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내린’ 경찰들 성범죄 백태

미성년 성매매 모자라…여경·피해자까지 덮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는 경찰관의 의무는 범죄 근절이다. 근래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이 현직 경찰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치안율 1위라는 통계가 무색하게 근래 주변에서 일어난 경찰관 관련 범죄를 들여다보면 혀를 찰 노릇이다. 경찰관이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는가 하면, 자신이 담당한 성추행 사건 피해 여성을 건드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부하인 여성 경찰관을 강간한 경찰간부를 비롯해 미성년자에게까지 마수를 뻗친 경찰관 등 최근 공론화 되고 있는 경찰관들의 성범죄 사건을 살펴본다.

조건만남 맛들인 민중의 지팡이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이 철창행을 면치 못했다. 사건은 이렇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모 경비대소속 김모 경장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김모(33·여)씨를 만났다.

이후 김 경장은 성매매를 한다며 모텔로 유인한 뒤 김씨에게 13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돈이 아까웠던 걸까. 돌변한 김 경장은 대뜸 경찰관 신분증을 내밀며 위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김씨로부터 돈을 되돌려 받은 김 경장은 인천지방 경찰청으로 김씨를 데려가 조사를 할 것처럼 겁을 준 뒤 부평의 다른 모텔로 데려가 두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이러한 범죄사실로 기소된 김 경장은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계속 혐의를 부인했지만 지난달 5일 인천지법 형사13부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관의 임무를 망각하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라면서도 “다만 초범이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경찰관이 일반인을 성추행한 사건은 또 있다. 지난 6월에는 청와대 내부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소속 순경이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갈수록 태산’ 경찰도 남자 아랫도리가 문제
믿어도 모자랄 판에…도덕적 해이 위험수위

101경비단 소속 순경 서모(27)씨는 지난 6월1일 경비단 숙소 인근 도로변에서 지나가던 여성들을 뒤따라가 특정 신체 부위를 만졌으며, 앞서 다른 여성에게도 성추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술에 취해 있던 서씨는 대담하게도 피해여성이 사는 원룸 건물까지 따라갔지만, 여성이 한발 먼저 원룸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서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초 범행일로부터 3일 후인 지난 6 4일에 다른 여성을 상대로 한 차례 더 성추행을 저질렀다. 서씨의 범죄 수법은 심야에 행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가 여성이 나타나면 모습을 드러내 성추행 하는 것이었다.

서씨는 최초 수사를 맡은 서울청 성폭력수사대에 이어 지역 관할인 서울성북경찰서 형사들까지 투입된 끝에 지난 6월18일 긴급 체포됐다. 이날 서씨는 휴가를 맞아 김해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소속 부대의 복귀 지시를 받고 돌아오다 서울역에서 붙잡혔다. 서씨는 조사 끝에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믿었는데…수사관의 배신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강간혐의로 긴급 체포된 경찰관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는 ‘제 식구 챙기기’사건도 있었다. 전남순천경찰서 소속 A경위는 자신이 담당한 성추행 피해자인 20대 여성 B씨를 만나 술을 마셨다. 뒤이어 순천에 한 모텔에서 B씨를 성폭행했고, 이러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 응한 A경위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지만 피해자인 B씨가 A경위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진술했고, 팔에서는 멍 자국이 발견됐다.

경찰은 A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검찰은 피해자 진술 중 일관성과 신빙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경찰에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하도록 지시했다.

한순간 욕정 후배에 몹쓸짓

법을 지키고 바로잡는 경찰서도 직장 내 성희롱 청정지역은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C경감은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후배 여성 경찰관 D씨등과 함께 회식을 했다. 이날 C경감은 만취한 D씨를 보자 치솟는 성적인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급기야 만취한 D씨를 인근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날 회식자리는 해당 경찰서로 발령받아 첫 출근한 D씨를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경찰 조사에서 C경감은 “모텔에 간 것은 맞지만, D씨는 침대에 재우고 자신은 바닥에서 잤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CCTV 분석과 더불어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동료 경찰관들의 증언을 통해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5일 C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지저분한 일이 벌어졌다”며 “성폭력 수사의 주체인 경찰관이 성폭행을 했다는 점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서 내 직접적인 성폭행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세 치 혀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0월에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 고위 간부가 부하 여직원들을 여러 차례 성추행 및 성희롱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성추행·성폭행 다반사
강간범 수사하다 강간

철도특별사법경찰대 간부 K씨는 여직원들의 손, 허리, 어깨 등을 손으로 주무르고 경찰 간부로서 입에 담지 못할 언어적 성희롱을 해 4명의 여직원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K씨는 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여직원에게 “잠을 어떻게 잤느냐? 키스 자국 아니냐”며 여직원들을 유린했고, 회식자리에서 껴안으며 “뽀뽀하자”라고 말하는 등의 추태를 보였다.

