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차대전' 사생결단 총수 4인4색 출사표

한자리씩 나눠먹기?…1곳은 맨손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운영권(특허권)을 두고 한바탕 전쟁이 열렸다. 전쟁에 참여한 기업은 롯데, SK, 신세계, 두산 등 4개 기업. 각 기업 오너들도 덩달아 바쁘다. 저마다 면세점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관세청은 지난 7월 총 4곳의 시내면세점 신규운영권을 부여한 심사를 진행한 데 이어 올 11∼12월 서울 3곳(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부산 1곳(신세계 조선호텔면세점)에 대한 운영권 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들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입찰 신청서를 받아 본격적인 2차 면세점 대전의 서막이 열렸다.
 
[ 위기에 몰린  ]
[롯데, 사수작전]
 
롯데는 오는 12월 롯데면세점 두 곳(서울 소공동 본점·잠실 롯데월드점)의 특허권이 끝나면서 수성을 해야하는 입장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면세점 운영권을 유지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는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세점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동빈은 이날 국감에서 면세점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깊은 점을 무기로 운영권 유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 회장의 계획은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비전2020’에 담겼다. ‘비전 2020’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의 면세점인 소공동 본점의 비전을 ‘The Best’(최고 그 이상의 면세점)로 만들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13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직접 유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00만명, 2017년 240만명, 2018년 270만명, 2019년 300만명, 2020년 34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또 롯데면세점은 세계 12개 지점 19개 영업사무소를 기반으로 한류 스타 콘텐츠 상품 개발, 해외 관광박람회 개최, 크루즈 관광 상품 개발, VVIP 퍼스널 쇼핑 컨시어지 운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외국 관광객 유치를 통해 5년 간 29조원의 외화수입을 올려 관광수지 흑자국 전환에 기여하는 한편 19조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 및 업계 최다인 9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서울·부산점 운영권 두고 전쟁 서막
4개 기업 참여…불꽃튀는 경쟁 시작
 
아울러 한국 면세시장을 한 단계 재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잠실 월드타워점을 차세대 세계 최고의 관광메카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부적으로 강남역·가로수길·코엑스몰·석촌호수·올림픽공원 등 강남의 주요 관광 거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강남 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강남과 강북을 잇는 시티투어버스를 별도로 운영해 강북의 외국 관광객을 강남으로 적극 유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강남권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전통시장 먹자골목 관광 상품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명동지역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방안으로는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 있는 ‘스타에비뉴(Star Avenue)’에 초대형 LED 디지털 터널을 설치해 관광 명소화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건물 외벽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쇼(건물 전체 외벽에 빛을 사용해 이미지와 의미를 만드는 미디어 아트)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비전 2020’에는 다양한 상생문화 확산 방안도 담겼다. 롯데는 올해를 사회공헌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올해 180억원의 예산을 배정, 취약계층 자립 지원기관에 102억원을 기부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2016년까지 중소기업 브랜드 매장을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 창원, 청주, 양양 등 지방의 중소 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유치 지원 등 동반성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롯데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면세시장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며 “35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인프라, 노하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강화시켜 우리나라 관광산업 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 개인적으로도 위기탈출을 위해 이번 면세점 특허권 유지가 중요하다. 최근 롯데가는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겪었다. 따라서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신 회장이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을 가져온다면 회사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회장님 복귀한] 
[SK, 확장 박차]
 
SK도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면세점 운영권을 지켜야 한다. 특히 이번 면세점 수성 여부는 최태원 회장에게 중요하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복귀한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그는 휴일도 반납한 채 경영 일선에서 회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이한 면세점 대전은 그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다. 최 회장의 워커힐면세점 수성 의지는 강하다. 최 회장이 면세점을 ‘카 라이프(Car Life)’, ‘패션’와 함께 3대 신성장 사업으로 꼽으면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면세점에 대한 역량을 전사적으로 집중할 것을 당부했을 정도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지난 1차 면세점 대전에서 5500억원을 면세점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후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규모를 기록했다.
 
 
최 회장의 면세점을 향한 의지는 이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당초 워커힐면세점 한 곳에 신청서류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막판에 2곳(워커힐, 롯데월드타워점)에 특허권 입찰을 신청했다. 기존 워커힐면세점 수성을 위해서 SK는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인 워커힐호텔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VIP라운지를 운영하며 프라이빗 컨설팅을 제공한다. 아울러 워커힐면세점은 시계·보석 전문 부티크를 국내 면세점 가운데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입찰 부지인 동대문 지역은 지난 7월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경쟁 당시 입지로 삼은 동대문 케레스타 빌딩을 다시 내세웠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유일하게 건물 지상층에 30대가 넘는 대형버스 주차장을 보유해 교통 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SK는 케레스타 빌딩에 1만6259㎡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1차 수모 당한 ]
[신세계, 복수극]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은 이번 면세점 대전에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허지역 4곳 모두 신청서를 제출한 것. 지난 7월 1차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정 부회장에게는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신세계그룹이 노리고 있는 시내면세점은 기존 부산 시내면세점 조선호텔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 롯데소공점, 롯데월드점 등 서울 시내면세점 세 곳이다. 다만 정 부회장은 이번 입찰 경쟁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를 밀어주기로 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고의 유통 노하우를 갖춘 소매유통전문기업으로서 기존 사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준비된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프리미엄아웃렛 사업 등 85년 역사의 유통업 경험을 기반으로 면세사업 역량을 총 결집하면 관광산업 진흥 및 경제적 파급효과, 고용창출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각사 오너 자존심 건 한판승부
경제발전·지역상생 비전 제시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강북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제안하고 부산지역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에 특허신청을 내기로 했다. 부산의 경우 기존 파라다이스 호텔에 위치한 면세점을 신세계 센텀시티 내 B부지로 확장 이전해 제안키로 했다.
 
기존 6940㎡(2100평) 매장에서 내년 초 오픈 예정인 B부지에 8600㎡(2600평) 매장으로 더 넓어지게 된다. 신세계측은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 주변의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부산지역 경제 및 외국인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는 “서울의 경우 한국 관광 1번지인 명동지역에 남대문시장을 연계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쇼핑관광단지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라며 “부산지역의 경우 신세계 센텀시티로 확장 이전시켜 부산관광의 아이콘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특허권 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돌파구 찾는 ]
[두산, 도전장]
 
박용만 회장이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약 1만7000㎡(약5143평) 규모로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시내 면세점 세 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플랜트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면세점 사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면세점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점이 상대적인 약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박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폭넓은 재계의 인맥을 갖고 있는 점과 두타 운영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두산은 지난달 29일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만들어 동대문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두산은 동대문 두산 타워를 입지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에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산 측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 조성을 위해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현재 검토 중)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면세점 운영 성과를 직접 공유하는 차원에서 동대문 지역 브랜드를 발굴, 입점시킴으로써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제품 판매 면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갖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두타와 연계해 두타에서 발굴하고 육성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글로벌 판로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영업이익의 일정액을 지역에 환원하고 동대문 문화 관광 자원 개발, 지역 소상공인 맞춤형 복지 제공, 동대문 쇼핑 인프라 개선, 관광객 유치 및 해외 마케팅 활동 등도 추진키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대문 두타는 별도의 섬처럼 혼자 존재하는게 아니라 상권 중심에서 한 부분으로 녹아 들어 있기 때문에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주변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세점과 연계한 관광, 쇼핑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동대문 상권 자체를 방사형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