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 발생했던 홍보비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사퇴하면서 내어 놓은 그의 변이다.
그는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막스 베버가 책임 윤리를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라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 사건과정과 그의 변을 살피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일어난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그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안 전 대표의 처신 즉, 대표직 사퇴로 정치적 책임만 지는 일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다.
먼저 사태가 불거진 배경을 살펴보자. 애초에 국민의당 홍보를 맡았던 업체는 ‘브랜드앤컴퍼니’라는 업체였다. 그런데 지난 3월3일 안 전 대표가 박선숙 사무총장과 함께 브랜드호텔을 방문하여 김수민 당시 대표와 처음 만나고 3월14일 전격적으로 김 대표의 ‘브랜드호텔’로 업체를 변경한다.
그동안 관계를 유지했던 회사를 헌신짝처럼 버린 이 행위, 조금도 낯설지 않다. 지난 시절 안 전 대표가 보인 행동에서 한 치의 오차도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하겠다고 윤여준 전 장관 등과 새정치연합을 결성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손잡고 자신만의 길을 갔던 일 말이다. 이를 살피면 국민의당은 안철수당이 확실하지 않느냐 하는 감이 절로 솟구친다.
다음은 그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과거의 전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회계책임자의 선거법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한 한 의원이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65조는 자기책임의 원칙, 연좌제금지, 과잉금지원칙 등에 반한다”며 낸 헌법소원(2009헌마170)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법률조항은 후보자에게 회계책임자의 형사책임을 연대해 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객관적 사실에 따른 선거결과를 교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또한 후보자는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면서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할 의무가 있는 자로서 후보자 자신뿐만 아니라 최소한 회계책임자 등에 대해서는 선거범죄를 범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할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회계책임자와 후보자는 분리하기 어려운 운명공동체로 봐 회계책임자의 행위를 후보자의 행위로 의제함으로써 선거부정방지를 도모하고자 한 입법적 결단이 현저히 잘못됐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후보자에게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필요이상의 지나친 규제를 가해 가혹한 연대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기의 설명 중에 의미 있는 말이 실려 있다. ‘회계책임자와 후보자는 분리하기 어려운 운명공동체’라고.
이제 현실로 돌아가 보자. 지난 선거 당시 국민의당 사무총장으로서 회계책임자였던 박선숙 의원이 기어코 검찰에 출두되어 조사를 받았다. 만일에 하나 그녀가 유죄로 판명된다면 당시 대표였던 안철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무언가 이상한 생각이 일어난다. 법에는 문외한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두 개의 사안이 동일한 듯 보이는데 한 경우만 유죄 처벌이 되는 일이 과연 온당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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