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아이파크몰 ‘마진 조작’ 의혹

“상품 수불원가 수정…전산에 손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현대아이파크몰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인터넷몰 현대아이몰의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근거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진율 전산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현대아이파크몰은 현대아이몰을 통해 상품을 인터넷(옥션, G마켓, 11번가 등)으로 판매해왔다. 현대아이몰을 운영했던 A씨는 사업수완을 발휘해 매출증대에 기여해왔다. 그러던 A씨에게 10년 계약 중도해지라는 불편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현대아이파크몰은 인터넷몰을 직영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
갖은 사유로 팽
 
A씨는 2010년부터 현대아이몰을 운영해 연매출 30억원이던 인터넷몰 매출을 300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에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 해지예정통보를 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통해 온라인백화점 운영대행계약해지 확정통보를 했다. A씨가 그동안 여러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유는 이렇다. ▲계약에 따른 계약이행보증보험 제출의무 불이행, 제소전 화해조서 제출의무 불이행 ▲사무실 관리 미납 ▲지속적 회의 요청 불응 ▲11번가(커머스 플래닛)에 대한 광고선전비 미입금 등 재무불안정성 증대 ▲현대아이몰 CS담당직원, MD담당직원 등 직원들에 대한 월급미지급이 집단퇴사로 정상적인 운영 불가능 ▲CS번호 무단변경으로 인한 업무방해 ▲배송비 미결재로 배송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지속적인 배송상의 문제점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승인 없이 GS홈쇼핑과 계약을 해지한 계약위반 행위 등이다.
 

현대아이파크몰은 2013년부터 총 7차례에 걸쳐 현대아이몰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고지한 공문을 보내고 현대아이몰 직원들도 지속적으로 만나 시정을 요구했으나,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알린 해지사유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 변호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에 통고서를 보냈다. A씨 측 변호사는 계약해지 통보 사유에 반박했다.
 
우선 계약과 관련해서는 A씨가 계약체결 이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현대아이파크몰과 정산방법상의 이견이 있어 부득이 그 이행절차를 보류하고 있었을 뿐이고, 보증보험증권은 자금을 집행하는 현대아이파크몰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제소전 화해조서의 경우 현대아이파크몰이 비용부담을 해 절차를 개시하면 A씨가 이에 협조하는 것으로 했는데, 현대아이파크몰이 그 비용부담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아 이행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대료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위법하게 정산지연을 하는 바람에 임대료 등을 미납했을을 뿐이어서 부당하다고 했다. 또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 회의 요청에 불응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현대아이파크몰이 현대아이몰의 정산방법 변경에 관한 공문에 대해 부실한 답변을 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고 했다.
 
현대아이몰 통해 온라인백화점 대행
계약기간 남았는데…돌연 해지 통보
 
광고선전비 미입금 문제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지연 및 세법상 위법한 처리를 통해 현대아이파크몰 자금운용부담을 A씨에게 전가한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했다. 일부 직원의 월급 미지급 사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적이면서 부당한 정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월급 미지급 사태에도 A씨가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행인력을 통해 경영을 했으므로 현대아이파크몰의 적법한 정산이 진행되면 직원의 급여 미지급 상태는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CS번호 무단변경의 경우 전산적 오류는 일부 인정하나, 개인고객들의 전화를 업무 주체 회사인 현대아이파크몰에게 대응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온라인쇼핑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윤리상 부당하다고 했다.
 

배송비 미결재의 경우 A씨는 전반적인 자금 결제 전환으로 인해 익월 결제가 당일 결제로 변경되었음에도 최선을 다해 배송비 결제를 해왔고, 결제가 지연된 상태는 현대아이파크몰의 위법한 정산지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배송비 미결제에 관한 지적 역시 부당하다고 했다. 계약위반행위의 경우 현대아이몰은 GS홈쇼핑과의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지속적으로 현대아이몰의 영업을 방해해왔다. 지난해 1월부터 현대아이파크몰 팀장과 과장이 전 온라인몰 관련 채널을 방문해 조만간 백화점이 온라인 운영을 직영할 것이라는 공표를 하고 다님으로써, 채널로 하여금 마케팅 전략의 혼선으로, 광고 노출 축소 등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돼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돈 되니까…
직영으로 전환?
 
