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사라진 9억원 어디로…진실게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어느 날 눈 떠보니 9억원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종교계 인사 문모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9억원이 인출된 사실을 한 달이 지나서야 파악했다고 했다. 사라진 돈은 교회 목사, 화랑 대표, 유명 대학교수 등의 계좌로 흘러들었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서울 인사동의 200억원대 건물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문씨 쪽은 "정부 유관단체가 자신들의 건물을 빼앗아갔다"라고 주장한다.

탑골공원과 조계사 사이에 있는 인사동거리에는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인사동 사이에'라는 건물이 있다. 전용면적 2339.54m²(약 700평), 감정가 220억원의 '인사동 사이에'는 지난 2014년 11월25일 '임의경매에 의한 매각'을 통해 한국관광협회중앙회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인사동 사이에
소유권 다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하 관광협회)는 민간 관광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사업을 위탁 운영해 온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특수법인이다. 그간 관광협회는 관광업계의 권익향상과 관광산업 선진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박람회 유치 ▲관광 활성화 캠페인 ▲관광종사원 국가자격증 발급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올 7월 관광협회는 정부가 국회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업계를 대표해 신청 받았다. 규모 4960억원의 특별융자금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업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에서 마련됐다. 앞서 남상만 관광협회 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관광분야 추경예산안 처리를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남 회장은 외식·숙박업계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올린 인물이다. 2003년 서울 명동에 있는 프린스호텔을 인수한 그는 2006년부터 10년째 서울시관광협회 회장과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2009년에는 관광협회 회장에 당선됐고,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같은 해 남 회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대상자로 검토된 바 있다.

지난 3월 한 여행 전문지와 인터뷰한 그는 운영 중인 한국관광명품점의 매출을 신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관광명품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투자하고, 관광협회가 위탁 운영 중인 전통문화상품 판매업소다. 현재 '인사동 사이에' 1층에는 한국관광명품점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주 모르게
임대차 계약

박근혜정부는 한국관광명품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55억원을 관광협회에 지원했다. 그런데 관광협회는 '임대보증금'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

문제의 인사동 건물을 둘러싸고 소유권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2013년 12월 관광협회는 보조금 55억원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다. 이 가운데 9억원은 공중에 증발했다. 지난달 소유권 다툼의 당사자인 문모씨와 접촉할 수 있었다.

문씨는 '인사동 사이에'를 2012년 3월 매입한 종교계 인사다. 문씨는 채무자인 공창호씨로부터 건물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고미술상인 공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자금 융통이 어려웠던 공씨는 문씨에게 건물 소유권을 넘기면서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씨는 소유권을 받고 공씨에게 사무실을 내줬다. 공씨로부터 임대료를 받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공씨는 결국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이에 문씨는 "미술품으로 대신 갚으라"라며 퇴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내 사정에 어두웠던 문씨는 공씨에게 한편으로 의지했다고 한다.

'악어와 악어새' 같던 둘 사이는 2014년 1월을 전후로 틀어졌다. 문씨와 남 회장이 2013년 12월 인사동 건물 '임대차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관련 계약 과정에서 문씨와 공씨는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특히 문씨는 "(자신이) 관광협회와 임대차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문씨 측의 진술과 공공기관(법원·구청·금융감독원) 발급 문서, 상호 계약서, 이메일, 기타 증빙자료 등을 토대로 요약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인사동 사이에' 임대차계약서는 2013년 12월10일 작성됐다. 문씨는 남 회장이 서명한 계약서에 날인했다. 본지가 입수한 계약서 사본에 따르면 임차인 남 회장은 인사동 건물 지하 1층, 지상 1~2층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54억원을 같은 달 31일까지 임대인 문씨에게 납부키로 했다. 계약 당일 남 회장이 선납입할 돈(계약금)은 9억원이었다.

작년 220억대 인사동 건물 경매로 사들여
매입 전 고미술상과 수상한 임대차 계약

그런데 문씨는 남 회장과 임대차계약서에 직접 날인하지 않았다. 문씨는 공씨의 아들인 공상구 마이아트옥션 대표에게 인감도장을 넘겼고, 남 회장은 관광협회 홍모 사무국장을 대리인으로 세웠다.

공 대표는 계약 협상 당시 자신 명의의 계좌로 계약금을 수령하고자 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임대인 본인 명의의 계좌가 필요하다"라며 문씨가 개설한 통장을 요구했다. 문씨는 이날 오후 공 대표의 연락을 받고 동행인과 함께 우리은행을 찾아 현금 1000원이 든 통장을 개설했다. 신규 계좌가 우리은행 전산망에 등록된 시간은 12월10일 오후 3시27분이다.

그러나 문씨 측은 "이때까지 관광협회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공 대표가 '가계약'을 맺겠다고 했을 뿐 계약금에 대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관광협회는 "인감을 들고 왔기 때문에 공 대표를 믿고 계약금을 송금했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오후 3시53분 관광협회는 두 차례에 걸쳐 5억원과 4억원을 각각 문씨 계좌로 입금했다.

