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4)공창호 공화랑 회장

세금 미납에도 교회 십일조 '꼬박꼬박'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4화는 13억9200만원을 체납한 공창호 공화랑 회장이다.

공창호 공화랑 회장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고미술계를 대표하는 '큰손'이다. 미술계 복수 관계자는 "국보급 미술품을 여럿 거래한 능력 있는 미술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인 그는 27살 때부터 미술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시 공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고서화 감정인으로 발탁되며 유명세를 누렸다.

이병철과 인연

과거 언론 인터뷰를 살펴보면 공 회장은 "1970년대 서울 관훈동에 표구사를 열었다”라고 했다. 표구사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나 글씨 등을 복제해 액자나 병풍 같은 소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표구사의 이름을 공창화랑이라고 지었다. 자신의 이름 앞 두 글자를 딴 것이다. 훗날 공창화랑은 공화랑과 공아트를 거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대형 고미술갤러리인 공아트스페이스로 거듭났다.

공화랑은 1983년 고미술상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미술품을 발굴·감정하고 매매하는 방법을 통해 수익을 냈다. 고서화, 도자기, 목공예품을 취급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작품도 다뤘다. 공아트스페이스의 건물에는 미술품 경매 회사인 마이아트옥션, 고미술품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 대동문화재연구소가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마이아트옥션은 국내 메이저 3대 경매업체로 불린다.

마이아트옥션과 공아트스페이스의 대표는 37살 공모씨다. 공씨는 공 회장의 아들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됐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공씨는 일찌감치 공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2011년을 전후로 공씨는 공아트스페이스의 대표권한을 공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러나 공씨는 가업을 이어받은 지 3년도 못돼 위기를 맞았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1번지에 있는 공아트스페이스의 건물과 부지는 2013년 10월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에 앞서 집계된 해당 부동산의 감정가는 22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창호 일가는 공아트스페이스를 건립할 당시 거액의 채무를 떠안았다. 이들에겐 건설 시공사 등이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이 잇따랐다.

관련 토지·건물의 등기부등본에는 과세당국의 압류처분 사실이 기재돼 있다. 공 회장은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있다. 공 회장은 2012년 5월부터 부동산 취득세를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5억2700만원이다. 공 회장은 2012년부터 부가가치세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8억6500만원이다.

서울시 5억2700만원 국세청 8억6500만원
중국·필리핀에 부동산? 부당취득 장물 더 있나

앞서 공 회장에게는 체납 세금에 대한 최종 납부기한이 고지됐다. 2012년 9월30일로 확인된다. 그러나 공 회장은 납부기한으로부터 3년 가까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공 회장은 고미술품 전문가로서 여러 차례에 언론에 노출됐다. 공 회장의 체납 사실을 문제 삼은 곳은 없었다.

중국 베이징에는 공 회장이 직접 세운 화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 회장의 딸인 공모양이 베이징 화랑을 운영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가 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공 회장의 중국 내 재산을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 회장이 소유했던 부동산 거래와 관련 그의 아들 공씨는 지난 2013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공씨가 공아트스페이스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102억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했다. 관련 등기부등본 내용과 검찰의 당시 말을 종합하면 공씨는 2011년 3월 해당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전 소유주인 A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납입 예정액은 246억여원이었다.

하지만 공씨는 계약금 15억원과 중도금 102억원만 지급한 뒤 남은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대신 공씨는 시가 113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양도담보로 내세워 제공키로 약속하고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A사는 해당 건물과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러자 공씨는 A사에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미술품에 대한 담보권을 포기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라고 제안했다. A사는 공씨의 제안대로 했으나 기대했던 담보물은 없었다. A사는 결국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화랑 측은 언론을 통해 "계약 변경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반박했다. 공화랑의 대표 번호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 회장의 주소지로 등록된 경기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 일대 토지와 건물은 그의 아내 박모씨의 소유였다. 해당 주소지에는 G교회와 공아트스페이스의 사무실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대 부동산이 종교시설로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곧 확인됐다.

G교회의 담임목사는 박씨다. 박씨는 G교회 인근 부동산을 종교목적으로 이용했다. 공아트스페이스 사무실은 공 회장의 주거지로 의심됐다. 사무실이 있던 G교회의 단독주택은 지난 6월 공매에 넘어갔다. 감정가는 8억7900만원이었다. 세 차례 유찰된 매물은 오는 19일 세 번째 입찰을 앞두고 있다. 채권자 가운데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 회장은 G교회의 장로이자 최근까지 세계예수선교회 이사장을 지냈다. 앞서 이들 부부는 필리핀에 수십개의 교회를 개척했고, 선교사를 직접 파견한 것으로 한 기독교 전문매체는 전했다. 해석을 달리하면 국내에 있는 재산을 해외로 이전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씨는 "(선교와는) 전혀 상관 없다"라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 회장은 지난 2012년 1월 사진작가 이모씨로부터 성철스님이 남긴 친필 유시(가르침을 적은 문서)를 불법 취득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공 회장이 성철스님의 유시 1점을 1000만원에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라며 "(공 회장의) 문화재 거래 경력과 유시의 특성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장물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의혹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 회장은 위·변조된 고미술품을 진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가로챈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요약하면 미술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높은 탓에 그만큼 적도 많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그는 미술계보다 종교계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기독대학교(서울기독대) 후원회장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공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기독대 이사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기독대 측은 "(공 이사가) 받고 있는 급여는 없다"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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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