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박근혜정부 폭풍사정 막후

위기의 영일만 친구들 '아~옛날이여!'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경북 영일·포항 출신의 공무원(5급 이상) 모임인 '영포회'는 지난 정권 당시 청와대를 비롯해 정·재계의 요직을 꿰찼다. 영포회와 가까우면 권세를 누렸고, 일부는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그 정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실세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진용을 꾸렸다. 정권이 바뀌고 3년차가 돼서야 영포회에 대한 사정작업이 재개됐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영일만 친구들'을 함께 불렀던 이들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SD(이상득 전 의원)까진 가지 않겠어? 모르지. 중간에 나도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자세한 건 지켜보자고."

지난 4월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의 향배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3월30일자 '표적수사설 포스코 사정 난항 막전막후'란 기사에서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알린 바 있다.

이상득 조준
포스코 사정

포스코에 대한 사정작업은 올 1월 초 시작됐다. 사실상 BH(청와대)가 내린 하명수사다. 핵심 의혹 가운데 새로운 것은 없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벌이기 위한 구실 찾기에 골몰했다.

이 와중에 포스코 동남아사업단 부실 감사 결과가 검찰에 포착됐다. '정준양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던 내부 인사는 검찰 및 신문기자와 접촉했다. 유명 언론매체가 취재에 들어가자 포스코가 '억대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은 이번 수사 초기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통해 이상득 전 의원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양정(정준양·정동화)으로 향하는 '인의 장막'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지름길'로 삼았던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수사 역시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당초 검찰은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수사해 이 전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려 했다. 하지만 배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다.

지난 정권 당시 검찰이 묵살한 정 전 회장의 배임 의혹이 새로운 것 마냥 언론에 터져 나왔다. 검찰 안팎에서 '무리한 수사' '뒷북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수사 선상에 오른 10여개의 하청업체 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무렵 'SD'라는 이름이 언론사 사회면에 등장했다. 애피타이저보다 메인요리가 먼저 나온 격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된 후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가 돌연 '이상득 카드'를 꺼냈다. 수사 방향을 돌리자 물꼬가 터졌다.

경북 영일·포항 출신들 나란히 수사선상
포스코 수사로 물꼬…이상득 소환 초읽기

검찰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과 티엠테크 간 부당거래를 적발했다. 티엠테크는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대표를 역임한 회사다. 박씨는 정 전 회장의 취임과 함께 티엠테크 지분을 매입해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또 처가쪽 인척을 동원해 10억여원의 임금을 챙겼다. 이 중 일부는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계좌를 확인하는 한편 이 전 의원과 관련된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검찰은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또 다른 축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된 '보은 인사' 의혹이다. 지난 2009년 포스코 회장 자리를 놓고 정 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은 이달 초 비밀리에 검찰에 소환됐다.


윤 전 회장은 박 전 차관으로부터 직접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차관은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관계자들과 만나 "정준양을 회장으로 뽑으라"라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영준과 만나려면 수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또 박 전 차관이 몇몇 이권에 개입했다는 투서도 돌았다. 여러 정황상 박 전 차관은 잠재적인 수사대상으로 지목된다. 또 소문의 진위와는 별개로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의 '분신'을 자처해왔던 만큼 검찰 소환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검찰 입장에서 포스코 사정은 언론플레이만 잘하면 실패할 수 없는 수사다. 사건에 연루된 정치권 이해관계자가 많은 탓이다. 보은 인사 의혹은 이사회 당시 의결권을 갖고 있던 안철수 의원을 겨눌 수 있는 꽃놀이패다. 포스코 협력사와 결탁해 금품을 전달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역시 검찰 소환이 불가피하다. 이 의원은 포항에서만 4선을 한 중진의원이다.

고개 숙인
영일만 친구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 MB연대도 수사대상이다. MB연대 대표 한모씨가 대표로 있는 청소 용역업체 E사는 티엠테크와 유사한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 받아 이득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키맨'들의 혐의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유보를 거듭했던 정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재검토되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 관계자는 포스코 수사가 "이 전 의원과 영포회를 노린 기획수사"라고 말했다. 수사 핵심 증인을 보호해가며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한 검찰은 수사 착수 6개월여 만에 '영일만 친구들'을 사면초가로 내모는 데 성공했다. 수사가 지연되면서 탈도 많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이뤄냈다는 평가다.

