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20년만에 돌아온 재미화가 윤경렬

"삶의 진실을 찾아 그립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재미 중견화가인 윤경렬이 모국에서 20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윤경렬 작가 측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오는 13일까지 개인전 '여정(Journey)'을 발표한다"라고 알렸다. 이번 개인전은 알루미늄 소재를 재활용한 리사이클(Recycle) 연작을 비롯해 모두 25점이 전시된다. 우리 주변의 시각적 영감을 깊이 있게 풀어낸 윤 작가의 조형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려진 일회용 알루미늄 박스가 세련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자르고, 다듬고, 두드리고, 이어 붙인 알루미늄 소재의 작품들은 자연과 도시, 나아가 우리의 굴곡진 삶을 연상시킨다. 세심한 수작업으로 빚은 작품들은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환경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선사한다.

세심한 수작업

재미 중견화가인 윤경렬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오프닝 리셉션을 열었다. 전시 제목은 '여정(Journey)'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재활용한 리사이클 연작 등 모두 25점이 관객을 만났다. 윤 작가의 국내 개인전은 20년 만이다.

그간 페인팅 작업을 주로 선보여 온 윤 작가는 틈틈이 플렉시 글라스를 이용한 작업을 시도했다. 소재의 외연을 넓히던 중 알루미늄이란 '선물'을 만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미국 뉴저지 리버사이드 갤러리에서 사용된 알루미늄 박스가 발단이 됐다. 부인 윤승자씨가 관장인 리버사이드 갤러리는 각종 전시 때마다 리셉션 음식을 알루미늄 박스에 담아 관객에게 제공했다.

윤 작가는 제공된 알루미늄을 그대로 버리면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라 어겼다. 알루미늄을 하나둘 모아 컨테이너에 저장했고, 이 과정에서 작품이 될 만한 영감을 떠올렸다. 뉴욕아트페어에 첫 작품이 나오자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윤 작가는 여세를 모아 지난해 서울 KIAF 아트페어에 참가했고, 당시 유나이티드 갤러리 측은 윤 작가에게 개인전을 제안했다.


이번 리사이클 연작은 "지울 수 없는 상태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넬 8개로 이뤄진 'Recycle 350cm x 290cm'의 대작을 비롯해 평면 작품 12점(플렉시 글라스 4점, 페인팅 8점)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됐다.

알루미늄 소재 재활용한 리사이클 연작
우리 주변 시각적 영감 깊이 있게 풀어

미술사학자이자 평론가인 로버트 모건은 "윤 작가의 밝고 생기 있는 연작들은 변형된 알루미늄이 주는 시각적 효과와 자연의 모습을 상징적인 화자로 풀어내고 있다"라며 "2개와 4개의 판넬로 이뤄진 작품 'Wind'는 세상이 보이는 것처럼 단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라고 설명했다. 또 모건은 윤 작가의 연작을 일컬어 "진실을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윤 작가는 세월호 참사 150일을 계기로 '세월호 시리즈' 7편을 잇따라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검은색 선체 바닥과 거친 파도로 묘사된 추상적 이미지에 노란색 리본을 수놓았다. 그 옆에는 한글로 '엄마 사랑해'란 글귀를 적어 단절되고 파괴된 마음을 형상화했다. 윤 작가는 세월호 시리즈에서 네 개의 캔버스로 분할한 400호 대작을 선보이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윤 작가는 자신을 표현주의 화가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정의내릴 순 없지만 인상파적 요소도 있고, 초현실주의의 영향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림은 내면에서 울려 나온 '시상'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표현주의 계열

한국에서 시작해 스페인, 중국, 미국 등으로 떠돌았던 과거는 그의 현재 모습과 긴밀하게 연결됐다. '나는 떠도는 삶이었다'라는 작업노트처럼 윤 작가의 긴 인생 여정은 굵은 선과 다채로운 색,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그림으로 수렴됐다. 낮선 곳으로 떠난 여행자마냥 늘 새로움을 갈구하고 기대하는 윤 작가. '두려워말고 미지의 길을 찾아 떠나라'고 제안하는 전시 '여정'은 오는 13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윤경렬 작가는?]

전남 강진 태생의 윤경렬 작가는 동아미술제와 군산 K.I.S, 국제현대미술제, 서울현대미술제에 꾸준히 참여하고 1996년 예술의전당 갤러리 이콘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그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미술대학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유럽에서 7년간 작품 활동을 했다.

폰페라다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유럽 평단에 이름을 알렸고, 마드리드 국립대학 전시회를 비롯, 1994년 ABC와 El Pais 양대 신문사가 주최한 전시회에 초대됐다. 또 스페인 현대미술박물관전에 참가하는 등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벌였다.

1995년 미국에 이주한 후 뉴욕과 마이애미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중국 상해 리우 하이수 미술 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갖는 등 다양한 지역의 갤러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 작가의 작품은 중국 상해 리우 하이수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미술대학교, 마드리드 대사관, 상해 대사관, 예술의 전당, 스페인 레온의 카카벨로스, 세고비아, 갈리시아 등 다수의 뮤지엄과 갤러리에 소장돼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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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