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닮은' 생사불명 도망자들

"돈만 있으면 잡히지 않는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둘러싼 온갖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위장사망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조희팔은 살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유족들의 주장대로 무덤에 묻힌 것일까. 조희팔처럼 해외로 도피한 뒤 행방불명된 '도망자들'의 사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의 주인공, 조희팔과 관련한 미스터리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조희팔을 둘러싼 여러 미스터리 가운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부분은 위장사망 의혹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2년 5월 중국 공안으로부터 전달 받은 서류를 근거로 조희팔이 2011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사기꾼 조희팔
살았나 죽었나

각종 매체를 중심으로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이 부각되자 경찰도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지난 13일 오전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도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강 청장은 "경찰이 별도 수사인력을 붙여 확인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강 청장은 "살아있다면 주변 발언, 중국 측의 첩보 등으로 어떻게든 생존반응이 감지 됐을 텐데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부실 수사 의혹을 해명했다. "조희팔을 목격했다"라는 일부 제보자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번 조희팔 수사의 '키맨'으로 꼽히는 배상혁(구속)씨 역시 "조희팔의 생사 여부를 모른다"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배씨는 "2008년 10월 말 회식자리에서 조희팔을 만난 뒤 현재까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라고 진술했다.

조희팔은 2008년 12월 측근들과 함께 중국으로 밀항했다. 경찰은 2009년 6월에야 인터폴과 공조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이른바 '조희팔 생존설'은 2014년에도 사정기관 주변을 떠돌았다.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에서 조직폭력배 출신인 한국인 사업가와 만났다는 등의 내용이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는 조금 더 구체적인 제보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팔 위장사망 여부 재점화
중국·필리핀·캄보디아서 목격담

각종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조희팔은 중국 또는 라오스에서 골프를 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위조여권을 제작해 필리핀, 캄보디아 등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영렬 대구지방검찰청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식 확인된 상황은 아니지만 조씨(조희팔)가 살아 있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지검장의 이 같은 언급은 조희팔의 사망 여부를 우리 정부가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외에 잠적한 도피사범을 찾아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희팔처럼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혹은 용의자)가 정부 당국의 추적으로 검거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국을 이유로 기소중지돼 있는 해외도피사범은 5503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경제사범의 비중은 57.2%(3148명)에 이르렀다.

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달 24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해외도피를 이유로 징역형이 중지된 미집행자는 355명이었다. 도피사범은 각각 중국(97명), 필리핀(58명), 미국(40명), 태국(28명), 일본(19명), 호주(10명) 순으로 출국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 캐나다, 베트남, 몽골도 다수의 도피사범이 출국한 나라로 확인된다.

기자는 지난 8월 한 중견기업 회장의 해외도피를 도운 A씨를 만날 수 있었다. A씨는 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도피생활에 필요했던 여러 편의를 제공한 인물이다. A씨의 증언을 요약한 해외도피 준비 과정은 다음과 같다.

도피자 5000명
행방 오리무중

먼저 해외도피를 위해선 현지 숙소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A씨가 수행한 회장은 미국 괌·뉴욕 등 여러 곳에 차명 오피스텔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아마 다른 대기업 회장들도 다들 몇 채씩은 갖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이들 주거지를 단시간 내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조여권 등 도피생활에 필요한 물품은 국내 협조자를 통해 공급받는다. 단 국내와 접촉이 어려운 경우는 현지에서 제작을 의뢰한다.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도피 협조자는 현지 영사관과 가까운 관계자들을 포섭해 정보를 얻는다.

도피자금은 해외 은행계좌에서 자유롭게 인출한다. 거액의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은 오히려 독이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차명계좌를 만들어 조금씩 예금을 저축해 놨기 때문에 급작스런 송금으로 당국의 추적을 받을 리 없다.

