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쥐락펴락 증권가 슈퍼개미들 정체

대박 아니면 쪽박 ‘중박은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주식시장에서 개미는 약한 존재다. 기관에 치이고 외국에 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개미 중에는 기업의 주가 흐름을 바꿔 놓을 만한 ‘머니파워’를 가진 개미도 있다. 이들을 시장에선 ‘슈퍼개미’라고 부른다. 그들을 조명했다.

지난달 주식시장에 눈길을 끈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박영옥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슈퍼개미 박영옥씨(현 스마트인컴 대표)가 투자한 기업들에 주가조작설이 돌면서 해당 기업들이 줄줄이 하한가를 맞았다. 

잇단 불패신화 
투자처에 관심
 
급락을 맞은 종목을 살펴보면 조광피혁, 대한방직, 디씨엠,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등 박영옥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기업에서 큰폭 하락했다. 금융조사 당국은 공식적으로 ‘박영옥 주가조작설’에 대한 소문에 사실무근이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관련 종목에 대해 모니터링 중인데 시장 루머처럼 세무조사 등 불공정거래 관련 특이사항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시장 심리가 워낙 안 좋고, 악재에 민감한 코스닥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다른 종목 대비 과도하게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박영옥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슈퍼개미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주식시장 판을 쥐고 흔든 박영옥씨는 전형적인 개미의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가난했다. 그래서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는 중졸이었던 학력을 극복하기 위해 방송통신고등학교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후 중앙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중앙대 경영학과라는 학력은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으로 그를 인도했다.
 
졸업 이후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치며 주식시장에서 전문가로 거듭났다. 1997년에는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IMF 여파로 사글세를 전전하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개미가 됐다. 그가 가지고 있던 종잣돈은 4500만원.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2001년 9·11 대테러로 주가가 폭락했을 당시 주식을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남겼다. 이후에도 그는 연 수익률 50%(지난해 기준)의 연 평균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슈퍼개미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있는 자산은 2000억원 수준으로 그는 기업 ‘사냥꾼’의 심정이 아닌 ‘농부’의 마음을 기본으로 하는 투자법을 설파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미다스 손 ‘누구냐 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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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카이스트 교수도 슈퍼개미로 통한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25일 부산방직의 주식을 5%이상 매수하면서 최고주주에 올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주식을 처음 시작한 것은 교수의 월급으로 생활이 빠듯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교수 월급으로 자녀들의 결혼자금과 자신의 노후자금 그리고 생활비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 주식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는 주식관련 책 200권을 구입해 6개월 동안 연구했다고 한다.
 
 
그가 책을 통해 내린 결론은 국내 주식시장이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산대비 시가총액의 수준이 현저히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기본 투자원칙으로 삼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지인과 은행대출을 통해 3억원의 종잣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10년만에 500억원의 자산가가 됐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통한다.
 

손명완씨도 슈퍼개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경리일을 하던 손씨는 외환위기 때 주식을 시작해 숱한 실패를 맛봤다. 여기까지는 개미들이 겪는 흔한 주식 실패담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손씨는 실패를 바탕으로 투자원칙을 세우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장기간 보유한 주식이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
 
가치투자에 눈을 뜬 손씨는 5000만원의 초기 자본금을 1000억원대로 불렸다. 그가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18곳이다. 동원금속의 경우는 22.7%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이들 기업에 자금을 투입했지만 그가 지분을 사고파는 것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손씨의 입김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성훈씨도 로만손의 지분 8.3%(6월30일 기준)을 쥐고 있는 슈퍼개미다. 2003년 처음 주식을 시작한 정씨는 여느 개미와 마찬가지로 감에 의한 투자를 고수했다. 그 감이 처음에는 통한 듯 했다. 초기 자본금 400만원을 처음 투자한 ‘현대상선’은 이라크 발 이슈로 3배 가까이 폭등했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확고한 투자철학
성공투자 밑거름
 
가족들의 돈 1억원을 끌어모은 자금으로 그는 더 큰 수익을 내려했지만 30%에 가까운 돈을 날렸다. 이후 그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업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투자철학을 구축했다. 결국 그는 슈퍼개미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현재 쥐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은 대략 260억원(7월 기준)이다. 중소형 기업들에게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서울대 명예교수 한상진 교수의 아들 한세희씨도 슈퍼개미다. 그가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포항제철 주식을 손주의 명의로 7주를 사주면서 그에게 주식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참여한 것은 대학 3학년(1998년)부터였다. 당시는 IMF로 바닥을 알 수 없던 시기였다.
 
