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독과점 논란

특정재벌 밀어주고 또 밀어주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면세점시장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롯데와 호텔신라가 있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롯데는 단독으로,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고 참여했다. 현재 서울지역 면세점에서 롯데(60.5%)와 호텔신라(26.5%)의 점유율 합계는 87%에 달한다. 이미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면세사업권을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앞서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독과점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면세점 점유율 1, 2위인 롯데와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독과점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입찰 변수로 등장
 
그러나 공정위는 롯데와 호텔신라에 신규 면세점 허가를 주는 것은 경쟁 제한 소지가 없다는 뜻을 관세청에 전달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면세점 시장 현황을 검토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도 면세점 독과점을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정무위원회)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은 30.5%, 롯데는 50.8%로 총 81.30%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면세점 관련 공정위의 그간 업무들을 분석해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을 우려해서 부산지역의 롯데면세점이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인수를 불허한 선례가 있음을 찾아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면세점의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불허했다. 이 선례를 보면 현재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에 대해서도 ‘경쟁제한 우려’가 제기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9년 경쟁제한 우려 면세점 불허 선례
심상찮은 정치권 비판…공정위 실태조사
 
2009년 공정위는 부산지역 롯데면세점의 파라다이스면세점의 인수를 불허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공정위가 인수를 불허하며 사용했던 논리구조는 ▲지역단위의 독자적인 시장획정 ▲시장의 집중상황(점유율) ▲경쟁제한행위 가능성 ▲신규진입 가능성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민 의원은 2009년 공정위가 부산지역 면세점 인수를 불허했던 논리구조와 서울지역 면세점 특허를 연결시켰다. 우선 관련시장은 ‘부산·경남 지역 시장’으로 획정했다. 최근 면세점 특허 관련해서 본다면 ‘서울지역 면세점’을 ‘독자적인’ 시장으로 획정해야 한다.
 
경쟁제한성 요건은 ‘시장점유율’(시장의 집중상황)을 적극 고려했다. 기업결합이 독점상태를 강화시키고 경쟁제한이 우려되어 불허했다. 현재 서울지역 면세점에서 롯데(60.5%)와 호텔신라(26.5%)의 점유율 합계는 87%에 달한다. 롯데와 호텔신라의 추가 특허는 ‘경쟁제한행위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이들 두 개 업체는 이미 공정거래법 4조에 의해서 규정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
 
신규진입 가능성 분야는 2009년 공정위가 지적했듯이 ‘특허 요건이 엄격하여’ 신규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장이다. 그렇기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신규특허 허용은 ‘경쟁제한행위 가능성’을 고취시키는 행위이다. 

“없는 데 줘야”
 
민 의원이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공정위가 2009년 ‘면세점 인수 불허’를 했던 그때의 논리를 일관성 있게 따라야 한다는 것과 ‘공정거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쟁촉진위원회’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곳곳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공정위의 본질적인 임무는 ‘경쟁촉진’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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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