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주인 없는 기업들 흑역사

동네북도 아니고…‘서럽다 서러워∼’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주인없는 기업에 바람 잘날 없다. 크고 작은 비리가 끊임없이 터지기 때문이다. 주인없는 기업들의 특징은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주인의식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비리 복마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2조원의 적자 피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기업이야?
사기업이야?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2조원대의 손실을 숨긴 혐의가 드러나면서 업계에서는 전 경영진과 정치권 그리고 금융 당국의 과도한 인사 개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우조선해양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재까지 회사에 쏟은 돈은 2조4000억원 규모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정계는 물론 금융당국의 인사 로비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매일경제>가 지난 21일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이래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출신을 분석해보면 관료와 교수, 금융인 출신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업인(5명)과 법조인(2명), 언론인(2명), 정치인(2명), 시민단체(1명)이 뒤를 잇는다. 교수 출신 6명 중 조선 전문가는 김형태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1명에 불과했다. 안병훈(KAIST), 김지홍(KDI), 신광식(KDI) 전 사외이사는 경제학 박사이고 송희준 전 사외이사는 정부3.0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책학 박사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2006∼201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이끈 남상태 전 사장 취임 이후 이 같은 기조가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지난 2008년에는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낸 감사실장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당시 산업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친 신대식씨가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실장으로 갔으나, 대우조선해양은 회사 경영진의 감사위원회나 이사회 의결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대식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고했다.
 
정권만 바뀌면 압박…비리 찾아 ‘탈탈’
반복되는 사정칼날 “이젠 익숙해졌다”
 
신대식씨는 징계위원회 회부와 함께 검찰의 고발까지 당했지만 이후 무죄를 받으면서 정치적 희생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대식씨는 2011년 ‘이재오 낙하산’에 의해 해고를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이 일을 계기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했지만 잡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CFO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대우조선해양 직원 및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연임에 성공한 남상태 전 사장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 묶음을 제공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남 전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남 전 사장은 세 번째 연임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에는 남상태 전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재호 전 사장(2012∼2015년)이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었다.
 
고재호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후 연임과 관련 산업은행과 대립각을 세우며 강력한 뒷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고 전 사장은 연임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부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고재호 전 사장에 이어 정성립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해양조선을 이끌게 되면서 과거 2조원 가량의 손실을 계상하지 않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이 집권한 2006∼2015년은 대우조선해양에게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측이 이들을 상대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2조원 가량의 손실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대우조선을 이끌던 시기에 계상되지 않은 손실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을 향한 사정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임기없는 사장
입맛따라 교체
 
1981년 정부출자로 창립된 KT는 2002년 5월 민영화되면서 각종 구설에 올랐다. KT는 민영화된 후 네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거쳐 갔다. 비교적 무난한 리더로 평가받는 이용경 전 사장(2002년 8월∼2005년 8월)은 민영화된 회사의 첫 번째 CEO가 됐지만 연임에는 실패했다. 이어 2005년 두 번째 CEO로 기록된 남중수 전 사장은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까지 사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2008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2007년 주주총회를 앞당겨 실시해 연임 건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남 전 사장은 ‘무리한 연임’이라는 비판과 이명박 정권의 사정 칼날을 동시에 받아야했다. 결국 남 전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과 함께 현금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만원 등을 받으면서 불명예스럽게 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교체에 따른 찍어내기 수사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강행한 남 전 사장에 대한 의도적인 사정의 칼날 아니냐는 것이다. 후임 이석채 전 회장(2009년 회장 영전)도 남 전 사장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정작 본인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명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채 전 회장은 취임 전 LG전자와 SK C&C 사외이사로 있었기 때문에 사장 후보로 응모할 자격이 없었다.  KT 정관에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을 거쳐 회장직에 올랐다. 이석채 사장은 취임 후 회장으로 영전함과 동시에 낙하산 인사로 측근들을 고위직에 앉혀 구설에 올랐다. 이 전 회장 체제에서의 고위직 낙하산 인사는 4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툭하면 정치권 입김…낙하산이 좌지우지
전문성 없는 경영진 “주인의식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KT 사장에 오르기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이 전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이 전 회장은 구설을 몰고 다녔다. 2011년 9월 무궁화 2호와 3호를 각각 40억 4000만원과 5억 3000만원에 매각한 것을 두고 불법매각 논란이 일었다.
 
