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개인기 과외 열풍 '천태만상'

노래 선곡에 건배사까지 배운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건배사’ ‘노래방 댄스’ 등 회식자리에서 돋보이기 위해 독특한 과외를 받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회식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에게는 어학 등 직무관련 공부보다 회식 처세술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한모(28·여)씨는 최근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한씨는 1주일에 3번, 늦은 밤까지 댄스학원 거울 앞에서 땀을 흘린다. 노래방에서 간단하게 출 수 있는 춤부터 탬버린을 활용한 댄스까지 1대1 노래방 댄스 과외를 받고 있다. 덕분에 리듬감을 익혀 회식 자리에서 당당하게 마이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한씨가 다니는 댄스학원 수강생 중 절반 이상은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고민
 
한씨처럼 노래방댄스를 배우는 이들 중 일부는 댄스학원과 보컬학원을 동시에 등록해 다니기도 한다. 춤과 노래, 둘 다 잘해야 상사들에게 인정 받는다는 것이다. 댄스학원과 보컬학원의 수강료는 각각 40만원, 30만원으로 총 70여만원이다.
 
직장인 이모(33)씨는 회식자리에서 건배사 제의를 받으면 술잔을 든 손을 떤다. 기습적인 건배사 제안에 부담을 느껴 인터넷을 통해 그럴싸한 건배사 몇 개를 외우기도 해봤지만 회식 분위기에 따라 반응이 갈려 건배사 등을 배울 수 있는 스피치학원을 찾았다.
 
보통 스피치 학원은 호감 가는 목소리를 만들고 싶은 취업 준비생, 대중 앞에서 말해야 하는 사람, 언론사와 방송사 준비생, 승무원 지망생, 설득과 비즈니스 협상이 필수인 기업 임원, CEO 등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짜임새 있는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범한 직장인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비즈니스 협상 미팅, 직장 내 회의나 보고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성공을 위해 세련되고 노련한 스피치 능력을 얻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건 ‘건배사’ ‘격려사’ 등 회식과 관련된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D스피치학원은 스피치 입문 과정에서 ‘즉흥스피치’라는 주제로 짧아서 더욱 강력한 스피치, 건배사, 격려사, 자기소개, 축사 등 훈련을 돕는다.
 
D스피치학원에 따르면 건배사 등 즉흥스피치 강좌를 듣는 직장인들의 직종은 법조인, 언론인, 교육인, 스포츠인 등 매우 다양하다. 평소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팀원들이 단체로 와서 집체교육을 받기도 한다. D스피치학원 관계자는 “건배사 멘트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직접구성하게 끔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며 “멘트를 달달 외우게 하는 건 스피치 능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회식 등 중요한 자리를 앞두고 있는 수강생에겐 A급 멘트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회식자리 잘 보이려면…평소 ‘튀는법’ 숙지
보컬·댄스·스피치학원 찾아 “유머도 배워”
 
회사 경영진도 예외는 아니다. 경영진들은 주로 격려사를 배운다. 두세 줄에 불과한 건배사와 달리 격려사는 문장이 길어 훈련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격려사는 각종 조찬모임, 경영자모임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주옥같은 멘트 하나가 회사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술자리 예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주도를 알려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주도는 이렇다. 술을 따를 때는 ▲지위나 연장자 순(지위 우선)으로 시작하고 ▲오른손으로 병의 목 부분을 잡고 왼손으로 병의 밑 부분을 받친다. 술을 받을 때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무릎을 꿇는 것이 예의이지만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좋다. 또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받아는 두는 것이 술자리 예의다.
 
 
건배를 할 때에는 상대가 나보다 상사이거나 연장자일 때는 잔의 높이를 더 낮춰 건배한다. 술을 마실 때는 ▲상사나 연장자가 잔을 들기 전에 먼저 마시지 않고 ▲술잔을 손으로 가리고 몸을 돌린 상태에서 마시며 ▲상사나 연장자가 묻기 전에는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
 

이처럼 회식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 및 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회식이 단순히 먹고 노는 자리가 아니라 업무의 연장이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회식에 경기를 일으키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 2013년에는 회식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2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됐다. 당시 A씨는 밤 12시께 서울 마포대교 위에서 난간을 붙잡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의 설득 끝에 A씨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 회식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자 직원들로부터 ‘집에서 귀하게 자라서 그런다’ ‘사회에 적응하려면 술도 먹어야 한다’ 등의 핀잔을 듣고 괴로워하다 한강에 뛰어들 생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워서 남주나
 
지난해에는 회식 참석을 강요한 상사와 다툰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고인은 회식 참석 문제로 상사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힘들어했고, 우울증이 완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상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했다”고 밝혔다. 설명한 두 가지 사건은 한국 회식 문화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khlee@ilyosisa.co.kr>
 
 
[기발한 건배사 소개]
 
직장회식
1.1.9 = 한 가지 술로만, 1차 하고, 9시까지 집에 가자!
상.한.가 = 상심 말고, 한탄 말고, 가슴 펴자!
아.우.성 = 아름다운, 우리의, 성공을 위해!
 
친구모임
오.징.어 =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

마.돈.나 = 마누라 무서워서, 돈 내고, 나 먼저 집에 간다!
변.사.또 = 변함없이, 사랑하고, 또 만나자!
 
가족모임
재.건.축 = 재밌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
당.신.멋.져 = 당당하고, 신바람 나며, 멋지게, 져주며 살자!
사.이.다 = 사랑한다, 이 세상, 다 바쳐!

나.그.네 = 나 그대 사랑합니다. 그대도 나 사랑합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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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