혁신을 위해 정치권에 제안한다.
우리 정치판에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종사하고 있는 인간들과 제도가 동떨어져 있다는, 즉 정치에 종사하는 인간들이 제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문제라면 제도를 변화시켜야 할 일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제도를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먼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면서 여하하면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로의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과도한 대접을 받음으로 인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국회의원들로부터 보좌진을 포함 일체의 특권을 박탈해야 한다.
또한 현행 선거제도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나라 선거는 너무나 빈번하다. 대통령선거, 총선, 지방선거, 교육감선거 등 선거만 살피면 매해 선거를 실시하는 형국으로 차라리 선거공화국으로 명명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동안 권력 나눠먹기의 산물이라고 누누이 주장했던 지방자치제와 교육감선거제를 폐지하고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실시해 선거 횟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간략히 언급했지만 이것이 필자가 정치권에 던지는 최소한의 혁신안이다. 그런데 필자의 입장에서, 또 다수의 국민들의 생각에는 전혀 어려울 것 없어 보이는 이 안이 정치권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