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8)이성만 아람에스알아이 대표

부동산 회사 차렸다가 '쪽박'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8화는 235억4700만원을 체납한 이성만 (주)아람에스알아이 대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홈페이지 '데이터개방' 항목에서 ▲통신판매사업자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 ▲다단계판매사업자 ▲방문판매사업자 ▲전화권유판매사업자의 상호, 대표자 이름, 영업 현황 등을 통합 공개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를 믿고 이들 업체와의 거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관련 자료를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상영업?

(주)아람에스알아이는 공정위가 공개하고 있는 항목 가운데 전화권유판매사업자로 등재돼 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7-16번지를 주소지로 기재한 (주)아람에스알아이 대표는 이성만씨다. 이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국세청 발표에서 신규 명단공개자 가운데 체납액 기준 상위 여덟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발표에서 상위 10위에 랭크된 인물은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으로 확인된다. 이씨는 서울시가 2014년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서도 체납액 기준 14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순위에서 이씨 바로 위인 13위는 '기획부동산 대부'로 알려진 김현재씨가 차지했다.

그런데 (주)아람에스알아이는 공정위 홈페이지상 정상영업 중(?)이다. 2002년 8월21일부터 '정상영업'이란 표시가 선명하다. 연락처로 기재된 '02-512-XXXX'으로 전화를 걸자 A한의원으로 연결됐다. 이씨는 한의사도 아니었을 뿐더러 한의원은 TM(텔레마케팅)이 허용되는 사업영역이 아니다.


이씨가 대표로 있던 또 다른 회사는 (주)태영티에프에스다. 2004년 1월9일 개업한 (주)태영티에프에스는 같은 해 12월31일 폐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공정위 홈페이지에선 폐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연락처로 기재된 '02-515-XXXX'로 전화를 걸자 한 시중은행 지점으로 연결됐다. 해당 은행과 (주)태영티에프에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었다. 주소지로 기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5-17번지에서도 (주)태영티에프에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주)태영티에프에스는 김모씨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부동산 회사다. 토목공사를 주된 사업 영역으로 적시했지만 실제 입찰 기록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국세청은 (주)태영티에프에스의 소유자가 이씨라고 봤다. (주)태영티에프에스는 2004년부터 법인세를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21억100만원이다. 국세청이 고지한 최종 납부기한은 2009년 11월26일까지였다. 서울시는 (주)태영티에프에스의 대표로 김씨를 지목했다. (주)태영티에프에스는 2010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를 체납했고, 체납한 세금은 2억600만원이다.

(주)아람에스알아이의 법인 체납 기록은 없다. 이씨 개인 앞으로 부과된 국세 및 지방세 기록만 확인된다. 이씨는 2004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10건의 국세를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204억1100만원이다. 이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거둘 세금은 8억2900만원이다.

서울시 10억3500만원 
국세청 225억1200만원
기획부동산 청산 "환수 어렵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7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1주당 금액을 5000원으로 책정한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자본금 5000만원짜리 중소 부동산 회사였다.


사업 목적을 보면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분양대행업을 적시했다. 2002년 7월19일에는 통신판매업을 신규 사업 영역으로 등기했다. 이는 (주)아람에스알아이가 전화권유판매사업자로 분류된 원인이다.

이씨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아파트를 2002년 6월26일 자신의 주거지로 기재했다. 1998년 12월4일 동거인 정모씨가 매입한 해당 아파트는 2008년 2월27일 B씨에게 3억7500만원에 매매됐다. 이후 정씨는 경기 수원으로 이사했으며, 이씨는 서울 송파구 쪽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현재 이씨는 서울 한 원룸텔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실패한 그에게서 세금을 받아낼 방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상법에 따라 해산절차를 밟았다. 2007년 12월5일 해산 간주 처리된 (주)아람에스알아이와 관련한 자료는 전무한 상황이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2010년 12월3일 청산종결된 것으로 간주됐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 전화권유판매를 결합한 형태의 영업은 이른바 '기획부동산'으로 불린다. 삼흥그룹 대표인 김씨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기획부동산은 부동산 판매에 텔레마케팅 기법을 더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개발 호재가 있다"라며 땅을 사라고 부추긴 뒤 매매 과정에 부동산업체가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차익을 남기고 남은 돈은 다시 부동산에 투자한다.

사실 (주)아람에스알아이가 설립된 2002년은 부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 때이다. 김대중정부 말기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 과열은 노무현정부 들어 정점을 찍었다. 당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에 투자해 집값, 땅값을 끌어올렸다. (주)아람에스알아이의 체납 세금은 이 같은 부동산 투기에 편승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답답한 것은 관련 세금이 부동산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반대급부라는 것이다. 특히 개발 없는 매매 및 임대만으로 수익구조를 설계한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주)태영티에프에스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냈다.

또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체납 세금을 환수하기 어려운 까닭에 전체 추징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받기 어려운 세금은 '결손'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걸림돌이다. 결손 처리라 함은 각 세무서장 또는 시도 지방자치단체장이 부과한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납세 의무를 소멸시키는 행정 처분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돈이 없는 체납자에게 부과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부동산 투기

하지만 결손 처리는 행정상 이득과 별개로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양날의 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환수율이 낮은 것은 결손 처리를 안 하고 끝까지 세금을 받아내기 때문인데 중앙(정부)에서는 환수율로 트집을 잡는 경우가 많다"라며 "결손 처리를 하더라도 5년 내에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만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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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