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광복절특사 리스트

‘대통령 결단’ 국민들이 알아줄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시사했다. 특사 소식에 정·재계는 기대감을 품는 분위기다. 아직 특사 대상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림이 나와서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사면’을 지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면 대상이나 범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8월15일 단행될 ‘광복절 특사’에 정·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특별사면이 논의될 당시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 사면 대상을 국한했었다. 줄곧 사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말로 그 범위를 넓힐 것을 시사했다. 


박근혜정부
두 번째 사면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 지난해 설 명절 이후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면권 행사다. 법무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사면법에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특사를 상신하기 전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특사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 기업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사면 여부다. 재계에서는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자원 LIG 회장 3부자,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사면 대상자로 오르내린다.
 
정계에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인사들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으로 한 차례 특혜를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판결 받고 같은 해 몇 달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말부터 친동생인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SK텔레콤, 계열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에 투자한 465억여원의 펀드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구속됐다. 이후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최 회장은 현재 2년6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2017년 1월30일이 만기일이며 남은 형기는 1년 6개월가량이다. 이와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검찰에 구속된 후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9월 2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복역 중이다.

정치인·기업인
광복 특사 물망 
 
구자원 LIG 회장 3부자도 사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구 회장은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은 2012년 10월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복역 중인 재계 최장기수로 꼽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부실 위장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부당지원을 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과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확정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배임액수가 1500억원 이상임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받아 양형기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표를 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300억원 이상이면 형의 감경구간은 4∼7년이다. 김 회장은 출감했으나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이유로 그룹 주요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8·15 특별사면 가시화
정재계 인사 대거 포함
 
수감 중이지만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한 총수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2012년 7월1일 구속됐지만 신장 이식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이 중단되면서 총 수감기간을 114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이 계속 수감생활을 이어 왔다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회장 사건은 아직 대법원 선고 전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질병을 이유로 각각 보석과 형집행정지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수감기간이 가석방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 회계분식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가석방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 가석방 바람은 지난해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황 전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경제부총리는 “기업인들이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CBS아침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재벌총수가 사면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아서도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며 “기업인들의 경우 대체로 개인적 실수가 아닌 경제사범이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대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기업인들을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풀어준다면 마치 사회정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사면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며 “가중처벌이란 말 그대로 죄질이 무거워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면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사면
통합? 분열?
 
박근혜정부가 친이계(친이명박)와의 불편한 관계 해소 차원으로 전 정부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사면대상자로 물망에 오르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저축은행 관계자 등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을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년2개월 복역 후 만기 출소한 상태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뇌물수수, 민간인 불법사찰 지시, 원진비리 등에 연루돼 징역 2년6개월형을 산 뒤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해 사면 대상에 오르내린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명박 전 대통령 사촌처남)도 특사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사면 여부도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던 홍사덕 전 국회의원은 기업가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태다. 
 
야권에서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500만원 벌금형 원심이 확정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살고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 전 의원의 경우 개인비리가 아닌 정치사안 BBK폭로 때문에 형이 확정된 경우여서 대통합 사면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인 사면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 기업인 사면에는 경제살리기라는 큰 틀의 명분이 있는 것과 대조돼 논란이 예상된다.
 
형기 3분의 1 채운 모범수형자 대상
절반 이상 복역한 최태원 회장 유력
이상득 박영준 이광재 정봉주도 거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15일 “재벌총수와 정치인을 위한 특별사면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날 논평에서 “재벌 총수에 대해 특별사면 해주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황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요소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칙 없이 남용될 경우 법치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준법정신마저 무디게 한다”고 우려했다. 
 
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재계와 정치권,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벌총수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또다시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이는 판결에 이어 법집행에까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패 범죄에 대해 매번 경제위기 극복이니 국민 통합이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를 대며 무리한 사면을 남발할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사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면을 실시한다면 서민 경제를 살리는 방향의 사면이 돼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 및 시위를 하다가 형사 처벌된 시민들에 대한 특별사면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명하고 있는데, 현행 사면법은 사면의 구체적 기준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엄격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비리 및 부정부패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금지하고, 대통령의 자의적인 특별사면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뇌물수수·횡령·배임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을 대통령·국회·대법원이 각각 지명한 3명씩으로 구성하고 사면심사를 위원 9인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도록 규정했다.

“공정한 사면
기준 세워야”
 
노웅래 의원은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을 위해 국가의 원수자격으로 실시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이지만 역대 정권마다 특별사면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행사됨에 따라 ‘보은사면’ ‘측근사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대형 금품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도 모자라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비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특별사면을 원천 차단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정부의 사면 사례 & 절차
 
사면은 1980년 이후 총 52차례 시행됐다. ▲전두환정부 14차례 ▲노태우정부 7차례 ▲김영삼정부 9차례 ▲김대중정부 6차례 ▲노무현정부 8차례 ▲이명박정부 7차례 등.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생계형 범죄로 수감된 서민들을 한 차례 특별사면했다.
 
헌법 79조 1항에 규정된 사면 절차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대상 범죄와 기준 등을 정하고 일률적으로 형의 선고 효과를 없애주는 행위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 효력 등을 소멸시키는 행위로,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적 화합 등을 내세워 광복절 등 국경일에 사면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사면에 따른 논란은 어느 정부도 피해갈 수 없었다. 때문에 현 정부는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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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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