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국’ 미국 골프위기론

골프인구 점점… “젊은층 잡아라”

미국 골프 업계는 요즘 울상이다. 골프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들이 최근 ‘골프는 위기다. 이대로 계속 가면 골프의 미래도 없다’는 경고성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10대 후〜30대 초 밀레니엄 세대 이탈
“젊은 골퍼 못 잡으면 미래 없다”경고

줄어드는 골프 인구
휘청대는 골프 산업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로 불리는 1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세대가 골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골프 업계는 “젊은 골퍼를 잡아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용품 매장인 ‘딕스(Dick’s)’는 최근 매장 내 골프 코너에서 근무하던 티칭 프로 등 골프 전문 직원 400명 이상을 정리해고 했다.

비관적 전망
위기감 고조

골프 매장을 축소했고 그렇게 확보한 여유 공간에 여성과 아이들 스포츠 의류 코너를 확장했다. 딕스가 이런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근본 원인은 골프 인구의 감소이다.
전미골프재단(NGF)의 조 베디츠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골프 인구는 2003년 30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500만 골퍼를 잃어 현재의 골프 인구는 약 2500만명이지만 몇 년 안에 500만 골퍼가 또 떠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전미스포츠용품협회는 더 비관적 숫자를 내놓았다. 미국 골퍼는 2009년 2230만명이었고, 지난해 1890만명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NGF가 최근 18세 이상 1200명을 상대로 골프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57%가 골프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골프를 표현한 가장 대표적 단어는 ‘재미없다(boring)’였다.
미 언론들은 “골프 입문 연령대인 18~30세의 골프 인구가 지난 10여년간 35%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이 골프 전체 인구 감소의 가장 직접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SFIA)의 통계에서도 18~34세 인구 중 골프를 하는 사람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13% 감소한 반면, 마라톤 같은 달리기 인구는 29%나 증가했다. SFI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 젊은 세대 중 달리기·조깅 인구는 2400만명, 볼링은 1550만명, 골프는 650만명 수준이다. 골프 인구는 요가 인구(1100만명)보다도 450만명이나 적다.
젊은 세대가 골프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추기 어려워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다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 효과가 없다 ▲함께 골프 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등이다.
병원에서 접수 업무를 하는 브리트니 위크(25)씨는 고교 때 골프를 즐겼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골프 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위크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말에 시간이 나도 동갑내기 남편과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골프를 안 치니까 혼자 골프하긴 싫어서 결국 안 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스포츠 평론가인 맷 파월씨는 “골프는 느리고, 플레이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또 비싸다.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특히 초보자가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추려면 많은 시간이 들고 상당한 수모를 겪어야 하는 점도 젊은 세대가 외면하는 주요 이유이다.
최근 골프 관련 조사들을 보면 골프를 자주 치는 골퍼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젊은 층에서는 골프를 치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있다. 65세 이상 골퍼는 일주일에 1회 이상 골프를 즐기는데, 29세 이하는 1년에 평균 7회 라운딩하는 데 그쳤다.
미국골프협회의 마이크 데이비스 국장은 “골프 관련 모든 통계를 종합해볼 때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결국 젊은 골퍼의 확보”라고 강조했다.
WSJ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9홀 캠페인(Play 9 campaign)’이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18홀을 소화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한 젊은이들을 겨냥해 ‘9홀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NGF의 통계에 따르면 카트비를 포함한 9홀 그린피는 23달러(약 2만4000원), 18홀은 52달러였다.
‘넥스트젠골프’ 등 젊은 골퍼의 확보에 주력하는 단체들은 “젊은 세대에 맞게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 ‘퀵 골프’, 홀 크기를 피자 크기(지름 12인치)만큼 크게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골프 업계는 25세 동갑내기인 로리 매킬로이, 리키 파울러 같은 젊은 골프 스타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이들의 활약이 ‘골프는 시간 많고, 나이 많은 늙은이의 스포츠’란 인식을 개선하고 젊은 세대를 골프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WSJ가 ‘골프의 위기’를 보도하자 독자 투고란에 골프 예찬론자들의 반론이 곧바로 올라왔다. 애틀랜타에 사는 로슨 글렌씨는 “골프는 원래 배우는 데도, 실제 경기를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세상의 가치 있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골프로 맺은 관계들은 더욱 의미 있고 더 오래간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에 사는 필립 존슨씨는 “골프는 게임이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농구나 테니스처럼 스태미나 혹은 힘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당구나 체스처럼 정확성과 능숙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존슨씨는 “골프는 3시간 넘는 동안 골프 클럽을 80회 안팎 휘두르는 게 운동의 전부”라며 “18홀 다 돌고 맥주 한잔하는 ‘19홀의 유혹’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년 남자의 나온 배를 ‘골프 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10대 고교생인 맬러리 브렛슨 양도 골프 옹호론자다. 학교 골프팀의 일원인 그녀는 “골프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며 “나는 70대 중반의 할아버지와도 동반 라운딩을 한다. 우리 집안 모두가 골프를 한다”고 말했다.
2030 세대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골프를 외면하자 미국골프협회(USGA)는 ‘매주 수요일에 9홀 경기를 펼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역시 경기 침체, 고령화 등의 이유로 몇 년째 골프 산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
다양한 레저 활동에 몰두하는 젊은 층이 골프장을 향한 발길을 끊은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는 내년 3월 말까지 ‘골프 20’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것이 목표다.
이 캠페인에 따르면 1994년 4월2일부터 1995년 4월1일에 태어난 사람은 신청을 통해 골프장 9홀 무료 라운드, 골프 연습장 1시간(공 100개) 무료 이용, 렌털 클럽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는 ‘20세 청소년은 미래 일본 골프계를 담당할 주역’이라는 슬로건까지 내세웠다.

사뭇 다른 한국
청년층도 관심

국내 골프 상황은 미국, 일본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2004년과 2013년의 연령대별 골프장 이용 횟수를 비교하면 20대와 30대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난 반면 40대부터 60대 이상까지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10년 전 3.7회에서 5.1회로 증가했다. 50대와 60대의 이용 횟수는 평균 3회 가까이 줄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중년 이상의 골프 인구가 여전히 청년층보다 많기는 해도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 골퍼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미국이 17~18회, 일본이 13회 정도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