외출 시에는 변장을 통해 정체를 숨긴다. 가급적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숙소에만 머무는 도피사범은 없다. 단 가족과 직접적인 통화는 금물이며, 제3자를 통해 접촉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설 병원을 알아두면 큰 도움을 받는다. 잠적도 용이할 뿐더러 의사가 발급한 진단서를 근거로 각종 출입국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피할 수 있다. A씨는 의사의 협조를 얻어 입국 과정에서 회장을 이송할 구급차를 호출한 바 있다.

A씨는 "일단 해외로 나가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돈이 있으면 잡히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부분 돈이 떨어지는 시점에 일을 벌이다 현지 당국에 의해 적발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이는 조희팔을 포함한 해외도피사범들의 향후 행적을 이해할 수 있는 한 단서다.

돈 있으면
안 잡힌다

조희팔의 유족 측이 촬영했다는 장례식 동영상, 응급진료기록부, 화장기록 등이 '조희팔 사망설'의 증거로 꼽힌다. 하지만 조씨 사망 발표 당시 시신은 이미 화장된 상태였고, 동영상 역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사망증명서와 화장기록 등이 위조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또 조희팔의 유가족은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의 경우처럼 상세한 증거는 없지만 사망 보도가 논란이 된 도피사범이 있다.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다. 장 전 회장은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장 전 회장이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확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장 전 회장의 사망 보도를 놓고 주중대사관은 이례적으로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다"라는 언급을 내놨다. 장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해외도피 기간 중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됐다. 캄보디아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 장 전 회장은 도피 10년 만에 중국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정태수·정용욱·유혁기 행방 오리무중
호화 도피생활에도 정부 당국은 뒷짐

일각에선 '측근과 연락했다'는 등의 위장 사망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6월 중국대사관이 공증한 사망진단서와 주중 한국대사관 측의 진술을 인용해 "장 전 회장이 사망했다"라고 확인했다. 검찰은 장 전 회장의 800억원대 배임 사건 등을 모두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 장 전 회장의 오랜 측근은 지난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다 확인해주지 않았느냐"라며 "그런 건 묻지 마시라"라고 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생사여부가 불분명한 케이스다. 올해 나이 92세인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일본을 경유해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간 뒤 행방불명됐다. 특히 정 전 회장은 그가 설립한 강릉영동대학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 중 '치료를 받겠다'며 해외로 도피했다.

지난 8월 세무당국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며 살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보그룹에 정통한 관계자 역시 "정태수가 해외자원개발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의 신병 확보를 위한 관계 당국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회장의 4남 정한근씨는 아버지보다 일찍 행적을 감췄다. 그는 1998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한근씨를 봤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소재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도 해외도피사범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다. 전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3월 100억원대 임금 체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지만 미국으로 도피했다. 언론을 통해 전 전 회장의 호화 도피생활이 공개됐지만 전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은 번번이 무산됐다.

기업인은 아니지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며 수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를 받았던 정용욱씨도 도피생활을 잇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09년 9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에 선임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정씨는 2011년 12월 태국으로 도피한 뒤 이듬해 말레이시아로 거처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 2008년 최 전 위원장의 지시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 3~4명에게 3500만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에 대해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으며 아직까지 강제 구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씨의 마지막 행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곳은 미국이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2013년 미국 현지에서 그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정부는 범죄 혐의자가 해외로 도피했을 때 사실상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 정부 대사관 직원 혹은 국정원 요원들을 투입해 행방을 수소문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 지침이 하달됐는지는 미지수다.

관망하는 정부 
퍼지는 설설설

정권이 사활을 걸고 덤벼든 유벙언 수사에서도 핵심 용의자는 체포하지 못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국 뉴욕 거주설, 프랑스 파리 이주설, 멕시코 멕시코시티 은신설 등 온갖 설만 무성하다. 실제로 그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각국 치안·수사당국은 우리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의무가 없다. 외국 공문서로 발급됐다는 문서가 재판에서 조작된 문서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조희팔 미스터리의 핵심은 이 같은 '신뢰의 부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만약 2012년 우리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조희팔의 생존 가능성을 조사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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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