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7)DI그룹 타가즈코리아 투자사

6억달러 투자한다더니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7화는 6억4500만원을 체납한 타가즈코리아의 투자사 DI그룹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외자 유치를 위해 '인베스트코리아(www.investkorea.org)'라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 안에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청남도에 투자한 외국계 회사를 설명하는 항목(Foreign Invested Companies in Chungnam)이 있다. 미국·일본 등 나라 별로 분류된 투자회사 목록 중에는 러시아 회사인 'Doninvest Group'이 눈에 띈다. 이 회사는 국내 언론에 DI그룹이란 이름으로 소개됐다.

러시아 대기업

DI그룹은 러시아 로스토프주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다. 자동차·식품·은행·건설·운송·호텔 등 약 30개 계열사에 전체 직원만 3만5000명에 달한다. DI그룹의 자동차 계열사인 타가즈(TagAZ)는 2006년 5월15일 국내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회사 이름은 타가즈코리아다. 당시 DI그룹은 타가즈코리아를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DI그룹은 거액의 빚만 남긴 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금융권 채무, 법원이 부과한 벌금은 물론이고, 억대의 지방세 역시 갚지 못했다. 2014년 12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DI그룹이 투자한 타가즈코리아는 2011년 7월부터 등록세 등 45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6억4500만원이다.

타카즈코리아는 자동차 부품의 연구개발, 제조, 판매 및 수출 등을 사업영역으로 적시했다. 국내에서는 주로 신차개발을 위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2007년 2월 쌍용자동차로부터 무쏘와 코란도 생산라인을 인수한 타카즈코리아는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가제품을 만든 뒤 러시아로 수출했다. 러시아 본사는 가제품을 최종 조립해 자국 시장에 판매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2년 12월31일 작성한 '러시아의 해외직접투자 패턴과 한국의 투자유치 확대방안' 보고서를 보면 DI그룹의 투자 실패 사유가 잘 나타나 있다. DI그룹은 가제품 조립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직접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현지로 수출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또 보고서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DI그룹은 한국으로부터 일부 기술을 이전 받아 자체 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프로젝트명은 'C-100'이었다.

타가즈 본사가 추진한 C-100은 준중형급 승용차 개발이 목적이다. 타가즈코리아는 2006년 5월부터 2009년 5월까지 1차 엔진개발을 완료했다. 2007년 1월부터는 C-100 승용차의 설계 작업을 시작해 '개발계획 수립→선행차량 설계→양산차량 설계→차량시험→선행양산→양산개시'순서로 개발을 진행했다. 2009년 7월에는 마침내 신차 개발이 완료됐다.

타가즈 본사는 2784대 분량의 C-100 승용차 제작을 타가즈코리아에 의뢰했다. 타가즈코리아는 일부 부품 및 엔진을 장착한 반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했다. 타가즈는 2009년 9월17일 '베가(Vega)'라는 차량을 시판했다.

하지만 신차 개발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의 시각에서 보면 자동차 완제품을 생산해 본 적 없던 타가즈가 비상식적인 속도로 C-100을 내놓았던 것이다. 정보당국은 내사 끝에 타가즈코리아가 GM대우 출신 연구원을 영입해 라세티 기술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사건을 인계 받은 검찰은 연구원 ㅎ씨 등을 라세티 설계도면 수천장과 기술 문서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ㅎ씨는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시 6억4500만원 체납
한국 자회사 세우고 기술 유출

2009년 9월 불거진 라세티 기술 유출 스캔들은 타가즈코리아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러자 전폭적인 투자 의향을 밝혔던 DI그룹은 등을 돌렸다. 시쳇말로 '먹튀'를 한 셈이다. 먹튀를 하게 된 발단은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 등 관료집단이 제공했다.

2008년 5월 충청남도는 "6억달러(한화 6500억원)의 러시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돌렸다. 당시 이 지사는 러시아 로스토프주 타가즈자동차 공장으로 날아가 DI그룹 미하일 파라마노프 회장과 투자유치 협약서(MOU)에 서명했다. 도는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이처럼 많은 외자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홍보했다.

MOU 내용은 충남 보령시가 주포면 관창산업단지 내 38만7100㎡ 부지를 임대방식으로 타가즈에 내주고, 타가즈는 자동차부품 생산공장을 건립해 2009년부터 가동하는 것이 골자였다. ▲4100명의 고용창출 ▲자동차 55만대 수출 ▲24억달러 규모의 매출 등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기술유출 스캔들에 연루된 타가즈코리아는 2009년 10월 법원에서 영업비밀 침해 가처분 결정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C-100 부품 생산과 수출은 전면 금지됐다.

2010년 7월 타가즈코리아는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타가즈코리아가 진 부채 206억원에 대해 타가즈 본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투자사인 DI그룹 역시 자금 지원과 관련해 어떠한 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타가즈코리아의 청산가치가 약 360억원인 반면 존속가치는 245억원 정도로 청산가치가 명백히 크다"라고 판시했다.

결국 타가즈코리아는 2010년 8월 관창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도에 통보했다. DI그룹의 투자는 없던 일이 됐다. 뿐만 아니라 도와 보령시는 34억원 상당의 재정 손실을 입었다. 타가즈코리아는 부지 임대료 34억원을 체납한 채 도산했다. 뒤늦게 가압류 처분을 했으나 이미 금융권이 근저당을 설정해 회수는 무산된 뒤였다.

2011년 2월 법원은 타카즈코리아가 생산한 C-100 부품 및 설계도를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또 타가즈코리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문제는 핵심기술이 이미 러시아로 이전된 데다 벌금을 낼 회사가 사라졌다는 것에 있었다. 국내 납품업체 역시 타가즈를 믿고 62억원 상당의 실린더 설비를 들여왔으나 제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손해를 떠안았다.

곳곳에 손해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됐던 타가즈코리아 부지 매입에는 국비 243억원, 도비 40억원, 시비 40억원이 투입됐다. 현재 해당 부지에는 국내 한 철강사가 이전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타가즈코리아의 본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었다. 다섯개의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관계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타가즈코리아의 법인 차량은 주·정차 위반 과태료조차 내지 않아 체납 대상에 올랐다. 관련 통지서는 수취인불명으로 처리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타가즈코리아는 해외 직접 투자의 성공 요인인 기술적 우위를 수반하지 못하고, 국내 기술유출에만 매달렸다. 끝내 타가즈코리아는 무리한 외자 유치의 대표 실패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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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