종잣돈은 그동안 모아둔 400만원 남짓. 이 돈은 83억원(7월 기준)으로 불어났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처음 산 ‘나산’의 주식은 매수한지 하루만에 상장폐지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한씨는 모든 생활을 주식에 맞췄다. 온라인 주식투자 모임에 꾸준히 참여했고, 여기서 만난 인연들과 합숙을 하기도 하면서 ‘내공’을 쌓아갔다. 결국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기업을 보는 눈을 키운 한씨는 하이트론씨스템즈를 24.5%(6월 기준)를 보유하면서 이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한 자신에게 수익을 안겨준 회사의 일부 주식(평가가치 3억원)을 해당 회사 임직원들에게 기부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주식의 소유주가 일부 임원급에 주식을 나누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직원들에게까지 주식을 나눠주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을 기부하면서 “돈은 버는 것 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지한씨도 슈퍼개미다.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24억원)이 큰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일제지를 7.19% 보유하면서 3대주주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배씨의 직업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관련 커뮤니티에 반찬가게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반찬가게 슈퍼개미’라는 애칭이 붙었다.
 
부실기업 투자해 수백억원 차익
이면에 투자 기법·의도 논란도
 

이주영씨도 젊은 나이에 투자를 시작해 슈퍼개미로 발돋움했다. 그의 가정형편은 어려웠다. 그의 나이 열일곱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의 유산을 어머니가 주식에 투자하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그렇지만 그는 어머니로부터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레 투자에 대한 지식을 익혔다. 결국 이씨는 스무살 무일푼에서 10년만에 100억대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방송 등에 출연하며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선생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격투가 출신 슈퍼개미도 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는 고명환씨. 고 씨는 연간 1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잘나가던 파이터였다. 프로무대에서 그는 총 11번 싸워 10승(1패)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본인의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격투가의 삶을 접었다. 그는 선수생활을 은퇴한 뒤 대한통운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직장 생활 중에 결혼을 하는 등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나갔다.
 
직장 생활 중 우연히 알게 된 주식시장은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주식을 통해 하루에 수십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파이터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그에게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다. 그가 투자에 나선 시기는 리먼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평가절하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그가 감으로 찍은 주식은 우상향했다. 고씨가 투자한 자본금은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전주, 테마주 등 감에 의존한 투자가 원인이 됐다. 어느새 그는 3억원에 가까운 빚을 져야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 기본으로 돌아갔다.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기초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흐름을 접목시켜 이른바 ‘수급단타매매기법’이라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세운 것이다. 결국 그는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고씨는 연 수익률 10억원을 올리는 슈퍼개미로 성장했으며, 현재 증권투자 아카데미의 스타강사로 개미들에게 투자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전주의 ‘목포 세발낙지’ J모씨는 몰락한 슈퍼개미로 통한다. 90년대 중후반 증권사에서 잘나가던 목포 세발낙지는 이후 개인투자자로 전업했다. 전업 초기 그는 승승장구 했지만 이후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하면서 개미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최근 그는 무리하게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고소를 당했으며, 법원은 기소된 J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몰락한 개미들
의혹의 개미들
 
최근에는 B씨가 슈퍼개미 사칭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인기 케이블 방송 등에 출연하며 국내 최연소 애널리스트라는 점과 자신의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자랑했다. 하지만 A 신문사가 그의 최연소 애널리스트 기록과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미투자자들 사이에 의혹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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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