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자랜드 사기 수배범 고용 논란

사기꾼이 영업하는데 믿고 거래?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전자랜드가 ‘사기 수배범’ 고용 논란에 휩싸였다. 전자랜드 직영점에 입점해 있는 LG전자 영업직원이 사기 수배범이었다는 주장이 나온 것. 문제는 그가 전자랜드의 직원인 점을 악용해 또 사기를 쳤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뒷짐만 지고 있다. 5000만원의 손해를 본 피해자는 막막하기만 하다.
 

전자제품 소매사업장 M매장을 운영하는 J씨는 2015년 3월경부터 전자랜드 경기 모 지점에서 냉장고, TV 등 전자제품을 납품받았다. 당시 LG전자의 제품은 전자랜드 내 LG전자 매장 영업직원 L씨를 통해 물건을 받았다.
 
누구 책임?
 
J씨는 L씨와의 거래에 믿음이 있었다. L씨는 전자랜드 직영 매장 소속 직원이었다. L씨가 건넨 명함에는 전자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L씨는 “전자랜드 직원은 신용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소비자가 전자랜드 직원에 의해 횡령, 사기, 배임 등의 피해를 당할 경우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고 말한 사실도 그에게 신뢰를 주었다. 실제 J씨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전자랜드 직원이 사고를 쳐 물건을 받지 못 하는 경우 신용보증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L씨는 전자랜드의 직원이라는 점을 악용해 사기를 쳤다. L씨가 본인에게 입금해 주면 본인의 전자랜드의 마일리지를 사용하거나 제휴카드로 결제해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3월부터 시작된 거래는 순조로워 보였다. L씨는 3월 주문한 3000만원 가량의 물품을 문제없이 납품했다. 4월과 5월 발주분도 이상 없이 배달했다.
 
하지만 6월 발주분(5월말 입금)에서 사달이 났다. 청소기 100대 중 30대와 빔프로젝트 20대 중 10대에 대한 물품의 납품이 이뤄지지 않은 것.
 

J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L씨는 환불을 미뤘다. 결국 J씨는 지난 6월30일 L씨를 만나기 위해 L씨가 일하고 있는 전자랜드를 방문해 사건 경위서를 받았다. 사건 경위서에 따르면, L씨는 본인의 사기행각을 인정했다. L씨는 자신을 전자랜드 경기 광주점에 근무하는 LG판매 직원이라고 소개하며 “J씨가 부쳐준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다 써 물건을 배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L씨가 운영하는 M매장에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J씨는 신용보증보험을 통해 전자랜드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회사 측의 주장은 L씨와 J씨의 거래가 개인 간의 거래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L씨가 전자랜드 직원이라는 점을 악용해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L씨와 J씨의 거래에서 J씨가 광주에서 돈을 입금하기도 했으나, 전자랜드 매장을 직접 방문해 거래가 이뤄진 경우도 있어 L씨가 전자랜드 직원의 지위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L씨를 고용한 사용자의 책임이 생기기 때문에 전자랜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L씨의 소속이었다. 전자랜드는 LG전자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LG전자에서 인력을 공급받은 형식으로 파견직원을 고용했다. 그런데 LG전자는 A인력업체를 통해 인력을 공급받은 인력을 전자랜드에 공급했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현재 전자랜드와 LG전자 측은 파견직원을 고용한 뒤 발생한 문제라며 A업체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J씨는 “전자랜드와 LG전자가 사기 수배범을 고용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혔는데 파견직원을 처음 고용한 A인력업체에 보상을 받으라는 입장”이라며 “대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깨진다”고 말했다.
 
중고차 사기…직영점 영업직원으로 채용
거래처 상대로 또 사기 “물품대금 꿀꺽”
 

관련 업계의 한 변호사는 “사용자가 직원의 관리·감독 등의 책임이 있어 A사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질적으로 L씨가 일한 곳이 전자랜드이고 전자랜드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면 실질적인 사용자인 전자랜드와 LG전자에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례를 살펴보면 2003년 유사한 소송에서 파견근로자의 파견업무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 파견 사업주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만 파견근로자 선발 및 일반적 지휘감독권 행사에 주의를 다한 때에는 파견 사업주가 아닌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사용사업주가 책임을 진다고 나와 있다.
 
파견업체 A사가 일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선발 및 지휘감독권 행사 범위를 넘어서면 실질적으로 인력을 고용한 전자랜드나 LG전자 측에 책임이 있다는 해석이다. 전자랜드와 LG전자의 법률적인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두고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지만 전자랜드와 LG전자 모두 책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J씨에 따르면 L씨는 지난 2월26일에 의정부 지방법원을 통해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사기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
 
L씨는 조사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 현재 의정부 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상태다. L씨는 벌금을 내다가 수배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J씨 측은 L씨가 전자랜드에 취업한 시기는 3월초이기 때문에 LG전자나 전자랜드가 신용조회를 철저하게 했다면 동종 수법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J씨는 “어떻게 대기업이 사기 수배범을 고용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랜드와 LG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가 사기 수배범 고용과 관련해 회사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전자랜드, LG전자, A사 등 세 기업간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사이 피해자 J씨의 자금 상황이 안 좋아졌다.
 
J씨는 “사기사건으로 인해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전자랜드의 직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 피해를 입었다. 일단 보상을 해주고 향후 책임 소재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원의 업무상 지위를 악용해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신용보증보험을 통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책임 회피
 
현재 J씨는 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책임의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다. J씨는 “그동안 대기업인 전자랜드와 LG전자를 믿고 거래를 해왔는데 사고가 발생하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어떠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J씨는 지난 7월 전자랜드와 LG전자에 사기 내용과 관련된 내용증명서를 보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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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