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2)정옥현 무송종합엔지니어링 대표

1조대 분양사기 10년째 법정공방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2화는 551억9500만원을 체납한 무송종합엔지니어링 대표 정옥현씨다.

국세청이 공개한 6609개의 고액체납 법인 가운데 체납액 기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회사가 있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516억500만원을 체납해 전체 8위에 랭크돼 있다. 건설 업종 가운데는 1위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하 ㈜ 부호 생략)은 지난 2008년부터 부가가치세 등 29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납부기한은 2010년 12월31일까지다.

1조대 매출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2009년 7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13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23억3500만원이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의 등기상 대표는 정옥현씨다. 정씨 개인은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정씨는 2009년부터 국세청이 과세한 양도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11억1600만원이다. 정씨는 같은 해 7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6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고지한 체납액은 1억3900만원이다. 정씨 및 정씨가 대표로 등재된 회사 앞으로 달린 세금의 합은 확인된 것만 551억9500만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의 201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표 정씨는 지분 20%만을 소유한 3번째 주주였다. A씨와 B씨는 각각 30%의 지분율을 기록해 정씨보다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2011년까지 법인 대표는 정씨가 아닌 김모씨였다. 김씨는 2005년부터 무송종합엔지니어링 대표직을 수행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피면 등기임원 가운데 강모씨가 눈에 띈다. 강씨는 정씨와 함께 무송종합엔지니어링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강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한 대기업 건설사 전무를 지낸 바 있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체납한 거액의 세금과 관련해 강씨는 키를 쥔 인물로 꼽힌다.

대표 정씨 및 강씨는 각각 807명의 분양 피해자로부터 피소돼 10년 가까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7년 2월 분양 피해자들은 정씨와 강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발단이 된 사건은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SK뷰아파트 분양사기 의혹이다.

사건은 지난 2004년 5월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부산 남구 용호동 일대 아파트 건설 사업시행자 지위를 획득하면서 시작됐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사업시행자가 되기까지는 복잡한 사건 경과가 있다. 국유지 불하와 토지 원소유주 간의 다툼, 최초 사업시행자의 부도 등이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2002년 무렵부터 용호동 개발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전면에 나선 건 2004년이다.

대법원 판결문과 공공기관 발급 문서 등에 따르면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2004년 8월 용호동 산 185-1 외 34필지에 총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15개동을 신축하기로 하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사업기간은 2004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로 예고됐다.

2005년 9월28일 허남식 당시 부산광역시장은 대지면적 16만9840㎡, 연면적 66만6123㎡ 규모의 사업 승인·변경 고시를 공고했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의 대표는 김씨였고, 이들이 신고한 사업비는 무려 1조3857억3796만원이었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1994년 5월 설립된 부동산 개발회사다. 서울 마포 주상복합(655가구), 부산 반여동 공동주택(744가구), 사직 도심지(1030가구) 재개발 사업에서 컨설팅을 맡았다. 오륙도SK뷰아파트 건축은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직접 분양을 맡은 사실상 최초의 사업이었다.

서울시 24억7400만원
국세청 527억2100만원
부산 용호동 개발사업 도중 부도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용호동 일대를 관광지와 주거단지를 융합한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분양광고에는 Sea-Side(씨사이드)가 조성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씨사이드는 해양공원을 가리킨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수분양자에게 "오륙도SK뷰아파트가 해양공원아파트라는 특징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앞 해안가에는 호텔, 컨벤션센터, 콘도, 워터파크, 쇼핑몰, 씨푸트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해양공원이 들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씨 등은 해양공원이 완공되지 않으면 아파트 준공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광고했다. 실제 부산시는 2006년 5월 씨사이드를 관광지구로 확정하는 안에 사인했다.

같은 시기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강원 원주시 호저면 '대명원' 개발에도 관심을 보였다. 총 2000억원을 투입해 2007~2010년까지 대명원 일대 17만평을 생태단지와 최첨단 기능을 갖춘 뉴타운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사업 파트너로는 SK건설이 고려됐다. SK건설은 오륙도SK뷰아파트의 시공사이기도 했다. 2004년 10월 SK건설이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맺은 원도급가액은 6246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의 실제 대표로 의심된 강씨는 SK건설 출신이다. 강씨의 동생 역시 같은 회사(SK건설)에 재직 중이었다. SK건설은 용호동 개발 과정에서 자체 감사보고서에 오륙도SK뷰아파트 도급금액을 5730억원으로 기재해 논란이 됐다. 두 회사 간 도급금액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무당국은 사라진 수백억원에 대해 무송종합엔지니어링 측에 세금을 물렸다.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 가운데는 대주건설이 있었다. 허재호 당시 대주건설 회장은 SK건설로부터 받은 공사비 112억원을 횡령했다. 풍림산업 역시 3400억원을 들여 짓겠다던 해양공원 조성 사업에서 발을 뺐다.

반면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의 매출은 2005년부터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2005년 2335억원, 2006년 3276억원, 2007년 3260억원으로 3년 동안 약 9000억원을 관리했다. 2008년에도 35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2007년 2월부터 이미 위기를 맞고 있었다. 수분양자 1000여명은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SK건설과 함께 과장 분양광고를 했다"라며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시행사가 해양공원 조성을 사실상 포기하자 분양계약을 취소하며 중도금 납부를 거부했다. 광고만 믿고 인근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기나긴 법정공방에 휘말렸다.

대법원은 올 7월에서야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SK건설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들은 각각 허위·과장 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지급할 위자료는 120억원 규모다. 단 대법원은 일부 법리적 판단의 오류를 지적하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대기업과 한몸

법정에서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SK건설에게 2009년 시공사의 지위를 양도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은 유동성 위기를 겪다 2010년 사실상 폐업했다.

같은 해 국세청은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이 폐업 전 미개발된 씨사이드 부지를 담보로 550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동양증권에 신탁하자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세금·압류를 피할 목적으로 허위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동양증권의 손을 들었다. 세무당국의 압류조치는 자동 해제됐다. 500억원대 체납 세금을 해결할 마지막 방도가 사라진 것이다. 씨사이드 개발은 10년째 보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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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