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년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 안 돼!”
곁에서 TV를 시청하던 아내로부터 느닷없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저 사람 얼굴 보기 싫어서 그래.”
아내가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선을 주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거부한 문재인 대표에게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잠시 그 장면을 주시하다 그냥 웃어넘겼다.
“왜 그래. 당신도 저 사람 탐탁지 않게 생각하잖아.”
“물론 그랬었지. 그런데 내가 잘못 본 듯해.”
“무슨 소리야?”
“저 사람은 인간적으로 문제 있다기보다도 정치와는 전혀 연결 지을 수 없는 사람이야.”
안철수란 인간이 처음 정치판에 등장하면서 ‘새 정치’니 ‘큰 정치’니 하는 것들을 외쳐댔다. 정말 가소롭게 보였다.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인간이 새 정치, 큰 정치를 외쳐댔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 연유로 그냥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난 2013년 4월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내 고향,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여러 대에 걸쳐 살고 있는 노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이 제정신인가 했다. 노원이란 지역 특성상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무조건 패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인간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고 민주당 후보를 사퇴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는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로 필자는 당시 그의 행위를 공갈과 협박으로 결론 내렸었다.
그리고 안철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당과 합당과정에서 보인 그의 행동이었다.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과 기존 정치를 멀리하고 자신들만의 노선을 걷기로 굳게 약조해놓고는 한 마디 상의 없이 저 혼자 민주당과 합당을 선언하며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일전에도 이런 상황에 대해 언급했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마음 약한 사람은 대인 기피증까지 불러 오는 상황이었다. 역으로 상대가 모진 사람이었다면 안철수는 제 몸 제대로 건사하기도 힘들 터였다.
그가 보인 행동을 바라보며 참으로 기가 찼다. “뭐 저따위가 다 있어”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윤 전 장관이나 김 전 의원과는 지난 시절 짧지만 인연이 있었고 그 사람들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건, 안철수 이 인간은 본인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걸 보면서 ‘저따위’를 떠나서 ‘저것도 인간이라고!’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결론적으로 그런 시각을 지니고 있는 안철수에게 국민은 일고의 고려 대상도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지속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안철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결론 내린다. 안철수는 정치, 패거리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네 현실 정치와는 결부시키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그냥 정치권에 들어서기 전처럼 조용히 연구에 매진해야 할 사람이라고. 그 길이 그 사람과 이 나라 모두를 위해 이로운 일이라고.
지금 정치권과 언론, 특히 방송에서 안철수를 가지고 장난 치고 있다. 흡사 그가 한국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듯이 그를 부추겨 세우며 정치판의 돈키호테로 만들려하고 있다. 하여 이제 그만 그를 정치판에서 놔주고 정말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자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이자.
가끔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인간들이 자신은 어떤 분야에 전문가고 또 그래서 정치판에 들어서야한다고 강변한다. 그는 말 그대로 강변에 불과하다. 정치는 한 분야에만 정통한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라 차라리 잡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