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조롱한 기업들 어디?

돌아가신 대통령을 갖고 놀다니…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6년이 지났다. 노 대통령은 세상을 등진 뒤에도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선다. 때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의 치열했던 삶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끊임없이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들 대부분은 비하 논란이 일자 황급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던 노무현 조롱 기업들을 정리했다.
 
조롱광고에 
뿔난 네티즌
 
유명 프랜차이즈인 네네치킨은 지난 1일 네네치킨 본사 페이스북 페이지와 경기서부지사 페이지 등에 “닭다리로 싸우지 마세요. 닭다리는 사랑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이라는 내용과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노 대통령은 큰 닭다리를 품에 안고 있는 것처럼 합성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광고를 본 한 네티즌은 “해당 사진은 극우성향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희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사진”이라며 “이번 광고도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려는 목적 같다”고 말했다.
 

네네치킨은 해당 게시물을 게시 2시간여만에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회사측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이 노출됐다”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가족을 비롯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네네치킨은 한번 더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사고 전날 저녁 사태의 위중함을 파악한 경기서부지사장이 휴가로 부재 중인 페이스북 담당 직원과 연락을 취했으나 바로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사과가 늦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네네치킨에 따르면 사고를 일으킨 직원은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맞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네네치킨도 “경기서부지사 SNS는 원래 가맹점주들의 이야기와 네네치킨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이미지들을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올려왔는데 지난해 10월 입사한 직원(사원)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을 사용해 게시물을 게재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SNS 관리의 미비점을 파악했고 이후 철저한 경위파악과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처할 것으로 약속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과거 홈플러스도 노 대통령 비하와 관련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합성사진이 대구 칠곡점 홈플러스 매장 TV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TV에는 노 대통령 얼굴에 새부리 등을 합성한 사진이 게재됐다. 매장에서는 발견 직후 해당사진을 삭제했으나 이미 외부에 노출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사건의 주범은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일베 회원인 20대의 외주업체 계약직 직원이 고의적으로 사진을 올렸다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사과 과정에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일어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홈플러스는 임대매장인 이동통신사 직원이 인터넷을 하다 상품 설명 중 초등학생이 리모콘으로 장난 쳐 사진이 게재됐다고 해명을 했지만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칠곡점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날 홈플러스 경북 구미점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노트북에 노 대통령과 동물을 합성한 사진이 게재됐다 삭제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의 아니게 홈플러스 매장에서 그런 합성 사진이 발견 돼 고인인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장과 입점 업체 직원 교육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사고

기업은 사과
 
천안의 한 호두과자업체도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사건은 2013년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천안의 한 호두과자 업체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호두과자 포장박스에는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 ‘노알라’가 새겨졌다. ‘노알라’는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호두과자업체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포장지에도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등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들이 사용되면서 비난 여론이 가중됐다. 이 업체는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니고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파문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2014년 들어 호두과자 업체가 사과를 전면 취소하면서 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호두과자업체는 “사과는 사태수습용이었다”며 “내용을 읽어보면 사과보다 해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그(사과문)마저도 이 시간부로 전부 다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호두과자업체는 자신들을 비난하는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업체 대표 B씨는 “당시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그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심한 욕을 썼다. 그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나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동안에 따르면 지난달 1일까지 호두과자 제조업체로부터 고소당한 네티즌 164명 중 2명이 합의를 봤고 126명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호두과자업체가 무고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몇몇 네티즌들은 호두과자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네치킨, 닭다리 안은 희화 사진 파문
곧바로 사과했지만 이미 불매운동 확산
 
옥션에도 비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옥션의 노트북 판매자가 노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으로 노트북 광고를 해 물의를 빚은 것. 논란은 2013년 옥션의 노트북 판매 사업자가 일베에 ‘가격민주화’라는 제목의 노트북 광고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광고에는 노 대통령이 유채꽃밭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 사용됐는데, 해당사진은 ‘천국으로 간 노짱’이라는 제목으로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 조롱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곤 한다. 광고에 사용된 ‘민주화’라는 문구 역시 ‘비추천’ 또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광고가 나간 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광고주는 해명을 했지만 해명 과정에서 또 다시 노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를 사용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광고를 올린 사업자가 옥션 홈페이지 상품문의란에 올라온 고객의 항의글에 “가격을 내려서 저렴하게 국민들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취지이기에 서민 이미지 살리기 위해 ‘노 고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넣었다”면서 “가격민주화는 서민경제를 살리고 더불어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올렸다”고 해명했다.
 
사진으로 장난

일베가 문제?
 
그러나 네티즌들은 ‘노 고무현’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만큼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옥션 측은 해당 노트북 판매자에게 철퇴를 내렸다. 옥션이 물의를 빚은 옥션의 노트북 판매자에게 ‘부적합 문구’ 사유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판매업체의 판매 페이지에 옥션은 “상기 상품은 부적합 문구 사유로 인해 조기마감 됐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닌텐도도 노무현 비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게임을 살펴보면 2012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용으로 출시된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2’ 게임 내의 리버스마운틴 지역을 가면 ‘백팩커 노현’이라는 캐릭터와 ‘등산가 학사가’라는 동행인이 나온다.
 
게임 플레이어가 노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옆에 있던 동행인은 노현에게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당시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문구는 한 드링크제의 광고 문구이지만 일베에서는 노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을 빗대 조롱의 의미로 쓰인다. 노현이라는 캐릭터도 노무현과 발음이 비슷해 조롱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툭하면 한번씩 논란

조롱 대상으로 여겨
 
이 게임은 일본어 판을 번역해 한국판으로 출시했다. 일본어 판에는 ‘육근청정’(생명을 근원에서부터 깨끗하게 하는 모습을 뜻함)이라는 불교용어가 쓰이는데 ‘자연인’과는 큰 연관이 없다. 다만, ‘노무현’과 발음이 비슷한 노현이라는 캐릭터는 2002년부터 게임에 등장했다.
 
게임에 등장한 예는 또 있다. 해당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바운스볼’을 패러디한 ‘바운지볼’이다. 이 게임은 공을 튀기면서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공 대신 사용된다. ‘노무현 공’은 바닥에 통통 튀며 가시밭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이때 가시에 닿으면 캐릭터가 죽고, 공이 밑으로 떨어질 땐 “으아아아 운지”라는 소리를 낸다. ‘운지’라는 단어는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글로벌 기업 구글도 노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항의를 받았다. 2013년 안드로이드용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스카이 운지’라는 게임은 명칭부터 ‘운지’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앱 아이콘도 ‘노알라’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검은 양복을 입은 노알라 캐릭터가 화면 아래로 낙하하는데, 북한 미사일 등이 장애물로 등장하며, 게임 배경에는 부엉이 바위가 등장한다. 게임 제작자는 “귀여운 노알라 캐릭터로 몸에 해로운 계란과 부엉이를 피하는 게임입니다.
 
책임 미루기
진정성 논란
 
중력에 자유롭게 몸을 담아 시원하게 운지해보세요. 다함께 스카이 운지 즐겨보아요”라며 비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노무현재단 측은 구글에 항의를 했다. 정치권도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꼬는 '운지'라는 앱 이름 자체도 문제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이 유료로 팔리고 있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게임을 개발한 야필쏘굿(YaFeelSoGood)게임즈 개발자는 논란에 대해 “노알라 캐릭터, MC 무현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콘텐츠를 평소에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한 번 게임을 만들었다. 악의나 비난의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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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