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솜스파캐슬 ‘염소가스 유출사고’ 내막

수백명 있는 실내에…“큰일날 뻔했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지난 8일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온천테마파크 리솜스파캐슬(이하 리솜)에서 수백명이 머물던 실내로 염소가스가 유입됐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8명의 이용객이 응급처치를 받았고 일부 이용객은 현재까지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실외에서 발생한 가스는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왔고, 가스를 마시거나 접촉한 일부 이용객들은 구토와 두통, 눈과 피부의 따가움을 호소했다.
 

당일 사고에 대해 업체 측은 “청소용역업체의 담당 직원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탕 내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실외에 있는 구조장비 대여점 근처에서 염소소독제를 물에 희석했다”며 “연기와 가스가 갑자기 발생해 유리문을 통해 실내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분 뒤 안내방송을 통해 이용객들의 퇴장을 요구했고, 현장에 있던 간호사를 통한 응급처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리솜 측의 해명은 당일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들의 증언, 그리고 관할 지자체인 예산군청에 보고된 내용과 상이한 측면이 많아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은?

업체 측에 의하면 온천 내 청소를 위한 소독약을 물에 희석하는 일은 한 명의 담당자가 계속 해왔다.

리솜 관계자는 “개장 후 3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청소용액을 만들었지만, 가스가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주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담당직원이 염소소독제인 ‘하이클론70 분말’ 제품을 지정된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제조했다”며 “염소소독제 희석 과정에 실수나 다른 변수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클론 70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락스에 비해 유효염소가 17배 이상 함유된 제품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이 지난 시점까지 업체는 가스가 발생한 하이클론 70의 희석과정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통화에 응했던 리솜 관계자는 “노란색 가스와 냄새의 원인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하이클론이 희석용 통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라며 “사고 당시 하이클론70 600mℓ에 7∼8ℓ의 온천수를 넣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11일 “정해진 담당자가 매주 같은 시간에 가이드라인을 따라 청소용액을 만들기 때문에 변수가 없다”고 했다가 잠시 후 “사고 당시 업장 사정으로 평소보다 30분 일찍 청소용액을 만들다 흰색 연기가 발생했고, 당시 온천수의 온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결국 이번 사고의 가장 커다란 원인이 ‘리솜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스의 실내 유입은 ‘규정을 따라 제조한다던 청소용액의 농도조차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은 것’과 ‘희석용액으로 온천수를 사용한 것’ ‘3년 동안 청소용액을 희석해오던 장소가 실내에 가스를 유입시킬 만큼 가까웠다’는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천수를 희석 사용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온천수에 포함돼 있는 특정 성분이 염소성분과 만나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더운물로 희석하면 염소가스 발생이 촉진되기 때문에 고농도의 염소소독제에 온천수를 희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자로부터 청소하는 사람이 염소가 담겨있는 통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터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솜 측은 사고의 원인으로 온천수 보다는 하이클론 70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솜 관계자는 하이클로 70을 생산한 일본 업체와 데모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외서 발생한 가스 실내로 유입
이용객 병원행…구토·두통 호소

리솜 측에 의하면 가스가 실내에 유입되고 나서 10분 뒤 고객들에게 첫 안내 방송을 했다. 이 시간은 염소가스가 수증기 및 습기와 결합해 이용객들의 폐에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렇게 흡입한 염소 가스는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이를 두고 최선을 다한 초동대처였는지 피해자들과 업체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사고가 있던 날은 꽤나 쌀쌀했다. 외부에서 온천을 즐기기에는 추운 날씨다 보니 이용객들은 주로 실내에 머물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은 사고를 목격했다. 피해자이면서도 목격자이기도 한 이들의 증언은 무척 구체적이었다. 가스 유입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펑펑 소리를 내며 노란빛 섞인 연기가 나왔다” “유리문으로 노란 연기가 보였고 이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냄새로 인해 구역질을 했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가스를 흡입한 피해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냄새와 따가움으로 인해 결국 바깥으로 이동해야만 했다”며 “바깥에는 피부가 따갑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외부에 있는 소형 온천장은 수백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는 크기라 노약자들을 제외한 이용객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리솜 관계자는 “흰색 연기와 가스가 실내에 유입되자 직원들은 근처에 있는 이용객들의 피해를 확인하고 더 이상 가스가 번지지 않도록 차단했다”며 “수십명의 직원이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이어 “장내에 대기하던 간호사가 응급처치를 실시했고, 피해자들의 신원을 확보해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방송안내가 늦은 부분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장 가까이 있었던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리솜이 사고 피해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동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연기와 냄새가 인체에 무해하니 그냥 이용하라”는 내용의 장내방송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 공지한 사과문 내용에서도 ‘염소 성분’에 대한 표현이 없는 것은 유독성 가스 누출사고를 단순 악취 해프닝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리솜리조트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보면 문제의 소독제에 대해 하이클론 70 내지는 염소소독제가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워터파크 청소용 소독제’라고 표현했다. 또한 발생했던 연기와 냄새에 대해서도 염소가스 혹은 유독가스가 아닌 연기 및 독한냄새라고 기재했다.

구역질과 가려움을 호소하던 피해자들은 현장에 있던 관계자로부터 ‘염소’라는 성분에 대한 안내를 받았지만, 해당 연기와 냄새에 대해 리솜 측이 ‘일반적인 청소용 소독제에서 발생한 연기와 독한냄새’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리솜이 관할 지자체인 예산군청에 보고한 내용과도 비슷하다.

10분 후 안내방송

예산군청의 담당 공무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염소누출이 아니라 청소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소 중 소독제가 물에 반응해서 연기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 리솜 관계자는 “사건을 축소하려는 아니라 제품명을 공개할 경우 제조사에 피해가 번질 것을 우려해 ‘청소용 소독제’로 기재했으며, 아직 가스의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독한냄새’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틀린 표현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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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