같은 해 10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 팀장이 CS직원들에게 온라인쇼핑업무가 곧 종료된다며 A씨의 업무를 방해했다. 같은 시기 매출증대를 위해 홈플러스, 패션플러스, 아이스타일24, 이마트 등 신규 채널 확대계획에 따라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승인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백화점 매니저들에게 온라인 판매 중인 상품을 전부 내리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A씨의 고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 또한 고객의 구매 미확정행위로 인해 채널에 남아 있는 금액(월평균 3억∼7억원)을 현대아이파크몰이 정산하지 않아 A씨는 그만큼 자금부담을 안게 됐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에 수차례 사정을 전달했지만 끝내 시정되지 않았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지급받는 수수료 0.5%를 2%로 인상하자고 압박을 가했다. A씨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산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대금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기도 했다.
 
또한 A씨는 용역대행계약에 의해 온라인 위탁업무를 하고 있어 임차료를 부담할 의무가 없는데도 현대아이파크몰이 사전 통보 없이 대금에서 임차료를 상계처리 해왔다고 주장한다. 같이 대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타 업체 두 곳이 무상으로 사무실을 사용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했다.
 
전산기록 의문
경찰 수사 중
 
A씨는 지난해 10월(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시점)에 앞서 7월에 현대아이파크몰 온라인쇼핑몰 각 부문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것이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현대아이파크몰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복지몰((주)명진: 직원전용 쇼핑몰) 채용이었다”며 현대아이몰 계약해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으로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공정거래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가 현재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 사건을 송부해 현재 당국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근거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의 계약해지통보가 부당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전산 조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전산 조작 소문을 들은 A씨는 상품출고인도인수증을 살펴봤다. 확인 결과 원가 숫자가 달라져 있었다. A씨는 현대아이파크몰이 상품 수불원가를 계획적으로 임의 수정해 이익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6만건 이상의 전산을 조작해 현대아이몰에 1억30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상품출고 인도인수증 보니…
4년간 6만건 “숫자가 달라”
 
인터넷몰에서 매출을 높이기 위해 약속된 마진율 내에서 쿠폰 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아이파크몰이 A씨에게 판매가 1만원인 상품에 대해 30%(3000원)의 수수료를 주기로 약속하면, A씨는 주어진 마진율 내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을 사용한다.
 
이때 주어진 마진율의 운영권한은 A씨에게 있다. 즉 1만원인 상품을 판매할 때 수수료 3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A씨가 영업이익을 수수료의 10%(1000원)를 목표로 정하고 할인쿠폰을 20%(2000원) 사용하면 매출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약속 마진율은 현대아이파크몰 입점 업체인 상품브랜드 매니저가 전산을 입력하며, 상품별 원가 수정(마진율 수정)은 현대아이파크몰만의 권한이기 때문에 A씨는 절대로 수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A씨에 따르면 현대아이파크몰은 전산 조작 문제가 불거지자 ‘전산 조작 당사자는 협력업체 책임자’라며 매니저들에게 강제진술을 강요했다. 매니저 박모씨의 심경을 녹취한 속기록을 보면 전산 조작과 관련해 시끄러웠던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인만 해서 내는데 우리가 고쳐서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친 적 없고요. 우리는 사민만 해서 그대로 올려요. 그렇게 애기했거든요. 그런데 고쳤다는 거예요. 그걸 왜 나한테 뒤집어 씌었어요.” 
 
매니저 박씨는 ‘상기 브랜드는 인터넷 판매 시 출고인도증 서류에 마진 수정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산 마진율만을 사용하였음을 확인합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다. 현재 박씨는 백화점을 떠난 상태다. 현대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요청을 했을 뿐 일체의 압력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A씨가 제기한 전산 조작 의혹에 대해 현대아이파크몰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진 입력을 현대아이파크몰이 하기에 조작이라고 주장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진 조정은 통상적인 영업활동 중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업무다. 다만 백화점은 주문과 매출이 동시에 발생하는 관계로 매출 확정과 정산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아 왔지만, 온라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구멍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아이몰의 손해분도 있지만 현대아이파크몰이 과 지급한 금액도 현재까지 파악된 것이 4000여만원”이라며 “이 문제는 정산함에 있어 제대로 청구하지 못한 현대아이몰이 문제를 현대아이파크몰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영업
빈번하게 발생”
 
현대아이파크몰 전산 조작 문제를 수사 중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직원들과 회사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갑의 횡포와 부도덕한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퇴출시켜 ‘토사구팽’ 했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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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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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