K씨의 성 추문이 내부에서 회자 되며, 성희롱을 당한 직원이 내부 비공개 인터넷망에 진상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댓글이 폭주하자 K씨 측근들은 ‘간부가 잘못하면 덮어야 한다’ ‘분란 만드는 직원은 징계해야 한다’ ‘남자가 술 한잔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등의 적반하장격 글로 직원들을 회유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이 피해자 4명과 증인 등 참고인을 상대로 집중 내사를 벌이고 있으며, 국무총리 산하 공무원부패척결단에서도 사건이 접수돼 조사와 감사를 벌이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던 청와대 경비단 소속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청와대 202경비단 소속 최모(36) 경사는 지난달 27일 인터넷 게임 채팅을 통해 만난 15세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했다. 하지만 '완전 범죄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때마침 미성년자 성매매 관련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부천 경찰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최 경사는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르자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 당일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잠적했다. 그로부터 7일 만에 최 경사는 김천의 한 공장 부근 자신의 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순간 주체하지 못한 욕정에 의해 자신과 가족들, 피해자에게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온 것이다. 경찰은 발견 당시 차 안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초점을 두고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이 이슈화되며 최 경사가 속해있던 202경비단의 불미스러웠던 과거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경비단에서는 지난 5월 소속경찰관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성매매 단속반을 사칭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렇듯 기강해이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받은바 있는 202경비단이었기에 서울청의 미온적 태도에 세간의 비난이 들끓었다.

경찰관의 미성년자 성폭행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에는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데 온힘을 다해야 마땅한 학교 담당 경찰관이 미성년자를 강간하는 사건이 있었다.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고교 자퇴생에게 E양을 소개받은 학교 담당 경찰관 김모(43) 경사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E양을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차에 태웠다.

인면수심 범죄 비극적인 결말

순간 이성을 잃은 김 경사는 E양을 덮치기에 이르렀고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수차례 E양을 강간했다.
짐승보다 못한 김 경사의 행각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E양 친구의 신고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유부남 경찰관을 처벌해 달라”고 여성긴급전화 1366 센터에 신고하면서 김 경사의 파렴치한 만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 뒤 김 경사는 E양에게 합의금 300만원을 주고 거짓 진술을 시키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E양의 재진술과 통신수사 및 참고인 조사 등으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혐의가 인정돼 지난 9월16일 긴급 체포되며 법의 철퇴를 맞게 됐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1명 덮친’ 대구 발바리 수법 공개

2002년부터 5년 동안 21명의 여성을 성폭행해 대구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한 ‘발바리’ 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김모(46)씨로 밝혀진 용의자의 수법은 이렇다. 김씨는 상대적으로 방법시설이 취약한 다세대 주택의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또한, 베란다 빨래걸이에 여성 의류가 걸려있는 집만을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스타킹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범행한 김씨는 피해여성들의 얼굴을 수건이나 이불로 가린 채 강간했으며, 성폭행에 사용한 휴지를 되가져가는 것은 물론 피해여성에게 몸을 씻게 해 범행 흔적을 지우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번에 2명의 여성을 차례로 성폭행하기도 했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성에게 변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6살 때 주거침입 절도 등으로 소년원에 들어갔던 김씨는 장기간 가출해 병역의무를 기피하면서 16년간 주민등록 말소상태로 떠돌아다니며 범행했고, 절도 과정에서 성폭행을 하며 성적 쾌감과 성취감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구미제로 남을뻔한 2002년부터 5년간 이뤄진 범행은 김씨의 다른 범행으로 결국 꼬리가 잡혔다. 그는 지난해 4월 강도짓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성폭행 피해자들의 신체나 옷 등에서 채취한 타액 등에서 검출된 DNA가 김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바리' 행각이 드러났다.

김씨의 범행이 드러나면서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를 받던 한 여성은 남편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으며, 일부 피해자는 대인기피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여성은 “봄과 여름에 날씨가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혼자서는 잘 다니지 못해 주머니에 작은 칼을 갖고 다녔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로 힘들다. 우리를 죄인처럼 살게 한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육체적, 정신적 충격 속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짐승 같은 이 남성을 사형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5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마땅히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해야 할 사정이 있음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피고인의 범행이 생명침해나 중대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면서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인 사형은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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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