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4)공창호 공화랑 회장

세금 미납에도 교회 십일조 '꼬박꼬박'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4화는 13억9200만원을 체납한 공창호 공화랑 회장이다.

공창호 공화랑 회장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고미술계를 대표하는 '큰손'이다. 미술계 복수 관계자는 "국보급 미술품을 여럿 거래한 능력 있는 미술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인 그는 27살 때부터 미술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시 공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고서화 감정인으로 발탁되며 유명세를 누렸다.

이병철과 인연

과거 언론 인터뷰를 살펴보면 공 회장은 "1970년대 서울 관훈동에 표구사를 열었다”라고 했다. 표구사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나 글씨 등을 복제해 액자나 병풍 같은 소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20대 초반이었던 그는 표구사의 이름을 공창화랑이라고 지었다. 자신의 이름 앞 두 글자를 딴 것이다. 훗날 공창화랑은 공화랑과 공아트를 거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대형 고미술갤러리인 공아트스페이스로 거듭났다.

공화랑은 1983년 고미술상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미술품을 발굴·감정하고 매매하는 방법을 통해 수익을 냈다. 고서화, 도자기, 목공예품을 취급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작품도 다뤘다. 공아트스페이스의 건물에는 미술품 경매 회사인 마이아트옥션, 고미술품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한 대동문화재연구소가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마이아트옥션은 국내 메이저 3대 경매업체로 불린다.

마이아트옥션과 공아트스페이스의 대표는 37살 공모씨다. 공씨는 공 회장의 아들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됐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공씨는 일찌감치 공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됐다. 2011년을 전후로 공씨는 공아트스페이스의 대표권한을 공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러나 공씨는 가업을 이어받은 지 3년도 못돼 위기를 맞았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31번지에 있는 공아트스페이스의 건물과 부지는 2013년 10월 법원 경매에 넘어갔다. 경매에 앞서 집계된 해당 부동산의 감정가는 220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창호 일가는 공아트스페이스를 건립할 당시 거액의 채무를 떠안았다. 이들에겐 건설 시공사 등이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이 잇따랐다.

관련 토지·건물의 등기부등본에는 과세당국의 압류처분 사실이 기재돼 있다. 공 회장은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있다. 공 회장은 2012년 5월부터 부동산 취득세를 체납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5억2700만원이다. 공 회장은 2012년부터 부가가치세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8억6500만원이다.

서울시 5억2700만원 국세청 8억6500만원
중국·필리핀에 부동산? 부당취득 장물 더 있나

앞서 공 회장에게는 체납 세금에 대한 최종 납부기한이 고지됐다. 2012년 9월30일로 확인된다. 그러나 공 회장은 납부기한으로부터 3년 가까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공 회장은 고미술품 전문가로서 여러 차례에 언론에 노출됐다. 공 회장의 체납 사실을 문제 삼은 곳은 없었다.

중국 베이징에는 공 회장이 직접 세운 화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 회장의 딸인 공모양이 베이징 화랑을 운영했다”라는 내용의 인터뷰가 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공 회장의 중국 내 재산을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 회장이 소유했던 부동산 거래와 관련 그의 아들 공씨는 지난 2013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공씨가 공아트스페이스 건물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102억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했다. 관련 등기부등본 내용과 검찰의 당시 말을 종합하면 공씨는 2011년 3월 해당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전 소유주인 A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납입 예정액은 246억여원이었다.

하지만 공씨는 계약금 15억원과 중도금 102억원만 지급한 뒤 남은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대신 공씨는 시가 113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양도담보로 내세워 제공키로 약속하고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A사는 해당 건물과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러자 공씨는 A사에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미술품에 대한 담보권을 포기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라고 제안했다. A사는 공씨의 제안대로 했으나 기대했던 담보물은 없었다. A사는 결국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화랑 측은 언론을 통해 "계약 변경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반박했다. 공화랑의 대표 번호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 회장의 주소지로 등록된 경기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 일대 토지와 건물은 그의 아내 박모씨의 소유였다. 해당 주소지에는 G교회와 공아트스페이스의 사무실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대 부동산이 종교시설로 묶여있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곧 확인됐다.

G교회의 담임목사는 박씨다. 박씨는 G교회 인근 부동산을 종교목적으로 이용했다. 공아트스페이스 사무실은 공 회장의 주거지로 의심됐다. 사무실이 있던 G교회의 단독주택은 지난 6월 공매에 넘어갔다. 감정가는 8억7900만원이었다. 세 차례 유찰된 매물은 오는 19일 세 번째 입찰을 앞두고 있다. 채권자 가운데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 회장은 G교회의 장로이자 최근까지 세계예수선교회 이사장을 지냈다. 앞서 이들 부부는 필리핀에 수십개의 교회를 개척했고, 선교사를 직접 파견한 것으로 한 기독교 전문매체는 전했다. 해석을 달리하면 국내에 있는 재산을 해외로 이전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박씨는 "(선교와는) 전혀 상관 없다"라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 회장은 지난 2012년 1월 사진작가 이모씨로부터 성철스님이 남긴 친필 유시(가르침을 적은 문서)를 불법 취득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공 회장이 성철스님의 유시 1점을 1000만원에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라며 "(공 회장의) 문화재 거래 경력과 유시의 특성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장물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의혹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 회장은 위·변조된 고미술품을 진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가로챈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요약하면 미술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높은 탓에 그만큼 적도 많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그는 미술계보다 종교계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기독대학교(서울기독대) 후원회장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공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기독대 이사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기독대 측은 "(공 이사가) 받고 있는 급여는 없다"라고 말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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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