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소라넷 아류사이트 대해부

‘경찰 알까’ 제2·3의 소라넷 널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소라넷. 혈기왕성한 한국남자라면 호기심에라도 한번쯤은 소라넷 사이트의 문을 두드려봤을 것이다. 최근 소라넷 폐지에 관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소라넷만을 폐지시켜도 풍선효과처럼 아류싸이트가 넘쳐날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라넷의 뒤를 이을 퇴폐사이트들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소라넷은 몰래카메라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음란물을 올려 지적을 받아왔으며 올해 초 워터파크 샤워실 몰카가 인터넷에서 퍼지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여론이 증폭됐다. 

‘때는 이때다’
음란광 대이동
 

지난달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의 소라넷의 불법 음란 게시물의 정도가 심각해 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수사에 착수했다”며 “사이트 폐쇄가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라넷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생긴 이후 지금까지 16년 동안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온라인 음란물 사이트다. 그동안 소라넷은 폐쇄와 재운영을 반복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게시물을 보면 단순 음란물 수준에 그치지 않고 강력범죄 수준의 사진까지 게시돼 있어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주취 상태로 의식이 없는 여성의 나체와 얼굴을 공개한 게시물이나 여성의 주요 부위에 라이터, 식칼 등을 삽입한 게시물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소라넷을 매개로 벌어지는 범죄 중 하나는 미성년 스와핑, 미성년 성매매 등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벌어지는 각종 성범죄다. 15살도 채 되지 않는 여중생에게 소라넷에서 알게된 남성과 상대방을 바꿔 성관계를 맺는 속칭 ‘스와핑’을 하게 하기도 하고, 사이트를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소라넷을 통해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범죄는 바로 ‘몰카’다. 실제 소라넷에는 일반인의 다리 등 특정부위를 촬영한 사진, 여자친구나 부인 등의 나체를 촬영한 사진, 심지어는 일반인이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까지도 게시되고 있다. 

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9월에 진행한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위원회는 소라넷이 생긴 1990년부터 지금까지 200여 회 이상 사이트를 차단한 바 있다. 

몰카·강간모의 논란…사실상 퇴출 수순
해외 서버 둔탓에 실직적인 단속 어려워

회의당시 통신심의위원회는 “소라넷 사이트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소라넷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속을 차단했으나 위원회가 접속차단을 할 때마다 URL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URL에서 활동한다”며 소위원회에 소라넷 IP 자체의 차단을 요청했다. 

요청 결과 소라넷의 IP는 차단됐지만 소라넷은 새로운 IP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규제당국이 이처럼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면 운영자는 또 다른 주소로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고 트위터 등 SNS에서 해당 주소를 공유했다. 소라넷의 경우 주소를 공유하는 트위터 계정이 따로 운영될 정도였다. 

강 청장의 소라넷 폐쇄 가능성 언급에 대해 소라넷 회원들은 격분했다. 소라넷의 한 회원은 소라넷 폐쇄 청원 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메갈리아’ 회원에 대해 “남자들이 자기보다 어리고 이쁜년들 데리고 노는 걸 막고, 자기들은 그렇게 못하는 것에 대한 열패감과 질투심을 씻어볼까 하는 그런 (목적에서 폐쇄를 요청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근엄한 척 하다가 뒤로는 호박씨까는 문화에 대한 일갈을 멈춰달라”며 “소라넷이 없어지면 우리 대한민국 성인들 성문화는 어디가서 즐기나, 정말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도 넘은 소라넷에서의 행태에 사이트 폐지를 요청하는 서명이 수만명에 이르고, 서버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 측과도 사이트 폐쇄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자 숱한 비난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소라넷이 백기를 들었다. 

유흥업소들과
콜라보레이션

지난달 30일 소라넷 운영자는 “최근 소라넷과 관련해 많은 이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간의 각종 불법적 몰래카메라, 강간 모의 등의 논란에 대해 “이미 등록된 게시물이 모니터링을 거친 후 수정 기능을 통해 불법적 내용으로 변조됐다”고 변론하며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회원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서비스는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라넷이 미국 법을 준수해 운영하고 있다 해도 사이트가 실질적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국내 법을 저촉했기 때문에 처벌의 가능성은 크다. 다만 해외에 서버를 둔 ‘해외 사이트’인 만큼 폐쇄는 또 다른 문제다. 

일부 소라넷 이용자들은 “내 몸 사진을 올리는 것까지 문제삼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성인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해 올리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당 사진·동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설명했다.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관련 포르노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소지는 가능하지만 배포·게재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16년간 시대를 풍미한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은 사실상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소라넷의 폐지가 모든 퇴폐사이트의 근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갈 곳 잃은 남자들의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퇴폐사이트를 찾아 나서는 남자들. ‘퇴폐사이트 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소라넷 폐지 추진에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퇴폐사이트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여탑, 밍키넷처럼 소라넷의 자매사이트 격인 사이트들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구글에 ‘야동’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어마어마한 퇴폐사이트들이 나온다. 

폐지서명 수만명
결국 백기 드나

딱봐도 소라넷을 표방 한듯한 춘자넷, 미소넷, 오야넷, 꿀잼넷, 야다넷, 무야넷 등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카마수트라, 19곰닷컴, 소녀경, 떡방닷컴 등이 페이지를 가득 메웠다.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한국야동, 일본야동, 서양야동으로 획일화된 인터페이스, 게시판 등에 시선이 간다. 한국야동 게시판을 눌러보면 소라넷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개의 몰카와 스와핑 등의 영상을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심지어 성인인증도 필요가 없었다. 

