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광복절특사 리스트

‘대통령 결단’ 국민들이 알아줄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이 말하며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시사했다. 특사 소식에 정·재계는 기대감을 품는 분위기다. 아직 특사 대상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얼추 그림이 나와서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특별사면’을 지시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면 대상이나 범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8월15일 단행될 ‘광복절 특사’에 정·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3년 12월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특별사면이 논의될 당시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 사면 대상을 국한했었다. 줄곧 사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말로 그 범위를 넓힐 것을 시사했다. 


박근혜정부
두 번째 사면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 지난해 설 명절 이후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면권 행사다. 법무부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사면법에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특사를 상신하기 전에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광복 7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특사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재벌 총수 기업인,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사면 여부다. 재계에서는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자원 LIG 회장 3부자,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사면 대상자로 오르내린다.
 

정계에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인사들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이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으로 한 차례 특혜를 받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2008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판결 받고 같은 해 몇 달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말부터 친동생인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SK텔레콤, 계열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에 투자한 465억여원의 펀드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구속됐다. 이후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최 회장은 현재 2년6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2017년 1월30일이 만기일이며 남은 형기는 1년 6개월가량이다. 이와 함께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검찰에 구속된 후 이듬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9월 2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복역 중이다.

정치인·기업인
광복 특사 물망 
 
구자원 LIG 회장 3부자도 사면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구 회장은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은 2012년 10월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복역 중인 재계 최장기수로 꼽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부실 위장계열사에 수천억원대의 부당지원을 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과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확정 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배임액수가 1500억원 이상임에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를 받아 양형기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표를 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300억원 이상이면 형의 감경구간은 4∼7년이다. 김 회장은 출감했으나 집행유예 기간이라는 이유로 그룹 주요회사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8·15 특별사면 가시화
정재계 인사 대거 포함
 
수감 중이지만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한 총수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2012년 7월1일 구속됐지만 신장 이식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이 중단되면서 총 수감기간을 114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이 계속 수감생활을 이어 왔다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회장 사건은 아직 대법원 선고 전이다.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한 차례 더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질병을 이유로 각각 보석과 형집행정지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수감기간이 가석방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 회계분식 혐의로 수감된 상태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가석방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이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 가석방 바람은 지난해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당시 황 전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경제부총리는 “기업인들이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CBS아침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재벌총수가 사면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기업인이라고 특혜를 받아서도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며 “기업인들의 경우 대체로 개인적 실수가 아닌 경제사범이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 대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기업인들을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풀어준다면 마치 사회정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사면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며 “가중처벌이란 말 그대로 죄질이 무거워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면에서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사면
통합? 분열?
 
박근혜정부가 친이계(친이명박)와의 불편한 관계 해소 차원으로 전 정부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사면대상자로 물망에 오르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저축은행 관계자 등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을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년2개월 복역 후 만기 출소한 상태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뇌물수수, 민간인 불법사찰 지시, 원진비리 등에 연루돼 징역 2년6개월형을 산 뒤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해 사면 대상에 오르내린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이명박 전 대통령 사촌처남)도 특사 가능성이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사면 여부도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던 홍사덕 전 국회의원은 기업가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3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태다. 
 

야권에서는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500만원 벌금형 원심이 확정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살고 피선거권이 10년간 제한된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 전 의원의 경우 개인비리가 아닌 정치사안 BBK폭로 때문에 형이 확정된 경우여서 대통합 사면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인 사면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 기업인 사면에는 경제살리기라는 큰 틀의 명분이 있는 것과 대조돼 논란이 예상된다.
 
형기 3분의 1 채운 모범수형자 대상
절반 이상 복역한 최태원 회장 유력
이상득 박영준 이광재 정봉주도 거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15일 “재벌총수와 정치인을 위한 특별사면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날 논평에서 “재벌 총수에 대해 특별사면 해주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허황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요소로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원칙 없이 남용될 경우 법치주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준법정신마저 무디게 한다”고 우려했다. 
 
민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재계와 정치권,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벌총수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또다시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이는 판결에 이어 법집행에까지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패 범죄에 대해 매번 경제위기 극복이니 국민 통합이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를 대며 무리한 사면을 남발할 게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사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면을 실시한다면 서민 경제를 살리는 방향의 사면이 돼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 및 시위를 하다가 형사 처벌된 시민들에 대한 특별사면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제79조 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명하고 있는데, 현행 사면법은 사면의 구체적 기준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엄격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은 비리 및 부정부패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금지하고, 대통령의 자의적인 특별사면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뇌물수수·횡령·배임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을 대통령·국회·대법원이 각각 지명한 3명씩으로 구성하고 사면심사를 위원 9인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도록 규정했다.

“공정한 사면
기준 세워야”
 
노웅래 의원은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을 위해 국가의 원수자격으로 실시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이지만 역대 정권마다 특별사면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행사됨에 따라 ‘보은사면’ ‘측근사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대형 금품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도 모자라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비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특별사면을 원천 차단하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정부의 사면 사례 & 절차
 
사면은 1980년 이후 총 52차례 시행됐다. ▲전두환정부 14차례 ▲노태우정부 7차례 ▲김영삼정부 9차례 ▲김대중정부 6차례 ▲노무현정부 8차례 ▲이명박정부 7차례 등.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월 생계형 범죄로 수감된 서민들을 한 차례 특별사면했다.
 
헌법 79조 1항에 규정된 사면 절차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대상 범죄와 기준 등을 정하고 일률적으로 형의 선고 효과를 없애주는 행위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별사면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 효력 등을 소멸시키는 행위로,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결정하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은 특별사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적 화합 등을 내세워 광복절 등 국경일에 사면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사면에 따른 논란은 어느 정부도 피해갈 수 없었다. 때문에 현 정부는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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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