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vs 기무사 권력암투 막후

정보기관 파워게임…충성경쟁 무리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해킹 파문과 관련해 의외의 사실이 고개를 들었다.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소속 S 소령의 휴대전화가 감청된 것이다. 관련 배경을 놓고 기무사를 겨냥한 조직적인 사찰 의혹이 제기된다. 국정원이 조직을 지키기 위해 경쟁 정보기관을 상대로 일종의 '파워게임'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란히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을 시도했고,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하며 '정보전'에 나섰다. 문제는 국정원 쪽의 의욕이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단 1명의 피해자. 국정원 해킹 사건이 폭발력을 갖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지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해킹 프로그램 중개업체 나나테크 사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가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믿어야 한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국민의 국정원"
민간인 사찰 부인

우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혹은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고발 내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종 기소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만큼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2014년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서 국정원 본진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변이 없는 한 국정원은 3년 연속 압수수색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전망이다. 국정원으로서는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경쟁관계였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터라 모욕감이 더하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첫 해명에 나선 뒤 줄곧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은 있으나 북한이 대상"이라고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해킹수사 배당…압수수색 불가피
기무사 소령 상대 RCS 사용 감청 의혹

또 이 원장은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각각 10회선씩 프로그램 20회선을 구입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해명은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해킹팀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정황이 나온다. 특히 국정원의 프로그램 구매 대행업체인 나나테크는 2012년 12월6일 '긴급'이란 제목의 메일에서 "30회선 사용권을 한 달간 임시로 사용하게 해 달라"라고 해킹팀에 주문했다.

국정원 관계자로 알려진 아이디 devilangel1004@gmail.com(이하 데빌엔젤)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해킹팀에 스파이웨어를 심은 가짜 URL 제작을 의뢰했다. '떡볶이 맛집 소개' '금천구 벚꽃축제' '메르스 Q&A' 등 자국민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주제로 만든 URL은 195개에 달했다.

지난 17일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은 국민의 국정원"이라며 "국정원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국민을 사찰하겠습니까.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국정원 주장의 핵심은 '20명분의 프로그램만 구입했기 때문에 최대 해킹 대상자가 2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동시 감청 대상이 20명일뿐 프로그램의 설정을 바꾸면 불특정 다수에 대한 감시가 가능하다는 반론이 있다. 야당 및 시민진영의 의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국가 정보기관의 감청 타깃이 고작 20명에 그쳤겠느냐는 것이다.

'1명의 피해자'
정보요원 가능성

하지만 국정원의 해명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감청의 동기와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면 일반 시민은 사찰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정보기관의 감청은 처음부터 특정인을 겨냥해 설계되고 실시간 감시를 주된 목표로 삼는다. 언제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깃이 많으면 그에 필요한 인적·물적자원의 수요가 증가한다. 어느 순간 조직이 가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일부 타깃은 제외될 확률이 높다. 국정원이 제아무리 '빅브라더'를 꿈꾼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고3 수험생의 일상까지 속속들이 챙길 여력은 없다. 단 예외는 있다. 해당 수험생이 세월호 사건의 생존자라면 혹은 고위공직자·재벌총수·정치인의 자녀라면 감시의 유혹을 느끼는 것이 정보기관의 속성이다.

국정원은 분명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 누군가가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추할 수 있는 건 국정원의 상시 감청 대상에 '사회고위층'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노태우정부 때부터 김대중정부까지 일명 '미림팀'을 가동해 국회의원·학자·언론인 등 사회고위층 5000여명을 상대로 대통령 승인 하에 불법 도·감청을 자행했다.

그렇다면 이번 해킹 프로그램의 최종 타깃은 누구였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 언론에 소개됐다. <시사IN> 등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에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기무사 소속 소령 S씨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국정원이 RCS(리모트컨트롤시스템)를 사용, 자신을 감시했다"라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S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외부로 공표된 날은 지난 10일이다. 국정원 해킹 의혹이 각 일간지에 보도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날 국방부 검찰단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및 군형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S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알렸다. S씨는 지난 201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국 측 기관요원으로 추정되는 A씨에게 3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S씨가 유출한 군사자료는 해군 함정 관련 3급 기밀자료 등 27건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방부는 S씨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밀 가운데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관련한 자료는 없었다"라고 밝혀 축소·은폐 의혹을 확산시켰다. S씨는 지난 1월 중국 측 기관요원에게 사드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받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기무사 후배인 Y 대위(해군 소속)와 연락했다.

