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만 좋은’ 면세점 무용론 막전막후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갈랐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최근 재계에서는 면세점 특허(특별허가)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이른바 ‘면세점 대전’. 대전 결과가 나왔지만 진정한 승자는 없다는 평가다. 면세점 특허권 심사제도의 무용론이 등장한 배경이다.

지난 14일, 시내면세점 운영사업 선정자가 가려졌다. 부산 신세계면세점은 재승인에 성공했다. 두산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면세점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신세계DF도 신규 사업권을 획득해 서울에 진출했다.

승자와 패자
각자의 고민

롯데는 기존 운영하고 있던 두 곳의 면세점 가운데 1곳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했던 SK는 사업권 재승인 받는 데 실패했다. 2013년 5월 관세법 개정으로 경쟁 입찰로 전환된 이래로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특허권이 상실된 것은 처음이다.

패자는 패배의 쓴잔을 삼켜야 했다. 주가에서부터 반응이 왔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 주가는 심사결과 발표 직후 20% 넘게 빠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월드타워점을 운영했던 롯데쇼핑도 5%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승자도 승리의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승자인 신세계와 두산 모두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커다란 주가의 움직임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유는 10년간 유지되던 특허권이 5년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2년 홍종학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으로 2013년부터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업은 5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한다. 특허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당장 오늘의 승자가 5년 후에 패자로 전락할 수 있게 됐다. 면세점은 사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5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승리를 거머쥔 기업도 특허권이 만료되는 다음 심사에서 특허권을 빼앗기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특허권 기간이 단축된 데에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면세점 특허 또는 허가 제도가 있어 일정 기간을 두고 운영권을 보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5년마다 기존 업체의 기득을 인정하지 않고 ‘원점부터’ 경쟁시켜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지속적인 사업을 보장하는 게 글로벌 경쟁력, 고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1·2차 대전 결과에 대기업 희비
사업권 입찰방식 두고 논란 점화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도 “면세점도 국제간 경쟁 중인데, 한국 관광자원이 일본·홍콩·싱가포르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면세점이라도 화려하고 큰 규모를 갖추도록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며 “하지만 5년마다 주인이 바뀔 수 있다면 어떻게 투자를 환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허권 기간 문제뿐만 아니라 2013년 이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뀐 것도 면세점 사업을 하던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2013년 특허권 관련 관세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특허권이 자동으로 갱신이 됐다. 그러나 법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면서 기존 면세점 운영자는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

정부의 심사를 통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특허권이 결정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 캐나다, 중국, 호주 등 시내면세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가는 우리와 같은 특허제 방식이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자동으로 특허권을 연장한다.

심사기준 모호
정부 눈치보기


우리나라가 자동갱신의 방식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뀐 것은 일부 기업의 면세점 독점에 따라 면세점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이 사이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면세점 사업이 급격히 확대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총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8조3000억원(점유율 12%)으로, 지난 2007년(2조6442억원)에 비해 3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기존 면세점 탈락자가 생기자 정부의 면세점 운영방침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면세점 대형화라는 세계화적 추세에 반하는 행보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자국민의 쇼핑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난 2013년 신규면세점 11개를, 또 지난해에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면적(7만2000㎡)의 싼야면세점 등을 열었다. 일본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받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매 금액의 8% 세금을 환급 해주는 사후면세점을 편의점, 잡화점 등을 중심으로 5800개에서 현재 1만8000개까지 늘렸다. 

지난 3분기 외국인 관광객 쇼핑액이 82% 증가하며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방일 관광객수도 급증, 올들어 9월까지 일본으로 향한 누적 관광객수(1448만명, 48% 증가)는 동기간 방한 관광객수(958만명)를 뛰어넘었다. 한국은 국제적인 기조와는 반대로 보수적인 면세점 정책을 펼쳤다.

반면 우리 정부의 면세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혜다. 정부의 ‘파이 쪼개기 식’ 면세점 정책 방향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특허수수료를 지금보다 100배 올리고 독과점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률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행 0.05%인 특허수수료의 요율을 5%로 올리자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 요율을 과도하게 올리면 면세 참여자들의 투자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로 수수료 요율을 올릴 경우 현재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 발의에 적극적인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특허권 수수료율을 0.05%에서 5%로 100배 인상하는 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해 “기존 면세점이 엄청난 수익을 얻으니 다른 재벌도 뛰어들어 재벌 각축장이 됐다”며 “재벌과 해외명품 브랜드만 혜택을 가져가는 것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패자는 ‘투자금 회수’ 요원
승자는 ‘승자의 저주’ 걱정
 

면세점 탈락자는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허권 결과 기존 사업권을 잃은 SK와 롯데의 경우 상당한 손해가 예상된다. 25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한 SK의 경우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특허권 심사에 임했지만 특허권을 신세계DF에게 내주면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롯데의 경우는 지난해 3000억원을 들여 잠실 면세점을 월드타워에 가지고 오면서 3000억원을 투입했는데 1년만에 사업을 접어야 한다. 
 

워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점 면세점이 문들 닫게 되면서 기존 직원들의 고용도 불안하게 됐다.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을 잃은 SK네트웍스의 경우 면세점 소속직원 200명,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700명 등 약 900명이 일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월드타워점의 경우는 규모가 더 크다.

월드타워점의 경우 롯데 소속직원 150여명과 입점 브랜드 파견직원 1000여명 등 총 1300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일단 두 곳 모두 신규사업자와 직원 고용 승계를 놓고 긴밀히 협력해 고용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파견 직원까지 고용안정이 보장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특허권 재승인 실패로 인한 재고 처리문제도 골칫거리다. 워커힐면세점과 월드타워면세점은 각각 이번달 16일과 다음달 31일 특허기간이 만료된다. 만료일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을 감안하면 재고처리에 상당히 애를 먹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면세점의 경우 판매 물품을 직접 매입해서 판매하는 구조기 때문에 상당 부분 미리 구매해 재고를 쌓아둔다. 따라서 3개월 안에 모든 재고를 소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내년 봄/여름 시즌의 상품을 미리 발주해 놓은 상태라 거래 업체마다 일일이 협상을 거쳐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치 보기가
경쟁력 강화?
 

업계에서는 이번 면세점 심사결과 정부의 입맛대로 특허권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본다. 심사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심사 채점 결과도 비공개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면세점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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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