문씨 측은 "임대인에게 확인 한 번 안 하고 9억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라고 물었다. 문씨의 은행거래 내역과 현장 CCTV 기록 등을 살피면 입금된 9억원은 당일 오후 3시59분께 수표로 전액 인출됐다. 수령인은 신원미상의 여성이며, 이날 오후 3시50분께부터 입금시간까지 우리은행 지점 한 창구를 서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홍보팀은 "내부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수표 인출해
가족이 현금화

실제 문씨는 올 3월 금융감독원에 우리은행 측의 과실을 묻는 민원을 넣었다. '9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6분 사이에 입금과 출금을 반복했음에도 은행 측이 이를 방기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올 4월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 홍보팀 역시 "(인출한 사람이 가져온) 통장과 전표, 인감, 비밀번호가 모두 일치했기 때문에 수표를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타행 관계자는 "입금 직후 갑자기 거액이 인출되는 경우 입금자에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내부 매뉴얼에 없는 것이라 별도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문제의 9억원은 여러 계좌에 흘러들었다. 30장의 수표를 각각 추적한 결과 계약금은 교회 목사 박모씨, 화랑 대표 김모씨, 유명 대학교수 유모씨 등의 계좌로 흘러갔다. 일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 쓰였다.

이 중 목사 박씨는 공씨의 아내이며, 받은 수표를 수차례 현금화했다. 박씨는 과거 필리핀 선교사업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박씨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연락하지 말라"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거액이 입금된 교수 유씨 역시 전화와 문자를 통한 문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미궁이다. 단 공씨의 장녀가 1억원가량을 직접 수령한 사실이 계좌추적에서 밝혀졌다. 조심스레 이들 일가가 유용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련 계약을 성사시킨 공 대표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문제의 9억원은 정부가 건물 임대보증금으로 빌려준 55억원 가운데 일부다. 결과적으로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보조금을 철저한 검증 없이 집행했다. 더구나 관광협회는 법원 경매가 진행되던 '인사동 사이에'에 입주를 시도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급한 사정이 없다면 유찰이 거듭되던 건물에 전세를 놓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다음날인 12월11일 채권단인 푸른상호저축은행에 "임대 계약의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은 계약일보다 앞선 10월22일 임의경매를 법원에 신청했다.

관광협회 사무국 직원은 지난 3일 "전임인 홍 국장이 새로 세들 건물을 찾던 중 공 대표의 지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사동 건물을 소개받았다"라며 "(채권자인) 저축은행과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계약, 후질의'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관광협회는 계약이 체결되자 곧장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처음부터 건물 인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관광협회는 계약서에 별도 항목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인테리어 공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명시했다.

또 푸른상호저축은행이 지난해 2월 관광협회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경매가 완료될 경우 귀 협회의 임대차계약은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설명과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관광협회는 1층 영업점에서 취급 제한 품목을 팔다가 지난해 8월 종로구청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종로구청 측은 "우린 규정에 따라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이 처벌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문씨는 지난해 관광협회 측 직원들과 수차례 만나 '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관광협회 측은 "몰랐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같은 기간 문씨는 공 대표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공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던 중 관광협회는 160억원에 '인사동 사이에'를 단독 낙찰 받았다. 최저 입찰가(140억원)보다 20억원가량 웃돈을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단독 입찰임을 고려하면 수상쩍은 대목이다.

전략적 매입?
보조금 투입!

관광협회의 인사동 건물 매입은 국회와 감사원으로부터 '보조금 유용' 사례로 지적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광협회가 당초 용도와 달리 보조금을 활용해 인사동 건물을 매입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관광협회는 정부 임대보증금과 남 회장 소유 프린스호텔로부터 대출받은 111억원을 더해 '인사동 사이에' 매입자금을 충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관광협회가 인사동 건물을 매입한 뒤 다시 해당 건물에 108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관련 담보대출금은 프린스호텔에 진 채무를 갚는데 사용됐다. 프린스호텔은 가만히 앉아서 이자를 챙긴 셈이었다. 감사원은 올 1월 공개한 특정감사 결과 발표에서 '보조금법 위반'과 '정관 위반' 사실을 적시했다.

문씨는 공 대표와 남 회장 사이의 사전 공모 여부를 의심한다.  관광협회 사무국과 푸른상호저축은행 관계자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이들은 2013년 11월부터 '인사동 사이에'의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견적을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와 상관없이 임대보증금을 보장받는 방안도 논의됐다. 아울러 문씨는 "우리가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관광협회가 대신 사들였다"라며 "우리가 인사동 사이에 매각을 추진하자 건물에 가처분신청도 걸었는데 평범한 임차인이라면 왜 이런 짓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협회는 "우리가 처음부터 건물을 인수하려고 임대차계약을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도 피해자다. 공 대표 등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공 대표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홍 국장은 회사를 퇴직한 상태로 전해졌다.

문씨 주장의 사실 여하를 떠나 사라진 9억원의 행방은 이번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입장이 난처해진 공씨 등이 이곳저곳을 돌며 '인사'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의외의 곳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배달된 직접적인 진술 혹은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 <일요시사>는 지1026호 종합면 및 인터넷 <일요시사> 2015.9.8.자 사건사고면 ‘<단독> 한국관광협회 200억 빌딩 편취 의혹’제목의 기사에서 한국관광협회가 서울 인사동 소재 200억 상당의 건물 소유권을 부당하게 이전받았고, 소유권 이전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지원받은 55억원의 임대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수상한 임대차계약에 썼으며 이 가운데 9억원이 사라졌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한국관광협회는 해당 건물을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55억원의 임대보증금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1999년에 이미 지원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바로잡습니다.

아울러 한국관광협회는 임대차계약에 사용한 계약금 3억원은 정부 관련부서로부터 승인을 받고 집행한 것이며, 약 4억3000만원은 이미 회수하였고 나머지 금액은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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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