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소녀감성 가득한 나무조각가 송진화

"내 안에 있는 아이를 표현했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송진화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전시 제목은 '너에게로 가는 길(The Way to You)'이다. 그간 동양화를 그렸던 송 작가는 2006년부터 나무를 깎기 시작해 지금껏 작업을 잇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3년간 준비한 조각 작품 40여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송진화 작가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곧장 미술학원을 차렸다. 나이 마흔 되던 해부터는 작가의 길을 걸었다. 본인 스스로 '굴곡 있는 삶은 아니었다'라는 생각이다.

나무를 깎아서

그런데 송 작가의 작품에는 하나같이 '한(恨)'이 서려있다. 송 작가가 조각한 인체는 자신의 분신으로 불린다. 찢어진 눈매와 짧은 머리의 캐릭터가 중성적인 매력을 뽐낸다. 유쾌하면서도 외롭고 또 다른 관점에선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각각의 캐릭터는 다양한 표정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송 작가는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여자의 삶이라든지 한을 토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건 보통 명사의 '여자'가 아니다. 독립된 인격으로서의 '송진화'다.

송 작가는 아버지의 투병을 계기로 '너에게로 가는 길'을 기획했다고 한다. 생전 아버지와 스킨십 한번 해본 적 없던 그는 맞잡은 손에서 내면의 뜨거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잊고 지냈던 유년기의 기억이 돌아오자 송 작가의 손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그는 "마치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기분으로 (어린 시절을) 살았다"라고 회상했다.


송 작가는 자신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던 어머니의 손을 똑똑히 기억한다. 부잣집 딸로 태어난 어머니는 가난한 교사였던 아버지와 결혼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성격이 강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딸과 부딪혔다. 비록 지금은 누구보다 딸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할머니로 변했지만 말이다.

천성이 예민한 송 작가는 '남에게 폐 끼치면 안 된다'라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에게 "난 강해야한다"라며 주문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 온 그의 온몸엔 고통의 흔적이 역력했다. 살려는 몸부림, 그리움의 몸부림, 욕망의 몸부림이 계속됐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둔감하게 살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했던 송 작가다.

아트사이드서 '너에게로 가는 길' 개인전
폐목 소재 3년 준비 조각품 40여점 선보여

평범하게 자란 사람도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아픔이 있다. 심리학에선 이를 '내면의 아이'라고 부른다. 유년기에 받아야 할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던 경우 상처받은 '자아'는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있다. 잠재돼 있던 '내면의 아이'는 자녀를 기를 때쯤에야 의식의 영역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송 작가는 50대 중반이 돼서야 내면의 아이를 만났다. 송 작가는 "하나뿐인 딸이 (벌써) 서른 살"이라며 "(딸을 키울 적엔) 내가 미숙해서 스스로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나이 마흔 무렵 송 작가는 버려진 나무를 접했다. 폐목은 쓰임이 끝난 자신의 처지를 연상시켰다. 송 작가는 회화에서 조각으로 작업 방식을 바꾸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비극에 가까운 주제 의식에도 작품 곳곳엔 따스함이 묻어난다. 투박한 질감을 오래도록 응시하면 치유의 정서가 전달된다는 평가다.

'엄마의 청춘'이란 작품에는 온몸을 난도질당한 여자가 등장한다. 물에 빠진 여자는 구조를 요청하듯 양손을 뻗치고 있다. 바닥의 유리 조각을 밟고 거울 속의 피멍 든 자신을 바라보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란 작품도 있다. 비에 젖은 채 웃는 듯 울고 있거나('나는 우산이 없어요') 침울한 얼굴로 약병을 들고 있는 작품('최후의 만찬')도 눈에 띈다.

치유의 예술


무거운 작품 반대쪽에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이 배치됐다. '얘기해봐' '지구를 지켜라' '날 내버려 둬' '삐뚤어질테다' '주신 강림하사' 등의 작품은 기발한 제목과 아기자기한 묘사로 웃음을 선물한다. 소녀가 주먹 쥔 채 등 돌리고 있는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란 작품에 이르러선 소녀를 달래주고픈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우리 각자의 '내 안의 아이'는 지금 그곳에 홀로 서 있다. 전시가 끝나기 전 유년시절의 나를 만나 '수고했다'라며 꽉 안아주면 어떨까.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송진화 작가는?]

세종대 동양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여러 미술제에서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생활을 위해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생활인의 삶을 참을 수 없게 되자 2002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때 나이가 마흔이다. 이후 미술계가 주목하는 '청년작가' 대열에 합류했고, 크리스티 경매에 작품이 출품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