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프린터 화가 송영후

붓 대신 마우스 잡고 콜라주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27일까지 '프린터 화가' 송영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 제목은 'COLOR OF AGE-시대의 색'이다. 회화에 대한 끝없는 고찰 끝에 캔버스 대신 프린터에 주목한 그는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색다른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송영후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도스에서 열리고 있다. 두 번째 개인전의 제목은 'COLOR OF AGE-시대의 색'이다. 송 작가는 붓 대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과거와 대화

송 작가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집단적 기억을 '마술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에게 그림은 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텍스트가 아닌 점의 조합으로 이뤄진 추상적인 표현물이다.

작가는 각각의 이미지를 디지털로 기록한 뒤 가상의 공간에서 콜라주한다. 모든 가상의 이미지는 '0'과 '1'의 연산으로 만들어진 점의 결합체다. 가상의 점은 가상의 선을 구성하고 가상의 선들은 가상의 색을 띤다. 점에서 출발한 콜라주는 집단적 기억과 중첩돼 프린터로 출력되는 과정에서 물성을 획득한다. 0차원 점의 세계에서 2차원 평면 세계로 환원되는 것이다.

자연을 모방하면서 발전한 그림은 자연 외의 것도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의미를 지닌 평면'으로서의 추상회화는 예술의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인정받았다. 송 작가는 우리의 기억을 '언어' 형태가 아닌 해독 불가능한 피상적 이미지로 대체해 기록할 수 있다는 명제에 도전한다. 이미 우리 주변엔 해독 불가능한 텍스트 혹은 본래의 의미가 굴절된 이미지가 넘쳐난다.


송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색은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고도로 추상화한 기표라고 할 수 있다"라며 "각각의 추상적 자질들은 하나의 체계를 구성한다"라고 적었다. 또 "회화는 이러한 체계를 '기록'해 놓은 것"이라며 "이 기록은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실현을 전제한다"라고 설명했다.

회화에 대한 끝없는 고찰
색을 디지털로 변형 표현

작가의 이 같은 고민은 근대회화의 죽음에 대한 고찰에서 비롯됐다. 송 작가에 따르면 그림은 특정한 표현방식 혹은 절대적인 메뉴얼을 계승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회화와 회화가 아닌 것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회화'라고 지칭하는 시각적 결과물은 공통된 속성을 지닌다.

송 작가는 회화가 만들어진 서로 다른 시대상에 주목했다. 묻히고 칠하는 물리적 행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인류는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회화를 제작했다. 고대 인류는 동굴의 벽에다 색이 있는 흙으로 감정을 표현했고, 중세 인류는 자신들이 발명한 종이나 천에 안료와 붓을 사용해 그림을 꾸몄다. 어느 시대나 가릴 것 없이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최선의 재료로 그들이 바라본 세계, 혹은 그들이 믿고 있는 세계를 물리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근대 과학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회화는 그 모습을 달리하며 새로운 시각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송 작가의 작업은 일상적 풍경을 디지털카메라에 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건의 기록은 카메라를 통해 디지털로 변형되고, 다시 컴퓨터라는 공간에서 픽셀 단위로 쪼개진다. 이 같은 가상의 이미지는 프린터라는 매체를 거쳐 실존하는 이미지로 탄생한다. 작가는 오늘날의 방식으로 과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기록

그에게 프린터는 붓과 같다. 여러 번 인쇄되고 캔버스에 중첩되는 과정에서 송 작가의 회화는 '오리지널리티'(원본성)를 확보한다. 송 작가의 질문은 현대회화에서 묻히고 칠하는 행위란 과연 무엇이고,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진 이미지와 가상이라고 믿고 있는 회화적 이미지의 경계는 무엇인지이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회화적 전통성에 충실한 송 작가의 실험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송영후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회 COLOR OF AGE(갤러리도스) 일상의 상(갤러리도스)
▲단체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경동 스타제이드 갤러리 등 4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