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 장롱 나체시신 사건 전말

벌거벗겨진 채로…누가 그녀를?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흉흉한 세상이다. 최근 송파구의 한 가정집 장롱서 한 여자의 시신이 나체로 발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떤 이유로 그녀는 어두컴컴한 장롱에 들어가야 했을까. <일요시사>가 사건을 추적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 건물 장롱 속에서 여자의 시신이 나체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의 상태는 구타의 흔적이나 상처가 없었다. 평범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두손 끈으로 묶여 

경찰은 시신을 40대 여성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6일 오후 2시30분쯤 잠실동의 빌라 1층에서 A(46·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래층에 사는 A씨 이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또, 정확한 사망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시신은 발견 당시 나체 상태로 장롱에 있었고, 두 손은 앞쪽으로 모아진 상태에서 플라스틱 끈으로 묶여 있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살해당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면식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우선 집과 출입문 창문 등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목을 졸린 자국이나 둔기에 의한 상처 및 멍 등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않는 대신 폐쇄회로 TV(CCTV) 영상을 분석하고 A씨의 주변 인물들 가운데 용의점이 있는 용의자를 추려냈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은 마쳤지만 아직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가 진전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섣불리 용의자를 특정하기보다는 광범위한 주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가정집서 발견…구타 흔적·상처 없어
용의자 남친 체포 “평소 데이트 폭력”

A씨가 시체가 돼 발견된 곳은 주택가에 있는 지상 2층, 지하 1층짜리 빌라였다. 1층에는 미혼인 A씨가 혼자 살고 있었다. 지하 1층에는 A씨의 이모가 살고 있었으며, 지상 2층에는 A씨의 부모가 살고 있었다. A씨를 발견한 사람도 A씨의 이모였다.

A씨의 이모는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A씨가 이틀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겨 A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A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는 A씨를 발견 즉시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외국어 강사였다.

유가족은 A씨의 남자친구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A씨의 한 친척은 “두 사람이 1년 전쯤부터 교제해 왔는데 조카가 강씨에게 헤어지자고 하자 강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A씨 가족에 따르면 A씨 집에는 외부인이 강제로 출입한 흔적이 없었고, A씨와 가족들을 제외하고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강씨밖에 없었다.

가족들은 또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인데 최근 다시 만나 교제를 해왔고 우리가 교제사실을 알 정도로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5일에도 강씨와 A씨가 함께 A씨 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용의자를 강씨로 특정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A씨 사망 추정 시간 전후에 강씨가 A씨 집을 드나든 사실이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되면서 강씨 체포에 수사력이 집중됐다. 결국 사건 발생 이틀만인 지난 9일 경찰은 용의자 강씨를 체포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8일 오후 6시20분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있는 한 공원에서 잠복근무 중 A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강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와 사건경위 등을 조사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강씨는 A씨와 최근 A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것으로 의심,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끈 등 범행 도구를 산 뒤 지난 3일 오후 7시께 A씨의 집에 이미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숨어있다 A씨가 귀가하자 살해했다.

“외부인 아니다”

한편, 네티즌들은 송파 장롱 나체녀 사건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한 네티즌은 “최근 들어 강력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사람을 만나기조차 무서운 세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데이트 폭력이 확대된 것 아니냐”며 “데이트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정부가 나서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섬뜩한 살인본능
 
부인을 살해해 옥살이를 한 A(49)씨가 출소 4년만에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였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최재형)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6년 10월 A씨의 아내 B씨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확인하고 B씨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B씨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대화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B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A씨는 검찰에 자수했고, 5년형을 받아 2010년말 가석방 됐다.
 
부인 죽이고 옥살이…
출소해 또 여친 살해
 
가석방 후 A씨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20살 어린 여자친구 C씨를 만나 3년간 교제했다. 그러나 C씨가 A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별을 고하자 이에 격분해 모텔로 유인, 준비한 칼로 찔러 살해했다. 1심 재판에서 법원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 결과도 마찬가지로 ‘무기징역’ 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씨가 2006년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 이후 발병한 ‘양극성장애’(조울증) 등으로 계속 치료를 받아오던 중이었던 점은 참작한다”면서도 “김씨가 이 사건 이전에 자신의 배우자를 살해한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였음에도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누범 기간 중에 또 다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고 범행수법이 잔혹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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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