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린 강신명 경찰청장 속사정

한상균, 충성경쟁 제물 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1급 수배자의 실질적인 죄명은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죄다. 경찰은 1계급 특진까지 내걸며 '한상균 검거'에 매진했다. 검거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 전·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누가 더 '충심'이 깊은지 경쟁했다. 충성경쟁의 제물이 된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께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조계사를 깜짝 방문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언론은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이날 구 청장은 조계사 주지인 지현스님과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을 만나고자 했다. 구 청장은 면담에서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를 요청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사 방문
충성경쟁 전조

그러나 구 청장은 이들 스님을 만나지 못했다. 두 스님 모두 면담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구 청장은 조계사에서 삼배를 올리고 준비해 온 서한을 전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은 사전 조율이 생략된 '일방적인 진입'이었다.

비공개 면담이 가능했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 소식을 흘렸다. 면담이 거부되자 구 청장은 "한상균 위원장의 도피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라며 "빠른 시일 내로 자진 퇴거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수십대의 마이크가 구 청장 앞에 몰렸고, 이곳저곳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구 청장은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구 청장의 강경발언에 여론은 들썩였다. 주목할 것은 강신명 경찰청장의 급작스런 입장 변화다. 하루 전인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 청장은 "여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중략) 제일 낮은 단계는 경찰이 조계사에 물밑작업을 하는 것이겠고, 제일 높은 단계는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조계사 진입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예컨대 1∼5단계를 계획했을 때 2단계쯤에서 해결되면 진입을 안 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런데 강 청장은 구 청장이 조계사에 방문하자 하루도 못가 입장을 바꿨다. 8일 오후 경찰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강 청장은 "9일 오후 4시까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에 나서겠다"라며 조계종을 압박했다.

'사생결단'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신병확보 과정서 구은수와 신경전

특히 이날 강 청장의 발언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 쓰는 표현인 '배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강 청장은 "12월6일까지 자진 퇴거 약속을 어기고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후 상황은 경찰의 조계사 경내 진입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중재,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로 이어졌다. 경찰 입장에서 보면 목표했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그럼에도 강 청장의 입지는 여전히 위태롭다. 11일 오전 강 청장의 거취와 관련한 풍문이 확산되는 등 경찰 안팎에서는 교체론이 대두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강 청장의 교체설과 얽힌 인물이 바로 구 청장이다. 지난 7~8월쯤 구 청장은 '강 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경찰 총수를 꿰찰 것'이란 소문에 휩싸였다. 강 청장은 이 같은 '총선 출마설'을 적극 부인했다.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드러냈다.

지난해 8월까지 구 청장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치안감)을 역임했다. 파견이 종료되자 구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에 내정됐다. 이는 박근혜정부 들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 코스를 밟았던 강 청장과 같은 이력이다.

불거진 경질설
박심은 구은수?


단 이들은 경찰 내 서로 다른 이익집단을 대변한다. 강 청장은 엘리트그룹인 경찰대 출신이며, 구 청장은 기존 기득권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이다. 때문에 강 청장과 구 청장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강 청장 측에서는 총선 출마설을 비롯한 '음해성 루머'를 퍼뜨린 배후로 '동국대 라인'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구 청장은 지난 2일 검찰 수장이 된 김수남 검찰총장처럼 청와대의 강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8일 조계사 방문도 강 청장의 지시가 아닌 다른 경로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강 청장의 발언 수위가 높아진 배경에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강 청장의 '라이벌'이자 소위 '조정정년' 대상자인 구 청장은 어떤 형태로든 연말 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정정년은 경찰청장을 제외한 만 57세 이상 경무관이 스스로 용퇴하는 경찰 조직만의 관행이다. 조정정년에 따를 경우 구 청장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옷을 벗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찌감치 강 청장의 후임으로 구 청장을 낙점했다고 한다. 차기 경찰청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보호의 책무를 진 막중한 자리다. 때문에 강 청장은 지난 6월 "조정정년 폐지를 검토하겠다"라고 한 바 있다. 자신의 임기를 보장해주면 'BH(청와대)의 뜻'에 따르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위기의 강신명
제물이 필요해

그러나 2000년부터 이어 내려온 관행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경찰 고위간부의 인사 적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구 청장의 조계사 방문은 청와대를 의식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보안수사대, 광역수사대, 정보과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본부를 설치해 지난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를 수사하기도 했다.

이를 견제하듯 강 청장은 '조계사 진입 예고'라는 초강수로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했다. 수천명의 경찰 병력은 한 위원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박심'을 붙잡기 위해 움직였다. 다시 말하면 경찰 내 충성경쟁의 불똥이 조계사로 옮아붙은 것이다. 현재 강 청장은 민주노총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며 청와대와의 교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청은 한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쌍용차지부 조합원 이모씨를 구속했다고 알렸다. 같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11일 기준 10명이다. 경찰은 관련 수사대상자가 731명에 이른다고도 밝혔다.

청와대 출신 전현직 서울청장 
인사설 맞물려 '박심' 경쟁

지난달 21일 강 청장은 사상 처음으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민주노총 본부를 겨냥한 압수수색은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강 청장은 지난 2013년 12월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재직했을 당시 경향신문 사옥 민주노총 본부에 5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철도노조 간부 검거 작전을 지휘했다. 이때 남긴 강렬한 인상이 지금의 강 청장을 있게 한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청장에 대해 "양면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말단 직원의 경조사를 기억하고, 고충을 상담하면서 '격려 문자'도 직접 보내는 등 배려가 있는 리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처럼 제거해야 할 '적'이라고 인식되면 가혹할 정도로 수사를 밀어붙인다고 덧붙였다. 농민 백남기씨에 대한 직사살수, 사고 수습 과정에서의 사과 거부는 강 청장의 양면성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19일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집회의 명분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5법' 통과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업종을 뿌리산업까지 확대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주류 언론이 만든 '폭력시위' 프레임에 갇혀 시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16일과 19일 집회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강 청장과 구 청장의 명암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 청장의 해임은 구 청장의 영전을 의미하며, 강 청장의 유임은 구 청장의 인사 발령과 연결된다. 강 청장이 유임된다면 구 청장은 공석인 청와대 경호실 차장으로 내정될 가능성이 있다.

19일이 기로
구은수 거취는?

11일 유포된 '경찰 고위간부 인사설'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석이 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구 청장의 후임으로 윤종기 인천지방경찰청장, 황성찬 경찰대학장, 이상원 경찰청 차장 등이 경합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강신명 교체설'의 연장선으로 풀이되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질서 확립을 부르짖고 있는 권력 이면에는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과 '자리싸움'이 혼재한다. 경찰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731명 외에도 시위 가담자 800명에 대한 신원확인을 진행 중이다. 최근 경찰이 한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충성경쟁의 발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당시 집회 참가자를 "아이스(IS)"라고 지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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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