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문체부-대한체육회 갈등 내사 '왜?'

정부 숟가락 얹기 시작됐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검찰이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관련한 폭넓은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회장은 지난 4월까지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을 지냈다. 박 전 회장을 겨냥한 내사지만 그 이면에는 통합체육회 출범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체육계 인사를 손보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합의 과정에서 '실세 차관'으로 알려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한체육회 측에 서명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국민생활체육회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들은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간 통합을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총회에 앞서 열린 '체육단체 통합 설명회'에서는 '통합체육회'가 추진된 배경과 일정 등이 공유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김홍필 서기관을 보내 '체육단체 통합의 절차와 과제'에 대한 발제문을 낭독했다.

개정안 통과
논란은 여전

체육단체 개편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이 발의했다. 올 3월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달 27일 정부는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통령령을 공포했다. 법안에 따라 양 단체는 2016년 3월27일까지 통합을 완료해야 한다. 가칭 통합체육회 출범이 가시화된 것이다.

그간 박근혜정부는 의욕적으로 체육단체 통합을 추진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통합체육회 출범을 지지해왔다. 체육단체 이원화로 생긴 ▲전문체육의 저변 약화 ▲은퇴선수의 일자리 제공 한계 ▲생활체육 서비스 수준 미흡 등의 문제점에 서로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찬성하고 있는 통합체육회 추진에 우려하는 쪽은 대한체육회다. 원론적으로는 찬성이지만 각론에서 정부·국회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연간 2000억원이 넘는 국고를 지원받는 사실상의 이익단체다. 그 중심에는 KOC(대한올림픽위원회)가 있다. 대한체육회의 산하기구인 KOC는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선수들을 발굴·육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KOC의 존재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문제는 초기 개정안에서 KOC를 통합체육회로부터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됐다는 것이다. KOC가 없는 통합체육회는 비 올림픽 종목과 생활체육만 관장하는 까닭에 위상이 격하될 수밖에 없다. 통합대상인 대한체육회의 반발로 KOC 분리는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았다. 남은 쟁점은 크게 두 가지,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초대 통합체육회장의 선출 방안이다.

동상이몽
통합체육회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는 자체 뉴스레터를 통해 체육단체 통합과 관련한 첫 번째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주요 경과를 살피면 대한체육회가 주장하고 있는 '체육계 자율성 보장'이 곳곳에 적시돼 있다.

먼저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 쪽으로 건의서 전달 및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양 단체가 통합되는 과정에 당사자끼리 협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율성'은 정부와 국회가 개입을 자제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21일 '수용 불가' 입장을 대한체육회에 통보했다. 장관 면담 요청에 대해선 회신하지 않았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수차례에 걸쳐 통합준비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세부 훈령에 따르면 통합준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천하는 3인, 대한체육회가 추천하는 2인, 국민생활체육회가 추천하는 2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추천하는 2인 등 모두 11명을 위원으로 두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이기흥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대한체육회가 7인, 국민생활체육회가 7인, 문화체육관광부가 1인을 추천해 통합준비위원회을 꾸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체육회 내부 회의에서도 "체육단체 통합에 왜 정치인과 장관이 끼어드느냐"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그는 "(정부 안대로 되면) 내년 2월 선출되는 통합체육회장도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박용성 수사 중 돌연 대한체육회 내사
대한체육회·정부 주도 체육단체 통합에 반발


실제로 체육계에선 대한체육회를 이끄는 김정행 회장이 정권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회장이 밀려난다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IOC는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에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이를 어기고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서기관은 지난 4일 통화에서 "김정행 회장이 정부는 물론 국회와도 합의한 부분인데 이제 와서 법안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대한체육회의 '7+7안'은 중간 조정자가 없어 의견절충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 달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6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당시 국민생활체육회장), 김 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비밀 회동을 갖고, '체육단체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안 의원도 함께했다. 주요 합의 내용에는 ▲2017년 2월까지 양 단체를 통합하고 ▲국민생활체육회를 법정법인화하며 ▲KOC 분리 문제를 19대 국회에서 차후 논의하기로 한 조항이 담겼다.

네 사람의 합의 직후 체육인 출신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체육계가 자율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데 정치인과 해당 부처가 깊숙이 관여한 꼴"이라며 "이 합의문을 IOC로 보내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의 동의 없이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세 차관'
서명 압박?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합의문에 날인했다. 이를 두고 한 체육계 관계자는 "김 차관이 서명 당일 김 회장을 불러 ‘내가 책임질 테니 사인하세요’라고 했다”라며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지 않냐. 2017년까지 있을지도 모르는데…’라고 했다는 소문이 체육계에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체육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셈이 된다.

그렇지만 관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우리가) 압력을 넣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라며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협상에 참여한 안 의원 측 역시 "(압력이건 아니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설사 강요했다고 하더라도 체육단체의 수장으로서 그때 거부했어야 맞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 역시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법안 통과 이전에 했어야 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차관이 한 '발언'의 진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나도 그 말을 들었다"라고 했고, 반대편에선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소문이 나온 배경은 한 갈래로 모였다. 바로 '실세 차관' 의혹이다.

지난해 12월 안 의원은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김 차관의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안 의원은 "우상일 체육국장이 임명되는 과정에 김 차관이 개입했다"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김 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김 차관은 국민생활체육회 사무총장을 추천하는 등 일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차관이 초대 통합체육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소극적인 행보로 의심을 사고 있다. 대한체육회 회장이면서도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럴 만한 사정도 있다. 김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전해진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나란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 2차관 합의 압박설 “근거 없는 유언비어”
'정치권 개입' vs '밥그릇 챙기기' 논란 계속


김 회장은 2013년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박 전 수석을 통해 박 전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전 회장은 투표권이 있는 선수위원장에 김 회장 쪽 인사를 임명해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됐다. 현 대한체육회가 사실상 '박용성사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 역시 박용성사단의 일원으로 '제30회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대표선수단' 단장을 역임했다.

논란이 지펴지자 김 회장은 수술을 핑계로 국회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지난 4월 김 회장은 체육단체 통합 문제와 관련해 이 의원 측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이 4월8일이다. 입원 직후 김 회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다.

그런데 김 회장의 올 4월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인하면 수상한 구석이 눈에 띈다. 김 회장은 같은 달 15일 '언론사 업무협의'란 명목의 식대를 지출한 것으로 돼 있다. 수술 중이라던 김 회장이 누군가와 대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김정행 회장이 수술을 받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업무추진비 지출은 우리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언급을 꺼렸다.

지난 5월20일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고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IOC 위원)을 선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또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전국체육대회 위원(행사추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조 전 차관은 대한체육회 내부의 통합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입김'에 맞서 체육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9일 대한체육회는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있다. 총회에서 대의원들은 '7+7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대의원들이 정부 안(3+2+2+2)을 거부하기로 결의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정권 차원의 사정작업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와 관련한 검찰의 내사가 끝났다"라며 "수사 착수시기를 저울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검찰의 칼날은 박용성사단으로 분류된 김 회장과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행은 뒷짐
이기흥 전면에

앞서 검찰은 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을 앞두고 대한체육회 선거 과정을 포함해 국가대표 선발 비리, 협찬계약 특혜 의혹 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박 전 회장은 명예회장일 뿐이고, 현 회장과 관련한 검찰의 자료협조 요구는 없었다"라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감사원에서 16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에 대한 시정권고를 받았다. 지난달 중순에는 대한수영연맹 이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가대표 코치와 학부모들로부터 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대한체육회가 자체 추진하고 있는 통합준비위원회(정부 주도 위원회와는 별개)의 업무를 총괄·지휘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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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