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광복절특사 리스트

‘대통령 결단’ 국민들이 알아줄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시사했다. 특사 소식에 정·재계는 기대감을 품는 분위기다. 아직 특사 대상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림이 나와서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사면’을 지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면 대상이나 범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8월15일 단행될 ‘광복절 특사’에 정·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특별사면이 논의될 당시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 사면 대상을 국한했었다. 줄곧 사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말로 그 범위를 넓힐 것을 시사했다. 


박근혜정부
두 번째 사면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 지난해 설 명절 이후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면권 행사다. 법무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사면법에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특사를 상신하기 전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특사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 기업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사면 여부다. 재계에서는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자원 LIG 회장 3부자,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사면 대상자로 오르내린다.
 

정계에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인사들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으로 한 차례 특혜를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판결 받고 같은 해 몇 달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말부터 친동생인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SK텔레콤, 계열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에 투자한 465억여원의 펀드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구속됐다. 이후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최 회장은 현재 2년6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2017년 1월30일이 만기일이며 남은 형기는 1년 6개월가량이다. 이와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검찰에 구속된 후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9월 2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복역 중이다.

정치인·기업인
광복 특사 물망 
 
구자원 LIG 회장 3부자도 사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구 회장은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은 2012년 10월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복역 중인 재계 최장기수로 꼽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부실 위장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부당지원을 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과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확정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배임액수가 1500억원 이상임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받아 양형기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표를 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300억원 이상이면 형의 감경구간은 4∼7년이다. 김 회장은 출감했으나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이유로 그룹 주요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8·15 특별사면 가시화
정재계 인사 대거 포함
 
수감 중이지만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한 총수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2012년 7월1일 구속됐지만 신장 이식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이 중단되면서 총 수감기간을 114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이 계속 수감생활을 이어 왔다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회장 사건은 아직 대법원 선고 전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질병을 이유로 각각 보석과 형집행정지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수감기간이 가석방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 회계분식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가석방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 가석방 바람은 지난해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황 전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경제부총리는 “기업인들이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CBS아침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재벌총수가 사면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아서도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며 “기업인들의 경우 대체로 개인적 실수가 아닌 경제사범이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대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기업인들을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풀어준다면 마치 사회정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사면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며 “가중처벌이란 말 그대로 죄질이 무거워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면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사면
통합? 분열?
 
박근혜정부가 친이계(친이명박)와의 불편한 관계 해소 차원으로 전 정부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사면대상자로 물망에 오르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저축은행 관계자 등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을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년2개월 복역 후 만기 출소한 상태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뇌물수수, 민간인 불법사찰 지시, 원진비리 등에 연루돼 징역 2년6개월형을 산 뒤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해 사면 대상에 오르내린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명박 전 대통령 사촌처남)도 특사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사면 여부도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던 홍사덕 전 국회의원은 기업가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태다. 
 

야권에서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500만원 벌금형 원심이 확정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살고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 전 의원의 경우 개인비리가 아닌 정치사안 BBK폭로 때문에 형이 확정된 경우여서 대통합 사면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인 사면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 기업인 사면에는 경제살리기라는 큰 틀의 명분이 있는 것과 대조돼 논란이 예상된다.
 
형기 3분의 1 채운 모범수형자 대상
절반 이상 복역한 최태원 회장 유력
이상득 박영준 이광재 정봉주도 거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15일 “재벌총수와 정치인을 위한 특별사면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날 논평에서 “재벌 총수에 대해 특별사면 해주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황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요소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칙 없이 남용될 경우 법치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준법정신마저 무디게 한다”고 우려했다. 
 
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재계와 정치권,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벌총수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또다시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이는 판결에 이어 법집행에까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패 범죄에 대해 매번 경제위기 극복이니 국민 통합이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를 대며 무리한 사면을 남발할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사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면을 실시한다면 서민 경제를 살리는 방향의 사면이 돼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 및 시위를 하다가 형사 처벌된 시민들에 대한 특별사면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명하고 있는데, 현행 사면법은 사면의 구체적 기준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엄격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비리 및 부정부패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금지하고, 대통령의 자의적인 특별사면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뇌물수수·횡령·배임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을 대통령·국회·대법원이 각각 지명한 3명씩으로 구성하고 사면심사를 위원 9인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도록 규정했다.

“공정한 사면
기준 세워야”
 
노웅래 의원은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을 위해 국가의 원수자격으로 실시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이지만 역대 정권마다 특별사면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행사됨에 따라 ‘보은사면’ ‘측근사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대형 금품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도 모자라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비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특별사면을 원천 차단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정부의 사면 사례 & 절차
 
사면은 1980년 이후 총 52차례 시행됐다. ▲전두환정부 14차례 ▲노태우정부 7차례 ▲김영삼정부 9차례 ▲김대중정부 6차례 ▲노무현정부 8차례 ▲이명박정부 7차례 등.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생계형 범죄로 수감된 서민들을 한 차례 특별사면했다.
 
헌법 79조 1항에 규정된 사면 절차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대상 범죄와 기준 등을 정하고 일률적으로 형의 선고 효과를 없애주는 행위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 효력 등을 소멸시키는 행위로,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적 화합 등을 내세워 광복절 등 국경일에 사면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사면에 따른 논란은 어느 정부도 피해갈 수 없었다. 때문에 현 정부는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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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