단 현 수사팀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까닭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껏 나온 것 외에 큰 건이 몇 개 더 있는데 할지 안할지는 다음 수뇌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귀띔했다. 힘을 잃은 김 총장 대신 포스코 수사와 관련한 주요 '사인'은 청와대에서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막을 올린 대한체육회 수사는 영포회 사정의 연장선에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실질적인 타깃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6월10일자 '<단독> 검찰, 문체부-대한체육회 갈등 내사 왜?'라는 기사에서 검찰의 사정 움직임을 전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내사는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권력다툼이 빌미가 됐다. 정부 및 여당의 시각에서 대한체육회는 포기할 수 없는 '표밭'이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대한체육회는 선거를 앞두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이다.

바꿔 말하면 대한체육회 수사는 김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가 바닥났음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과 동창이며, 영포회의 일원으로도 알려졌다. 체육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옷을 벗기고 믿을만한 친박 인사를 대한체육회 수장에 앉히려는 속셈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포스코 판박이
농협중앙회 수사

농협중앙회에 대한 수사도 가속이 붙었다. 검찰은 'MB맨'으로 분류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3일 검찰은 서울 충무로의 한 인쇄업체를 압수수색해 농협중앙회와의 거래내역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측근인 손동우 전 경주 안강농협 이사가 해당 업체에 발주 물량을 몰아준 뒤 뒷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농협물류의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손 전 이사를 구속했다. 검찰은 손 전 이사를 통해 최 회장의 비리를 들춰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제 시중엔 농협의 대형 공사 발주와 관련한 범죄 첩보가 나돌고 있다. 최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이 연루됐으며, 한 방송사가 취재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 회장은 올해 말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총선 출마를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함께 공천은 물 건너 간 모습이다.

민영진 전 KT&G 회장에 대한 수사도 영포회 사정의 한 갈래로 여겨진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과 민 전 회장 모두 MB때 사람인데 VIP 입장에선 곱게 보일 리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체육회·농협·KT&G 동시수사…영포회 타깃
총선 앞둔 TK연합 SD 공천비리 '만지작'

검찰은 지난달 13일 KT&G 협력업체 3곳의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의 몸통으로는 민 전 사장을 직접 언급했다. "협력업체가 만든 돈이 민 전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민 전 사장이 자회사를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시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7월29일 KT&G 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의 칼날은 모두 '영포라인'을 향하고 있다. 정치성향으로 보면 친이계다. 같은 경북 출신이라도 범대구권(친박계)과 범포항권은 결이 다르다. 때문에 이번 수사는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친박계가 친이계를 손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유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유력하다. 포항 일대의 패권을 쥐고 있는 영포회를 공격해 그들이 선거에 나서거나 도움을 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포항 패권의 맨꼭대기에는 MB, 바로 이 전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정부의 이번 MB사정은 유착 구조에 초점을 맞췄던 '방산비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현직 국회의원을 직접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연루된 공천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끝냈다. 경북 지역 현역 국회의원 A가 내사망에 걸려들었다.

A의원은 포스코와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정부 당시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이 경북지역 각 지역구를 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A의원으로부터 수억원의 공천헌금을 챙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지역구 조정 과정에서 낙오한 일부 현역의원은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다수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유하자면 모와 정을 들고 박힌 친이계를 빼내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 퇴임 이후가 걸린 선거라 청와대로서는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시형(이 전 대통령의 아들)씨가 이사로 있는 다스(DAS)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흘러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명박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다스는 포스코보다도 수사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리하게  들어갔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있다. 한식 세계화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겨눈 수사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친이계 빼고
친박계 점령

야권이 고삐를 쥐고 있는 4대강·자원외교 비리는 이번 사정작업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이 주도한 모양새라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사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의 소환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정씨는 지난 2011년 최 전 위원장을 대신해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씨의 강제 구인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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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