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김무성 사돈기업 대해부

유유상종 혼맥…죄다 재벌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충북지역 중견기업인 신라개발의 이준용 회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사돈지간을 맺으면서 신라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김 대표와 사돈기업으로 알려진 엔케이와 유유제약도 덩달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6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녀 현경(32)씨와 신라개발 이준용 회장의 장남 상균(39)씨가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의 쉐라톤 워커힐호텔 애스턴하우스에서 철통보안 속 극비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친인척과 친지 5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진 결혼식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깜짝 하객으로 등장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결혼 전날 김 대표의 자택에 축하 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미국 유학 시절 알게 돼 각별히 지내왔으며, 현경씨는 수원대학교 교수로, 상균씨는 신라개발 대표로 재직 중이다.

사돈 덕에…
충청 지지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고가 없었던 충청과 인연을 맺게 된 김 대표를 반기는 분위기다. 신라개발과 사돈기업이 된 데는 단순한 혼사 문제가 아닌 차기 대권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부산·경남 출신이며, 부친 김용주 전 의원은 경남 함양에서 자라 경북 포항에서 교육사업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남방직을 운영했다. 원불교 신자였던 모친은 원불교의 성지인 전북 익산에 묘소를 마련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5년 8월 3주차(17∼21일) 주간집계에서 김 대표가 1주일 전과 동일한 21.8%를 기록하며 8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의 지역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대구·경북(30.3%), 부산·경남·울산(23.9%)에 이어 대전·충청·세종(23.1%)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경기·인천에서는 21.3%, 서울에서는 19.4%로 나타났다.

대전·충청·세종의 기간별 지지율은 8월 2주차(10∼13일) 27.1%, 8월 1주차(3∼7일) 29.6%로 기록됐다. 신라개발과 사돈기업을 맺게 된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7월 3주차(13∼17일)에는 21.9%, 6월 3주차(15∼19일)에는 21.6%로 나타나 그동안 21%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대전·충청·세종의 지지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신라개발도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제시되고 있다. 이 회장이 충북지역의 대표기업인으로 꼽힌 가운데 향토기업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 환원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차녀 결혼…충북 신라개발 집안과 인연
오너 과거 정치인에 뇌물 제공해 구속

이 회장은 청도극장과 신라예식장 사업을 바탕으로 1981년 신라개발을 설립했다. 점차 사업 규모를 키워오다 1990년 경기도 안양시 평촌 일대와 부천시 중동 신도시 일대의 1000세대 규모 공동주택사업을 건설하면서 충청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이후 충북 아산시 900세대, 경기도 안성시 600세대의 대규모 공통주택 건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 회장은 2011년 충북 보은군 탄두면 상장리 일대에 82만8506㎡ 규모의 아리솔 컨트리클럽(18홀, 파72, 6872야드)을 조성했다.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충북 음성군 삼성면 용대리 소재 젠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파72, 7316야드)의 인수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2000년과 2004년, 2005년의 의혹이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있다. 1981년부터 1999년까지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신라개발이 지난 2000년 서울로 사업기반을 옮기면서 지역민들의 반감을 샀다는 평이다. 이후 2011년 이 회장이 아리솔 컨트리클럽 조성으로 다시 충청 지역을 찾았으나 돌아선 지역민들의 등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04년 7월, 아리솔 컨트리클럽의 8만8000평 부지를 법원 경매 낙찰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았다. 당시 해당 부지의 법원 감정가는 249억여원이었으나, 실제 낙찰가는 102억여원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이 회장이 제주시 세화지구와 송당지구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주지역 정치인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구속을 지휘한 인물은 충북 진천·증평·괴산·음성을 지역구로 둔 경대수 의원(당시 제주지검장, 현재 충북도당 의원)으로 밝혀져 지역민들의 충격을 더했다.


청주상공회의소와 충북건설협회사가 제주지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충청도민들이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이 회장의 뇌물 제공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회장의 뇌물 제공 혐의를 주장한 당시 온천지구 정모 조합장은 업무상 배임혐의로 징역 6년, 김모씨와 이모씨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완성 돼가는
신 권력지도

무죄가 인정됐으나 이 회장에 대한 불명예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는 평이다. 김 대표의 사돈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당시 혐의가 재조명된 이유다. 경 의원과의 좋지 않은 인연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경의원보다 이 회장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김 대표의 사돈기업이 된 엔케이 주식회사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김 대표의 장녀 현진씨와 박윤소 엔케이 회장의 장남 제완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엔케이의 주식도 ‘김무성테마주’로 분류돼 관심을 받고 있다.
 

고압가스 용기, 선박용 소화장치, 밸러스트 수처리장치 등의 제조·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엔케이 주식회사는 지난 1980년 남양금속공업사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1984년 남양산업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한 이후 1998년 엔케이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9년 남양키데를 합병했으며 2008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엔케이 주식이 4·29재보궐선거 직후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누르고 첫 1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폭등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식업계에서는 이번 김 대표 차녀의 결혼 소식에도 엔케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 들어 최근까지 주가가 60% 이상 올랐다고 설명한다.

엔케이·유유제약도 관심
MS테마주 분류 주가 급락

지난 4월30일, 박 회장이 자사주를 낮은 시가에 대거 처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케이 최대주주인 박 회장이 215만주를 장외매도해 자사주 지분율이 기존 16.79%에서 10.07%로 낮아졌다. 매도가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인 4035원으로 86억7500여만원을 처분한 것이다.

주식전문가들은 갑작스런 박 회장의 매각에 대해 엔케이 매출 하락 및 자녀에 대한 지분 매각 등으로 추측했으나 엔케이 측이 “관계사인 이엔케이 등에 투자하며 개인적으로 채무가 많아 차입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기관투자자에게 할인 매각한 것”이라며 “지분 승계 등은 개인적인 내용이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의 장녀와 결혼한 제완씨가 엔케이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보유 주식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회장의 차남 제연(사업관리 이사)씨의 보유 주식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제연씨는 2011년 8월, 엔케이 주식 10만3680주를 처음으로 사들였으며, 유산증자 547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4년 만인 지난 6월22일, 8만41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총 21만8353주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엔케이 주식의 지분율이 0.44%로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금융업계는 다양한 관측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최근 사들인 주식의 70%(3억5000만원)를 주식담보 대출로 마련했다는 점을 미뤄 차근차근 후계구도를 다져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유제약도 김무성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김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장녀 현일선씨와 유유제약 유승필 회장의 동생 유승지 홈텍스타일코리아 회장이 부부이기 때문이다. 현씨는 홈텍스타일코리아의 최대주주로 74.18%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VIP 사돈기업
줄줄이 고초

김 대표와 사돈기업인 유유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의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1941년 유한무역 설립됐으며 창업주인 고 유일한 회장의 동생 유특한 회장이 유유제약의 창업주로 나섰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유제약은 일반 의약품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소형 제약회사로 평가받아 왔으나 김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면서 급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유제약의 주가도 지난 6월 이후 급성장세로 기록된다. 유유제약의 연초 주가는 7630원이었으나 8월28일 1만4600원에 마감, 2배의 상승률을 보였다.

 

<evernur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밀결혼’ 왜 워커힐서?

쉐라톤 워커힐호텔의 애스톤하우스는 국빈급 인사만 머물 수 있으며 비공개 행사가 빈번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리적 특성상 외부 노출이 어려워 철저한 보안이 가능하다는 이유다. 애스톤하우스에서 비밀리에 결혼한 연예인으로는 배용진-박수진, 지성-이보영, 심은하, 김희선, 유희열 등이다. <혁>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