당시 KT측은 위성을 매각한 것을 두고 수명이 다했다고 설명했지만 품질보증기간이 10년 넘게 남은 사실이 드러났다. 유승희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직접 비용만 총 4500억 원 이상 투자한 무궁화위성 2호, 3호를 1% 수준인 45억원에 매각해 고철값도 안 되는 헐값에 국가적 자산을 매각했다”며 “특히, 3호는 설계수명 12년 종료 직후인 2011년 9월에 매각해 잔존 연료와 기기성능 모든 면에서 무궁화위성 2호 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을 받아야 타당하다”라고 말하며 불법매각의혹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이 전 회장은 △KT 사옥 헐값 매각 △친인척 회사 과다투자 및 고가인수 △비자금을 조성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이 전 회장도 전임 사장의 전철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이 사임과 동시에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의 고발을 당한 것. 현재 이 전 회장과 관련된 재판은 진행 중이다. KT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의 임기를 두고 잃어버린 5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현재는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회장이 KT를 이끌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로 전환한 포스코도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새정부 출범때마다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포스코의 잔혹사는 초대 회장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시작됐다. 이후 회장직에 오로느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도 임기를 마지지 못하고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정권교체 하면

회사 죽어난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회장직을 박탈당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당했다.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오른 황경로 전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회장직에 오른지 6개월 만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다.
 
정명식 전 회장은 1년 만에,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도 중간에 회사를 떠나야 했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어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세청의 포스코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 3월까지 남아 있었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라인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뒤 불과 석 달 만에 포스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당시 최고 실세로 평가받던 영포라인의 힘으로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운명도 정권이 바뀌면서 전임 회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정 전 회장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을 받아야 했다. 우선 포스코의 악화된 재무구조와 부진한 경영실적이 정 전 회장의 약점으로 부각됐다. 결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되면서 정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현재까지도 정 전회장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의 칼바람은 지난해 8대 회장에 올라 올해 집권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회장에게는 악재다. 포스코의 잔혹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관들이 수시로 회사를 방문해 서류를 보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오르내리는 상황은 권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된 KT&G는 다른 주인없는 기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민영화 이후 현재까지 내부인사가 사장까지 오르면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KT&G에도 박근혜 사정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민영진 KT&G 사장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민 사장이 지난 2010년 사장에 취임한 뒤 자회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민 사장 등 KT&G 임직원과 주변인 계좌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KT&G 역사상 첫 불명예 퇴진이 나올 수도 있어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칼날이 KT&G까지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되는 잔혹사
비리백화점 오명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2월 KT&G 사장으로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하고 현재까지 KT&G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 사장은 부동산 개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었다. 일각에서는 주인없는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외풍이 적은 KT&G에도 낙하산 인사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풍’ 포스코 내부 분위기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쇄신안을 발표했다. 최근 검찰의 포스코 수사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5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발족 이후 내외부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마련한 5대 경영쇄신안을 설명했다.
 
권 회장은 쇄신안 발표에 앞서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국민과 투자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하고 “현재의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발행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이고 강력한 쇄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날 권 회장이 직접 발표한 5대 경영쇄신안은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권 회장은 시종일관 비장한 표정이었으며 “과거의 자만과 안이함을 버리고 창업하는 자세로 돌아가 스스로 채찍질하고 변화시켜 창립 50주년을 맞는 2018년까지는 또 다른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는 5대 경영쇄신안을 강력하게 실천하기 위해 전 계열사의 임원진을 소수 정예화해 조직효율을 높이고 경영정상화시까지 임원들의 급여 일부를 반납함으로써 경영진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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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