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빛과 그림자'

'검찰 최정예' 여당엔 충견 야당엔 맹견?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중앙지검 특수부(특별수사부) 인력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 26일 검찰은 "특수부 검사 7명을 충원할 것"이라고 알렸다. 사실상 특수부에게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수사력이 증강된다는 점은 기대 요인이지만 그 수사력이 어디 쓰일 것인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린다. '검찰 최정예'로 불리는 특수부의 화려한 이면에는 늘 그림자가 드리웠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 내 최정예 조직으로 꼽힌다. 박근혜정부 들어 중수부가 폐지되면서 특수부가 갖는 무게감은 남달랐다. 청와대는 정권 최고 스캔들로 비화될 뻔했던 '정윤회 문건 유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맡겼다. 불거진 혐의만 놓고 보면 '대형사건'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특수부를 투입한 것이다.

가중된 업무
수사력 한계

특수부는 그간 청와대의 '하명수사'를 처리하면서 동시다발적인 대기업 수사를 병행했다. 지난 봄 개시된 포스코그룹에 대한 사정작업도 특수부의 몫이었다.

그러나 제한된 인력으로 하명·고발·인지 사건을 모두 벌리다보니 그 한계가 뚜렷했다. 요란하게 시작한 '포스코 수사'의 경우 그룹 수뇌부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체면을 구긴 특수부다.

언론은 검찰의 수사력에 의문을 표했다. 내부적으로는 정권 차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던 검찰은 특수부 인력을 대거 보강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번 개편안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나온 터라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특수부는 4개 부서를 기반으로 총 8팀 체제가 가동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특수1∼4부가 있다.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팀 체제로 개편되기 이전의 특수부는 다음과 같이 운영됐다.

특수1∼4부에는 각 부서마다 한 명의 부장검사가 있다. 이들 부장검사는 또 한 명의 부부장검사를 지휘한다. 각 부부장검사에 딸린 평검사는 4∼5명 수준이다.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차장검사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 개편에서 각 부서에 부부장검사를 한 명씩 더 투입했다. 부서당 2팀을 만든 셈이다. 이 같은 개편의 이유는 부서 간 인력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필요에 따라 '특정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기존 1팀 체제에선 특수1부와 특수2부의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각 부서마다 진행 중인 사건이 달라 맡은 일을 처리하기도 빠듯했다. 하지만 2팀 체제에선 1팀이 빠지더라도 남은 1팀이 공소유지 등을 담당하면 된다. 또 지휘체계의 정점에 있는 차장검사가 특정 사건을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특수1∼4부의 동시 투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인력 대폭 확대…1∼4부 2팀 체제로
사실상 중수부 역할 '기대반 우려반'

특수부가 이처럼 팽창하게 된 원인을 놓고 일각에선 '차기 권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수부의 '몸집 불리기'는 김 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식 수사'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최근 특수부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가 없는 이상 이를 대체할 특수부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결정이 수사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특수 수사의 경우 피의자가 지능범일 때가 많은데 우리 입장에선 핵심 증거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검찰이 경찰과 다른 점은 수사에 착수했을 때 증거 확보뿐 아니라 공소 유지까지 내다보고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특수부 출신들은 수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김 총장 재임 시기 단행된 '하방 인사'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김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을 상위기관인 법무부나 대검에 올리던 관행을 깨고 지방으로 발령 냈다. 대형 수사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칼잡이(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사를 지칭하는 은어)'들 역시 지방으로 떠났다.

몸집 불리기
중수부 부활?

김 총장의 의도는 중앙과 지방, 특수와 형사 등을 두루 경험해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부 평가는 좋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 문화는 '상명하복'과 '엘리트주의'인데 끗발이 안서는 검사가 중앙에 있으니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특수통의 공백은 결과적으로 검찰의 기획력과 정보력을 떨어뜨렸다. 그런데 수사력 저하가 대다수 국민에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 조직에서 중수부는 신화적인 존재다. 수사력만 떼어놓고 보면 근접한 부서가 없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 중수부를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이유였다.

지난 2009년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 아직도 검찰 안팎에선 "그때 노무현이를 구속했으면 이런 사단은 나지 않았을 텐데…"라는 말이 나온다.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대부분 특수통이 수장을 꿰찼던 중수부는 공안통의 비약과 함께 서서히 영향력을 잃었다. 참여정부 시절 '대선 자금' 수사로 살아있는 권력을 겨눴던 중수부는 이명박정부 들어 권력을 지키는 '충견'으로 변해갔다.

