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나몰라’ 도로 물청소 왜?

작물 말라가는데 길거리에 ‘물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벼는 바짝 말라가고, 강도 바닥을 드러냈다. 농가의 한숨은 전 국민의 관심이 됐다. 물이 사용되는 곳마다 시민들의 시선이 꽂힌다. 물청소도 예외일 수 없다. 시민들은 의아했다. 왜 이런 시기에 물청소를 하는지.


일이 있어 지난달 서울에 올라온 농부 A(47)씨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새벽부터 물청소차가 나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가뭄으로 애를 먹고 있는 A씨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해도 곤란 
 
5월부터 시작된 가뭄은 여전히 해갈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26일 장마로 일부 지역은 해갈됐지만, 중북부 위쪽으로 장마전선이 확대되지 못하면서 전국적인 가뭄 해갈에는 실패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영서 등 중북부 지역은 이 기간 강수량이 20㎜ 안팎에 그쳤다. 강화군과 옹진군도 장마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강화군의 경우 누적 강우량이 158.1㎜을 기록해 예년 평균(375.6㎜)의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옹진군도 134.4㎜로 예년의 53% 수준이었다.
 
극심한 가뭄은 국민들에게 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청소차와 관련된 시민들의 관심이다. 서울의 한 동사무소 민원실을 담당하는 B(31) 공무원은 최근 가뭄 때문인지 물청소차와 관련된 민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물청소차로 사용한 물의 양은 83만7686톤 수준(시설관리공단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강남구가 6만5244톤을 사용해 가장 많은 용수를 썼다. 구로구가 6만2294톤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성동구(5만8839톤), 마포구(4만8337톤), 영등포구(4만6842톤)가 뒤따랐다.
 

다만, 단위 면적 1km당 물 사용량은 구로구가 3095톤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물청소차의 용수 사용량에 대한 자료는 서울시 측에서 공개를 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없었지만 자료를 요청한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울시 행정구 관계자는 4∼6월이 가장 용수를 많이 사용하는 시기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4∼6월은 농가에서 모내기를 하는 시기로 1년중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하다. 벼의 경우 수경작물이라 모내기를 하고 14일간의 물관리가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시기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모종이 성장을 하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모내기를 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우연히 마주한 물청소차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42년 만에 극심한 가뭄…농가 피해 확산
하필이면 농번기 때 물청소 가장 많이해
 
가뭄이 드는 해는 물 때문에 이웃 간의 다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전남 고흥군의 C(61)씨는 최근 이웃 D(55)씨와 크게 다퉜다. 이유는 물 때문이었다. 농사는 인근 배수로의 저수지 물을 이용해 짓는다. 하지만 가뭄이 들어 배수로의 물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배수로에서 물을 적게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배수로의 상류 쪽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자기 논에서 물길을 차단해 물을 대는 경우가 있어 농민들 간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C씨도 이같은 이유로 D씨와 다퉈야했다.
 
서울시도 가뭄시기 물청소차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클린도로운영팀은 “물청소차와 관련해 시민들의 항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서울의 행정구역마다 청소차량 운행과 관련한 지침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먼지를 빨아들이는 분진청소차를 늘리고 물청소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서울시가 방침을 정했다”며 “서울시에는 현재 30대 가량의 분진청소차가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번기인 4∼6월 물청소차 용수 사용이 많다는 지적과 관련 “1년 가운데 물청소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날이 4∼6월에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물청소차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는 운행을 많이 하지 않고, 물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물청소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 물 사용량이 적다.
 
특히, 가을보다 날이 더운 4∼6월에 물이 빠르게 마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수 사용이 많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농번기에 물청소차 운행이 늘고 있는 것이 신경이 쓰이지만 물청소를 하지 않아 도로가 지저분해지면 그에 따른 시민들의 민원이 급증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해도 곤란
 
물청소 차량에 들어가는 물은 상수도나 지하수를 사용한다. 이들 상수도 물은 한강에서 물을 수급한 물을 정화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물청소 차량의 운행을 줄인다면 이론적으로 가뭄해갈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의 한 전문가는 “농번기에 들어가는 물이 많아 청소차량의 물을 아낀다고 직접적으로 가뭄 해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의 작물들이 메말라 죽어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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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