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착해진 롯데 속사정

“짠돌이 회사가 달라졌어요”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그룹이 착해졌다. 사회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좋은 기업이미지 만들기에 한창이다. ‘짠돌이’로 소문난 롯데그룹이 공들여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는 이유를 분석했다. 

 
롯데는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3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사회공헌 비용은 390만원에 그쳐 ‘짠돌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사회 눈맞추기
 
사회적인 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는 유통업체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그룹에 내려지는 일반적인 평가다. 이는 유통업체를 통틀어 매출액 대비 1%도 안 되는 기부액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 유통업체의 강자 롯데그룹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전사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출범한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사회공헌 사업이 ‘묵직’하게 진행되리라는 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문화재단은 2020년까지 2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의 개인 사재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롯데는 사회적인 약자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와 함께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여성이 마음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맘(mom)편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롯데는 상생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신 회장은 강석윤 롯데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전 계열사 노동조합위원장, 근로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식’을 열었다. 일반적인 노사 관계를 다지는 자리에서 가족경영과 상생경영을 우선 강조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롯데그룹의 사회적 역할 강화를 두고 ‘왕자의 난’으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롯데가에 발생한 왕자의 난은 그룹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왕자의 난 과정에서 나온 롯데그룹의 국적논란,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문제가 롯데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호텔롯데의 매출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 2곳이 올해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재입찰에 들어가는데 악화된 여론 탓에 특허권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사회와 상생 강조 좋은기업 만들기
공헌활동 팍팍…정관계에 굽실굽실
 
신 회장 개인으로서는 왕자의 난을 마무리 짓고 그룹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이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부의 드라이브가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롯데그룹은 정부와 국민에게 낮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분석이다.
 
신 회장의 이같은 스탠스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17일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 회장은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후 롯데그룹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은 롯데리아 치킨·햄버거 배달은 즉각적으로 중단했으며,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은 한식뷔페 역시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백화점 사업과 관련해 협력업체를 힘들게 하는 상품구성과 인테리어 비용 전가의 상황도 개선키로 했다. 이 정도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예스맨’과 같은 모습이다.
 
또,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에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말고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정부를 지원 사격했다. 신 회장의 한마디는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신 회장의 입김이 반영돼 롯데백화점이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오는 18일까지 1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노마진으로 풀 예정이다.
 
 
또한 국민정서가 악화된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불투명한 순환 출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 회장은 분주한 모습이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이 가지고 있던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는 등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또,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규모가 되는 계열사들이 상장 고려대상이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당초 올해말까지 마무리 짓겠다던 순환출자 구조 개선작업이 10월말까지로 단축될 전망이다.
 
롯데가 최근 북한의 포격 도발 때 전역을 연기한 장병 10명을 정식 채용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 장병들에게 대기업 특별 채용이라는 ‘선물’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그 의도에 대해 뒷말이 나온다.
 
일본 기업 논란이 있었던 데 따른 발빠른 이미지 개선 작업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하는 한편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정부 눈치보기가 심화될 경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어 완급조절이 필요하고 덧붙였다.
 
정책 발맞추기
 
현재 정부는 롯데그룹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은 모습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국감에서 “지난달 국감 때 지배구조와 관련된 자료 제출에 롯데에게 한 달 여유를 준다고 했다”며 “자료를 오는 16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법 규정에 의해 원칙대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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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