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점으로 그리는 점묘화가 김주철

한점 한점, 세계 명소를 담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주철이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제목은 '요코하마에서 폰테 베키오까지'이다. 키스갤러리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드문 점묘화가인 김주철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지난 22일부터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갤러리에선 김주철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점묘화가로 점차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그는 미국 뉴욕과 일본 동경 등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대상이 지닌 색을 분해해서 만든 미세한 점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인물, 정물,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들 가운데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점(dot)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색을 분해

김 작가는 주로 세계적 명소로 꼽히는 다리와 그 주변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김 작가의 점묘는 눈으로 보이는 보통의 색이 아닌 작가의 감성으로 인식되는 내면의 색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 런던의 타워 브릿지, 부산의 영도대교까지 김주철의 다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온 사진이나 영상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장된 듯 화려한 채색과 정갈한 구성, 빛의 해석에 따른 반짝반짝한 강과 보색으로 대비된 은하수 등이 한 화면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 작가만의 '다리가 있는 풍경'은 언뜻 빈센트 반 고흐 등을 위시한 서구 인상주의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작가의 빛에 대한 해석은 인상주의와 달리 주관적이란 점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김 작가의 작업노트를 빌면 그가 표현하는 점묘는 빛에 의해 만들어진 색이 아닌 눈에 보여진 감성적인 색을 나타낸다. 김 작가는 "단순히 (작품 속) 색들의 대비나 병치가 아닌 눈에 인식된 색과 빛에 대한 표현"이라고 자신의 작업을 정의했다.


물론 김 작가가 처음부터 점으로만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는 작품 대상에 내재된 색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색을 나누고 분해하는 시도를 끝없이 반복했다. 작가의 이 같은 노력은 화폭 안에 혼재된 무수한 점들의 '질서 있는 뒤섞임'으로 귀결됐다. 점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는 다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롯데호텔갤러리서 31번째 개인전
다양한 소재 미세한 점으로 완성

김 작가는 다리를 그리면서 그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다리는 단절된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소통을 의미하고 나아가 역사와 문화의 교류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2011년 10월 작업을 준비하며 유럽을 다녀왔고, 같은 해 12월에는 뉴욕을 방문했다. 당시 각 나라의 다양한 풍경을 관찰했고, 풍경에서 베어 나온 고유의 색감을 채취해 작업 방향을 결정했다.

김 작가는 다리 작업의 주된 메시지를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그룹 사이먼앤가펑클의 대표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와 일맥상통한다. 김 작가는 포크송의 한 구절처럼 "모두가 힘든 삶의 여정에서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려고 오늘도 최선을 다해본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희망을 선물

김 작가는 그림의 역할 가운데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소통으로써의 기능을 강조했다. '험한 세상의 다리'라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의미는 '점으로 된 다리'를 거쳐 관객에게 전달됐다. 세계 각 명소를 작가만의 시각으로 감상하게끔 한 것은 그가 우리와 좀 더 밀접히 소통하고 싶다는 증거다. 전시는 오는 9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김주철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개인전 밀알미술관(2011) 우진문화공간(2013) 무역센타 현대백화점 H갤러리(2014) 롯데호텔갤러리(2015) 등 31회
▲국내외 아트페어 및 그룹전 120여회(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수상 JOY National Juried Exhibit(미국·2012) CONTEST-ENDED / the 100 best artists(미국·2014)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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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