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 사업 인수한 '전두환 장남' 전재국

돈 되는 놀이학교 샀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는 시공사를 통해 여러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 교육교재 출판업체인 뫼비우스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뫼비우스는 10여개 분원을 둔 프랜차이즈 놀이학교를 비밀리에 인수했다. 뒤늦게 일부 가맹점주는 인수에 반발하며 계약해지에 나섰다. 이들 놀이학교에는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재국씨의 회사는 왜 놀이학교 시장에 진출한 것일까.
 

시공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가 대주주로 있는 '가족회사'다. 전체 주식(60만주) 가운데 재국씨가 30만3189주(지분율 50.53%)를 갖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딸인 전효선씨가 3만1914주(5.32%), 삼남 전재만씨도 3만1914주를 갖고 있다. 재국씨의 부인인 정도경씨 또한 같은 양(3만1914주)의 주식을 보유해 '전두환 일가'의 지분율은 66.48%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인수

올 3월 공개된 시공사에 대한 외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506억여원으로 2013년 대비 58억여원이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8억6000만원 규모로 전기(2013년)와 비교해 약 3억원이 늘었다. 시공사의 자본총계는 73억5000여만원, 부채총계는 229억2000여만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총계는 302억여원이다.

지난 1월 검찰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시공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시공사의 수익 가운데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앞서 재국씨는 지난 2013년 9월 미납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해 자진 납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위탁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1270억원 규모로 추정)이었던 까닭에 환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공매 절차를 밟은 부동산은 평가액이 절하되거나 상당수 유찰됐다.

이후 미납 추징금과 관련한 추가적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시공사와 관련한 구상권 청구 작업도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재국씨는 수차례 "재산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발언의 신빙성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그의 부친 또한 "29만원밖에 없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계열사 가운데는 뫼비우스가 있다. 시공사는 뫼비우스의 주식 2만주(지분율 50%)를 소유하고 있다. 장부상 주식 취득원가는 2620만원에 불과했다. 시공사에 대한 외부감사보고서에는 뫼비우스의 순자산가치가 200여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뫼비우스는 <라벤스> 등 영유아 교육교재를 출판해 온 업체다.

뫼비우스는 지난해 교육업체 I사로부터 프랜차이즈 놀이학교인 I학교·G학교의 영업권을 획득했다. I사는 이들 두 학교에 대한 가맹사업으로만 수익을 올려 온 회사다. 따라서 회사 영업권 취득은 사실상의 인수·합병과 다름없다. I학교는 현재 중국을 포함한 14개 지역에 분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일부 분원은 가맹계약이 해지돼 자체 브랜드로 독립했다.

G학교는 3곳의 분원과 연구원을 두고 있다. I사 대표 함모씨는 올 1월에야 G학교에 대한 상표 특허를 출원했다. 뫼비우스가 I사를 인수한 시점은 그보다 앞선 것으로 확인된다. 즉 뫼비우스는 상표권이 없는 회사를 인수한 셈이다.

뫼비우스의 2014년 기준 자산총계는 17억3000여만원이다. 자본총계는 400여만원, 부채총계는 17억3000여만원으로 좋은 재무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13억여원이며, 영업손이익은 16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는 마이너스 영업손이익을 보였다. 제2금융권 신용공여 비중도 높았다. 재무제표상 주임종단기 채무(대표자의 가수금)는 12억원에 달했다. 전체 부채의 70%에 육박하는 액수다.

지난해 뫼비우스는 급여 명목으로 3억6000여만원을 지출했다. 총 직원 수는 12명, 이 가운데 임원은 4명이다. 대표이사는 김모씨, 2002년부터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기재됐다. 남은 임원은 앞서 언론에 수차례 소개된 익숙한 얼굴들이다.

재국씨의 성균관대 동기인 김경수씨(리브로 대표)는 사내이사로 올라있다. 감사로는 재국씨의 부인인 '정도경'이란 이름이 선명하다. 재국씨 역시 2000년부터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뫼비우스 측은 이들이 급여로 얼마를 받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함씨는 지난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놀이학교 가맹사업을 운영할 상황이 아니라 반은 부탁하고, 반은 뫼비우스에서 관심을 보여 영업권을 넘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재국씨와는 관련이 없으며 브랜드를 유지해야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고려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I사는 뫼비우스로부터 교재를 납품받아 각 분원에 공급했다. 뫼비우스로서는 '자신들이 공급한 교재로 브랜드 놀이학교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취재에 응한 업계 복수 관계자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뫼비우스가 놀이학교를 인수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뫼비우스의 I학교·G학교에 대한 가맹 재계약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놀이학교 사업은 전형적인 '현금장사'다. 분원장 A씨는 브랜드 사용료를 포함해 월 1000만원까지 본사로 입금했다. 수년 전부터 함씨는 뫼비우스의 대표 김씨와 호형호제했던 사이로 알려졌다. 이미 몇몇 분원장은 영업권 매각을 앞두고 함씨를 신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학교에 투자했던 일부 분원장은 I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판결은 함씨에게 불리했다는 후문이다.

검찰, 시공사 추징금 구상권 검토
전 조용히 유아 프랜차이즈 진출

김씨가 처음부터 I사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함씨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김씨는 헐값에 영업권을 인수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 과정에 재국씨가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함씨는 "재국씨를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친분 관계는 없고, 김씨가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뫼비우스 측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한 문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일부 가맹점주는 인수에 반발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뫼비우스 쪽으로 사업권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관계자 B씨는 "결과적으로 학부모가 매달 낸 현금이 재국씨의 통장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아마 (우리를 포함한) 교원들의 교육도 시공사가 맡게 될 텐데 도덕적인 관점에서 그게 맞는 것인지 고민이 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시공사가 시공주니어 등 영유아 교재 출판에서는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고, I사보다는 훨씬 규모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투자가 있다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또 "일반 학부모들은 재국씨가 돈을 벌든 말든 관심이 없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 없다"

지난해 시공사와 뫼비우스 간의 거래 총액은 220만원에 그쳤다. 시공사의 매출 수준을 고려하면 거래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뫼비우스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매달린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각 놀이학교에 공급될 출판물과 관련해 시공사와 직접 거래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뫼비우스가 받게 될 분원당 순수 로열티는 월 100만원 안팎이다. 로열티만 생각하면 크지 않은 액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열티보다는 교재 등에 지출되는 부가 수입,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만들 일종의 '비자금'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뫼비우스가 교육에 대한 올바른 철학이 있는지 전·현직 분원장은 궁금해 하는 눈치다. 이미 일부 가맹점주는 "재계약을 포기했다"라며 계약해지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한편 함씨와 뫼비우스는 모두 정확한 사업권 인수금액에 대해 언급을 꺼렸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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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