초창기 ‘여탑’은 소라넷과 함께 성인 정보 커뮤니티 양대산맥을 이뤘지만 거침없는 표현과 자극적인 주제선정으로 정부의 집중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때문에 사이트가 차단되는 일이 잦았고, 주소를 바꿔가며 운영되는 여탑을 찾아 헤매는 ‘섹티즌’이 상당수 존재했다. 여탑에서는 성매매 업소 정보를 지역·종류별로 접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게시물을 확인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인인증 절차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통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닉네임 등을 적고 가입하면 바로 성매매 업소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 또한 볼 수 있다. 업소 정보 게시판에는 오피, 풀싸롱, 립카페, 안마 등 업소 정보가 종류별·지역별로 정리돼 있었다. 

여탑·밍키넷 등 강자들 건재
불붙은 퇴폐사이트 왕좌 대결

‘대박할인이벤트, 거품no, 내상no, 균일가’ 등의 홍보문구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게시물에는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사진과 이름, 나이, 몸무게, 가슴크기 등의 정보가 적혀 있다. 업소 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실장’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전화주세요’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었다.

그리고 ‘후기 작성 시 2만원 할인’이라는 문구도 모든 게시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밍키넷’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동영상을 유포하는데 그 음란동영상에 불법 폰팅 광고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060’폰팅 전화번호와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문구를 넣는 방식으로 남성들을 유인했다. 1800여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동영상에 폰팅 광고를 넣었다. 

한 50대 남성은 음란동영상 속 광고를 보고 2년 동안 355회에 걸쳐 전화를 걸어 1000만원의 폰팅 이용료를 결제했다. 한 20대 남성도 한달 만에 23차례나 전화를 걸었다가 100만원을 지불하기도 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SNS도 불법 음란물 유통창구로 변질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블로그 ‘텀블러’의 경우, 성기가 적절히 드러난 사진은 물론 성행위 장면이 담긴 영상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음란물이 담긴 해외 웹사이트 링크 묶음을 만든 뒤 이것을 SNS에 퍼뜨리면서 청소년들도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음란물은 넘쳐나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은 아직 없는 것이다.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의 개별 웹페이지 차단만 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 사이트에 또 업로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퇴폐사이트들이 끈질기게 살아남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돈’이다 이러한 유형의 퇴폐사이트들은 대부분 유흥업소의 홍보로 관리비를 조달한다. 

도박사이트 끼고
유사갤 우후죽순
 

음지로 흘러든 유흥업소는 인터넷을 제외하고는 홍보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퇴폐사이트가 유흥업소의 홍보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라넷을 폐쇄한다고 해도 또다른 퇴폐사이트 중 하나가 유흥업소의 홍보 창구로서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소라넷 퇴출' 불 당긴 두 사건

소라넷은 최근 각 언론 사회면에 등장한 사고사건 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하는 남성이라면 누구나 아는, 한번쯤은 들어가 본 사이트. 다음은 소라넷 퇴출에 불을 댕긴 대표적인 두 사건이다. 

벗은 여친몸 공개 자랑 

▲의사와 짜고 병원서 애인 능욕 = 경찰에 의해 강제폐쇄가 거론되고 있는 국내 최대 음란물 공유사이트 소라넷의 과거 게시물 중 사이트 회원 두 명이 한 여성을 성적으로 능욕한 뒤 찍은 인증샷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충격적인 소라넷 병원’이라는 제목의 소라넷 폐해 사례가 퍼지고 있다. 트위터 글은 2200건 리트윗되며 현재까지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한 소라넷 회원이 의료계에 종사하는 소라넷 다른 회원과 함께 여자친구를 능욕했다는 글과 그 인증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 의하면 하의를 벗은 듯한 여성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고 그 앞에 의료 가운을 입은 남성이 서 있다. 

게시물을 올린 회원은 “소라에서 만난 선생님과 오랫동안 상의하고 시나리오도 짰다”며 “병원에서 아무도 없는 시간에 여러 가지 검사를 빙자하며 여자친구를 능욕하도록 허락했고 자신은 그 광경을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이 회원은 “마사지숍이나 산부인과 등 병원을 운영하시는 분 있으시면 쪽지 달라”며 추가 범행을 모의해 보자는 글도 올렸다. 

회원들 중 일부는 이 게시물을 보고 ‘대단하다’ ‘흥분되는 사진이다’ ‘좀 더 많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반응했다.

 

길거리 여성 찍어 문제도

▲왕십리 강간모의 사건 = 술에 취한 여성을 강간하려 모의하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줬다. 지난달 13일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라는 트위터 계정은 소라넷 이용자 A씨가 남긴 글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렸다. 

사진 속에는 ‘서울 왕십리 골뱅이(나이트나 클럽등의 유흥업소에서 술에 취해 정신 잃은 여성을 칭하는 은어) 여친’이라는 제목으로 소라넷 유저가 쓴 글이 포함돼 있었다. 

A씨는 ‘술이 약해 맥주 2캔만 먹어도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사랑스런 여친님. (여친 강간할 분) 소라넷에서 초대합니다. 쪽지 말고 댓글로 바로 답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다수의 소라넷 이용자들은 ‘지금 바로 갑니다’, ‘초대남 지원합니다’, ‘불러주시면 바로 튀어갈게요’라며 A씨의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데에 자원했다. 

이를 본 누리꾼이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강간 모의 상황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고, 여성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모텔로 여성을 데리고 들어가는 상황이 확인될 때 신고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후로도 소라넷에는 ‘골뱅이 동창’, ‘실시간 골뱅이’라는 제목으로 술에 취한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함께 강간 지원자를 모집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며 논란이 됐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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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