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쟁 ‘사생결단’ 신동빈 액션플랜

장남 사방이 적…차남 승기 잡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롯데가의 경영권 전쟁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무게추가 신동빈 회장에게로 조금씩 쏠리는 양상이다. 정서적인 부분부터 경영권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될 우호 지분 향방까지 현재 경영권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롯데홀딩스의 임원 6명과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다 역풍을 맞아 역으로 해임돼 한국으로 돌아온 뒤부터 말이다.

위축되는 동주
활발해진 동빈
 
당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해임하려는 것은 경영권을 되찾아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이 그동안 경영권과 관련해 과욕을 부렸다며 신 회장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되찾아 오기위해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여갔다.
 
당시 구도는 ‘동주 VS 동빈’ 대결에서 신 총괄 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라 신동주 전 부사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온 초반까지도 신 전 부회장의 발언이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틀 뒤인 29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지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의 여유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 롯데에서의 지지가 분위기를 바꿨다. 한국의 경영진들이 일제히 신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37개 개열사 사장단은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신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형제의 난’ 결론?…한쪽으로 기울어
지분부터 정서까지 차남에게 힘실려
 
게다가 한국 롯데의 노조마저 신 회장을 지지하면서 한국에서의 신 회장의 입지는 공고해졌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협의회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고 밝혔다. 강석윤 롯데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롯데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부당하게 그룹에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80여개의 계열사와 10만 직원을 안정적, 성공적으로 이끄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쪽 사정도 신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사장단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날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도 신 회장 체제의 롯데를 지지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사장이라 의미가 컸다.
 

롯데홀딩스 위에 광윤사가 있지만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광윤사의 지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롯데홀딩스 사장의 지지에는 큰 의미가 부여됐다. 쓰쿠다 회장은 “롯데그룹은 상품 개발이나 상호 판매 등을 한일 공동으로 해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이 그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힘이냐
경영능력이냐
 
그는 또 “저는 신동빈 회장과 한 몸이 돼 (한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일 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쓰쿠다 사장은 “신동빈 회장은 법과 원칙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 운영을 신조로 생각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올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대해서는 “기업 통치의 법치와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저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한일 양국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기,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그는 당초 계획한 출국 일정을 미루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일 양국의 지지 입장이 신 전 부회장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일사분란 한 ‘신동빈 지지’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형제의 난 이후 이미지가 급락하고 있다”면서 “경영진이나 노조 입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 다툼을 빠른 시일 내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신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이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게 경영권이 돌아가는 것보다 향후 분란의 소지가 더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건강 이상 징후가 한일 경영진들의 신 회장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 총괄 회장이 신 회장을 평소에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신 회장의 경영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이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화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은 신 회장 측에게 한동안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내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영상 속 신 총괄회장의 모습에서 그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곳곳에 포착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어눌한 말투와 말이 꼬이는 모습 그리고 논리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모습이 종종 노출된 것. 특히, 신 전 부회장 측이 공개한 내용이라 전후 사정을 알 수 없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은 한층 강화됐다.
 
쓰쿠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 오셨을 때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셔서 면담을 했다”며 “처음에는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질문을 하신다든지, 말씀드린 걸 다시 말씀하신다든지, 저는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기도 했다”며 “생각해 보면 93세이니까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목격담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한 사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에 알려진 신 총괄회장 건강에 대한 소문들은 사실이 맞다”며 “수년 전부터 본인이 직접 자른 임원들을 찾거나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했다.
 
한국롯데 주축
지지세력 늘어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자 우호지분 확보 경쟁도 신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아버지 신 총괄회장 및 가족들의 지분과 자신의 지분을 합치고 나머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되찾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오너일가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제외하고는 지배구조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많지 않다. 결국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우호지분 확보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신 총괄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설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신 회장 쪽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우호지분의 향방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왔다. 지주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신 총괄회장과 롯데 창업 초기부터 함께해온 멤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중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주들도 신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분석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초반 우세 신동주
뒷심 부족에 고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한국말 구사능력 차이도 둘에 대한 평가를 갈라 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눌한 한국말을 구사하거나 일본어로 인터뷰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신 전 회장 측은 신 전 회장이 그동안 일본에서 나고 자라고 일본 롯데에서만 경영을 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는 데는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이후 줄곧 동생 신동빈 회장을 깎아내리는 폭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국민 정서상 반감을 샀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신동빈 회장의 왜곡된 정보로 내가 (일본롯데에서) 영구 추방됐다”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한테 맞아서 아버지를 안 본다” “아버지가 신 회장을 교도소에 보내려고 했다” 등을 폭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 전 부회장이 귀국 후 했던 행보는 자충수가 돼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까지 여론전에 펼치다가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서자 칩거 중이다.
 
 
반면 신 회장은 한국에 귀국한 이후 줄곧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말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또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온 이후 형제의 난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입국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하며 회사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모습이었으며, 지난 5일에는 계열사 사장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안 챙기기에 들어갔다.
 
신격호 총괄회장
건강이상 징후도
 
업계 관계자는 “귀국 후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행보가 판이하게 갈리면서 신 회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 전 부회장은 귀국 후 분란을 만드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발생한 회사의 분란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설명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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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