Y 대위는 자신이 빼낸 3급 기밀을 S씨의 지시대로 충남 계룡대 당직실에 맡겼다. 기밀 중에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관련한 자료도 있었다. S씨는 이 자료를 자필로 가공해 A씨의 국내 협조자인 B씨와 만나 사진 형태의 정보로 제공했다. B씨에겐 "자료를 받은 즉시 파기해달라"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국정원은 일찍부터 S씨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내사 진행 기간만 2년여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당초 S씨는 6월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할 예정이었다. 정보·보안분야에서 엘리트로 인정받은 S씨는 주중한국대사관 국방무관 보좌관으로 발령받은 상태였다. 주중한국대사관에는 전임 국가안보실장인 김장수 대사가 있었다.

엎치락뒤치락
기무사와 악연

그런데 S씨는 공항 수속을 밟던 중 긴급 체포됐다. 일각에선 김 대사를 포함한 군부에 일부러 망신을 준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사건을 주도한 국정원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국정원은 중국 측 협조자와 내통한 또 다른 장교를 찾고 있었다. 국정원은 앞서 감청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보하고 A씨와 연관된 내국인을 조사 대상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 두말할 것 없이 '1호 타깃'은 기무사 소속 정보요원이었다.

<시사IN>에 따르면 S씨의 변호인은 국정원이 진행한 내사 단계에서 RCS의 사용을 의심했다. S씨가 나눈 채팅 내용과 통화 내역 등을 수사기관이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군 검찰은 S씨가 A씨와 말다툼한 내용까지 꿰고 있었다. S씨에 대한 감청영장은 지난 6월까지 모두 90여차례나 발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청에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심'서 멀어진 공신들 반란
정권 바뀔 때마다 '보고 전쟁'

만약 국정원이 내사 초기 단계부터 S씨의 휴대전화를 겨냥해 RSC를 사용했다면 이는 기무사를 노린 기획수사로 의심된다. 반대로 A씨를 표적삼아 RCS를 사용했더라도 최종 결론은 마찬가지다. A씨와 친분을 쌓은 군인이 기무사 소속이란 사실을 국정원 측에서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턱대고 타국 정보요원인 A씨를 감청했다면 사건의 앞뒤 전개가 뒤틀리는 상황이다.

국정원은 창설 이래 단 한 번도 음지의 권력을 놓친 적이 없다. 이런 국정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가 있다. 바로 12·12 사태다.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현 국정원장)이 육군본부로 피신한 '그날' 양지와 음지의 권력은 모두 국군보안사령부(현 기무사)로 넘어갔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보안사도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권력의 추는 다시 국정원에게 기울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지난 2008년 기무사가 국정원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관사 이전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기무사 내곡동 이전에 가장 앞장서 반대한 기관이 국정원이다. 또 국정원은 기무사가 군사 관련 첩보 수집 외에는 할 수 없도록 정치권을 통해 견제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로서도 정권을 전복한 '원죄' 때문에 정치권의 비호를 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잠잠했던 두 정보기관의 충성경쟁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다시 군불을 땠다. 이들은 나란히 댓글을 통한 대선 개입으로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했다. 특히 기무사 쪽이 거는 기대가 더 컸다고 전해진다. 아버지가 군인이고 동생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니 아무래도 군 출신을 더 우대하지 않겠냐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이들은 나란히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지 못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국정원과 감청설비를 보강한 기무사 모두 자신들의 '정보'를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 대통령이 독대 보고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조연이 된 사이 핵심권력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대표되는 '법조그룹'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을 위시한 '문고리 그룹'이 장악했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없을 호기
불법 첩보수집

이 가운데 기무사는 2013년 11월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의 경질과 지난해 이어진 이재수 현 3군사령부 부사령관(당시 기무사령관)의 사임으로 권력 경쟁에서 이탈했다. 차기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정보 공작까지 했지만 끝내 이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국정원은 '증거 조작' 사건 등 잇따른 실책에도 권력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을 발탁한 것은 상징적이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동향보고서다. 통치자는 정권 중반을 넘어서면 정보기관이 써 올리는 보고서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입법·행정·사법부 장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3년 차인 2015년은 국정원 입장에서 다시 없을 호기였다. 경쟁 기관인 기무사를 공격해 차별화를 꾀하고, 청와대의 신임을 회복한다면 '1인자' 자리까지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자신들과 거래한 해킹팀이 해킹당할 줄은 국정원조차 예상키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 파문의 배경으로 국정원 내부의 지나친 실적 경쟁을 꼽고 있다. 다른 권력기관보다 정보에서 우위에 서려다보니 무리가 따랐다는 지적이다. 이는 내부 경쟁이 최고조에 이른 원 전 원장 때와 남재준 전 국정원장 재임 시기가 가장 의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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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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