검찰 안팎에선 특수부에 대해 "주인도 물 수 있는 개"라는 표현을 쓴다. 한마디로 맹견이다. 공안부에 대해선 '권력을 바라보는 꽃'이란 말을 주로 쓴다. 이는 해바라기를 가리킨다. 정치 감각이 남다른 공안부와 달리 특수부 출신들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향이다. 검사로서의 프라이드(자부심)가 강한 탓이라고 한다.

야당은 이 잡듯이
여당은 티 안나게

그러나 이들은 특수부이기 이전에 검찰에 소속된 검사다. 중수부와 마찬가지로 특수부는 목표 설정 과정에서 정치적인 편향성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다. 한명숙 수사는 특수부가 갖고 있는 '빛과 그림자'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말'에서 시작됐다. 당시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건넸다"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 '플리바게닝'을 제안하는 등 사건에 의욕을 보였다. 수사팀은 한 전 총리를 기소했을 때만 해도 유죄를 확신했다.


그런데 곽 전 사장은 진술을 바꿨다. 검찰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명숙 수사팀' 관계자는 "곽 전 사장이 한명숙 얘기를 꺼낸 건 자신을 봐달라는 의미였는데 수사팀 입장에서 무작정 봐줄 수는 없었다"라며 "우리보단 야권에서 여러 경로로 회유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1심 선고를 앞둔 검찰은 두 번째 카드를 빼들었다. 건설업자 한만호씨로부터 한 전 총리가 거액의 수표를 받았다는 이른바 '9억원 수수' 사건이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조차 반대한 이 사건을 특수부는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들은 한 전 총리 주변을 샅샅이 털었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차량의 하이패스 기록, 통장 입출금 내역 등은 물론이고, 그가 갔던 식당, 골프장, 백화점 등을 모조리 뒤졌다. 버려진 자필 영수증과 카드 사용기록 등을 모아 증거로 활용했다. 단종된 돈가방을 수소문해 한씨 진술과 맞추는 한편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까지 조회했다.

결정적으로 검찰은 한씨가 건넨 수표 중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한 전 총리의 동생은 문제의 1억원을 자신의 전세 보증금으로 썼다. 수사팀 관계자는 "나는 속일 수 있지만 '200개의 눈(100여명의 특수부 인력)'을 모두 속일 수는 없다"라며 "밖에서 보기에는 편파 수사로 보여도 증거 없이 아무나 기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약해진 수사력 포스코 한계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여전

지난 5년간 특수부는 조직의 명예를 걸고 한 전 총리와 싸웠다. 궁극적으로는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특수부는 한번이라도 검찰의 타깃이 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지만 특수부는 야당과 달리 정권에게 불리한 내용의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 든 기억이 가물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재임 시기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채 전 총장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불행히도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지 석 달 만에 옷을 벗었다.

'채동욱호' 검찰은 출범 초기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나름 공정한 수사를 진행했다. 전두환 일가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까지 수사 선상에 올렸다. 특수부에 대한 검찰 안팎의 기대가 커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채 전 총장이 잘려나가고 김 총장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진태호'가 나름 비중 있게 다뤘던 사건은 동양그룹 수사와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다. 이들 모두 채 전 총장이 있었던 때와 비교하면 파괴력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치적인 사건에서는 '정윤회 문건' 수사처럼 청와대가 내려준 가이드라인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검찰은 올 2월 '부패와의 전쟁'이 선포된 직후 특수1∼4부를 모두 사건에 투입했다.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선창했지만 실제 주문은 더 윗선에서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후 특수1부는 ▲자원외교 비리와 농협 대출 비리, 특수2부는 ▲포스코 비자금 수사, 특수3부는 ▲방위사업 비리와 KT&G비자금 수사, 특수4부는 ▲중앙대 특혜 의혹 수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청와대 하명
지키기 급급

'부패와의 전쟁'은 대부분 지난 정권 당시 있었던 비리를 타깃으로 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물을 보인 수사는 중앙대 특혜 의혹 수사와 KT&G비자금 수사에 그쳤다. 그나마 KT&G비자금 수사는 전임인 채 전 총장 때 시작된 사건이다.

특수부는 이번에도 야당 정치인이 연루된 수사에서는 금품 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신묘함'을 보였다. 박근혜정부는 임기 절반이 남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사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당장 대기업 L사에 대한 사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쯤 되면 특수부의 인력 보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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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