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재계 '해고 쓰나미'

"곧~ 상무님은 파리목숨" 부장들 책상 뺀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최근 재계에서 임직원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회자되고 있는 기업들의 임직원들은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부장급의 불안감이 크다는 후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 2분기 3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다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더 이상 현 인력으로 회사를 이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키지 못할 약속
구조조정 1순위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당시만해도 “인력조정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회사 측이 밝힌 자구계획안에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3개월을 못가고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임원과 고직급자를 줄이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55명의 임원 가운데 13명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임원 30%가 줄면서 부문, 팀, 그룹 등의 숫자도 3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전사적으로 사업과 자산을 축소·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책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말이 돌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규모가 최대 1500명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수는 1만3248명이다. 따라서 모든 임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특히, 구조조정의 칼날이 부장급 직원에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조선 빅3 가운데 인사적체가 가장 심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급에 실패한 부장들은 언제 책상이 빠질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별 임직원 정리 계획안 구체화 
대규모 인력 감축…선별 기준 부장급
 
예상대로 대우조선해양은 부장급이상에서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감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감축 규모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보고 있는 현재 인력 감축 규모는 최대 400명 수준이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5%도 안 되는 숫자지만 부장급 이상에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장들에게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 통상 입사 17∼18년차 되면 부장을 다는데, 1∼2년차 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이와 함께 권고사직 절차도 밟고 있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퇴직금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감축 대상에게 지급하는 위로금은 연차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가장 많이 받는 경우 31개월분 월급(1억 4000만원)이다.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업체보다 30∼40% 정도 적은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보니 이들에게 돌아가는 명퇴자금이 적을 수 있다”며 “다만 회사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기업도
칼바람 쌩쌩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그룹 삼성그룹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대우조선해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장급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에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독특한 구조조정 방식으로 직원들을 배려했다. 최근에는 퇴직 예정인 임직원에게 베트남 사업장 이동을 제안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제조, 생산 관련 인력 일부를 본사에서 퇴직시킨 뒤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만년 차장, 부장들을 권고사직 하는 대신 베트남 법인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해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직원들의 반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차·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노조의 반발에 전직원으로 대상자가 확대됐다. 지난 2분기 삼성중공업은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말이 흘러 나왔다. 앞서 임원 30%를 감축한 점을 감안하면 최대 1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부장급 직원으로서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차장·과장급으로 확대되면서 한 숨 돌리게 됐지만 통상 부장급의 구조조정의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자리보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도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따라 남는 유휴인력을 줄이는 모양새다. 대상은 업황부진까지 겹친 건설 사업부다. 간부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부장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기도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조정 대상자는 승진에 실패한 부장을 중심으로 차장까지다.
 
삼성전자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고 1년간 장기휴가를 보내 기본급을 준다는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1년 후 회사에 복귀할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한다. 삼성생명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전직 프로그램을 통해 20%의 인원을 감축한 데 이어 장기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
감춰진 불안요소
 
현대중공업도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있다. 특히, 부장급 직원의 불안감이 크다. 표면적인 구조조정 불안요인은 악화된 업황과 부진한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빅3 가운데 유일하게 7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실적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
 
해당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이 1000명에 달할 정도로 희망퇴직의 압박 수위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직무역량 향상 교육을 실시했다. 내부 직원 사이에서는 직무역량 향상 교육이 사실상 직원 퇴출교육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내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후문이다.
 
 
회사 측은 직원 달래기에 들어갔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지난 6월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재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도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지금부터 우리의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힌 것. 하지만 신뢰감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단 구조조정의 명분이 된 향후 실적 전망이 부정적이다. 지난해 3조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47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도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업계는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살벌한 소문에 ‘덜덜’
늙은 부장님이 희생양
 

특히, 전 임직원 가운데 부장급 직원들이 퇴직 불안감은 높다. 현대중공업노조가 공개한 문건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1차로 사무관리직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한 뒤 2차로 장기근속 여직원을 감원하는 사측의 계획을 담고 있다.
 
2차 구조조정까지는 지난 3월 해당 여직원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문서 상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2차 구조조정이 마무리 된 이후 3차에는 15년 이상 근무한 차부장급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부장급 직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
 
문건에 드러난 3차 구조조정 계획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14년 이상 근속 ▲차장 8년차 이상 ▲1961년 이전 출생자 ▲부장 6년차 이상 ▲부서장 평가 성적 하위 30%’다. 회사는 4가지 요건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우선 정리해고 대상자로 분류하기로 했다.
  
문건이 노조에 의해 공개됐을 당시 회사는 사실과 다른 괴문서라고 일축했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문건의 내용과 구조조정 일치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문건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현재의 상황에서 부장급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후 경력직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차질을 빚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200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사측이 그동안 무리한 구조조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변화된 인식

부장의 애환
 
각 사 부장급들은 회사의 위기에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란 벼랑끝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임원 진급을 앞두고 회사 조직을 이끌 인재상과 맞지 않으면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논리 때문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부장급 직원 한명이 나가면 신입 직원 3명을 뽑을 수 있다는 논리가 생겨나면서 부장들의 말 못한 고민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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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