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빠른 간편대출'의 함정

곧이곧대로 광고만 믿었다간 ‘낭패’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최근 무차별적으로 TV 대출 광고가 나오고 있다. 하루 평균 케이블TV를 통해 나오는 대출광고는 1000건이 넘는 수준. ‘대출광고 홍수’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이들 대출 광고는 대부분 쉽고 빠른 대출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쉽고 빠른 대출의 진실을 <일요시사>에서 조명했다.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으면 수많은 대출 광고가 나온다. 밝고 경쾌한 배경음악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델들은 돈을 빌리라고 예비 대출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나 단박에 대출해준다는 등의 문구는 제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금융소비자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대출?
현실은 팍팍!
 
TV광고에서 말하는 ‘쉽고 빠른 대출(이하 간편대출)’은 통상적으로 무방문, 무서류, 무담보 신용대출 등을 의미한다.
 
과연 이들 광고처럼 쉽고 빠른 대출(이하 간편대출)이 가능할까. 업계에서는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서 최근 간편 대출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신용평가 회사인 나이스(NICE)신용평가가 대부업체 90여 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률은 23.9%였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찾은 10명 중 8명은 퇴짜를 맞은 셈이다.
 
대부업체들은 20% 가량의 승인률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자들 대부분의 신용등급은 7.8등급이다. 이들 대출자의 상환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출 승인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도 “저축은행의 간편 대출에 대한 승인률은 공개할 수 없지만 최근 강화된 대출 심사로 인해 대부업 대출 승인률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신용이 낮은 대출 희망자가 간편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생각보다 대출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 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이자율을 낮추라는 압박을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 하고 있다”며 “간편대출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가 까다롭게 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차별적 케이블TV 광고…하루 평균 1000건
대부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강조
 
실제 취재를 진행해 본 결과 저축은행의 경우는 신용등급이 낮다면 실제 대출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또, 개인 정보 도용에 대한 대비도 최대 5개의 절차를 거치면서 비대면 대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대부업체였다. 대출 과정에서 대부업체들의 상당수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우선 대부업체들 대부분은 간편대출을 TV광고 등을 통해 홍보하지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상품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자세한 상품 정보 및 대출자격을 알아보려면 전화 상담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대출상담 과정에서 ‘신용정보를 확인하는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해 금융상에 불이익이 생긴다’는 정보를 알려주는 상담원은 없었다. 금융 지식이 없는 일반 금융소비자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금융상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의 대출 기준이 매우 낮은 점도 문제였다. 아르바이트를 할수 없는 처지인 대학생 A(26)씨가 B대부업체에 대출 상담을 받자 대부업체로부터 방문 없이 신분증, 통장 사본 등 몇 가지의 서류로 최대 5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자는 34.8%로 법정 최고금리(34.9%)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었다. 대출 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대출에 큰 무리가 없었던 것이었다.
 
돌려막기 유혹
지급불능 원인
 
어떤 곳은 대출 자격이 안 되는 대출 희망자를 자격이 되도록 꾸미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500만원 가량의 빚이 있는 35세의 무직 남성 C씨가 500만원의 대출을 위해 D대부업체의 대출상담을 받자 상담원은 대출이 힘들 것 같지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꾸미면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 사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해당 남성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4대 보험이나 월급 지급 내역이 없어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B대부업체와 D대부업체 모두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출을 해주는 업체였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대부업체는 이와 관련 “일부 대부업체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최근 낮아진 금리 탓에 수익이 악화되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중소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무리한 돈 꿔주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허술한 대출 심사는 종종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에는 재직증명서 위조로 사기 대출을 해 3억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사기·사문서위조 등)로 조직폭력배 양모(33)씨와 모집책 안모(39)씨가 구속되고 범행을 공모한 2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대부중개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신용불량자 대출 가능’이라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염모(28)씨 등을 마치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가짜 재직증명서 등을 만들어 14회에 걸쳐 제3금융권에서 1억여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김포에서는 훔친 신분증 14장을 이용해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은행계좌를 개설해 대부업체에서 4000여만원을 대출받은 혐의(사기및장물취득)로 이모(21)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사건도 있었다.
 
대부업의 손쉬운 간편대출은 이른바 ‘돌려막기’용 대출로 이어져 고금리의 늪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80개 대형 대부업체의 지난해 상반기 신규 대출액 1조9640억원 중 1396억원이 ‘타 대출 상환’ 목적의 자금이었다. 전체 대부업 신규대출의 7.1%가 이른바 ‘돌려막기’ 목적으로 대출받은 돈이라는 의미다.
 
무차별 TV광고

칼 빼든 국회
 
국회는 대부업 TV광고의 간편광고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이 돈을 빌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것을 우려해 대출 광고에 대한 제재에 관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대부업은 TV광고를 못하게 된다. 현재는 방영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어 하루종일 대출광고가 전파를 탈 수 있다.
 
 
대부협회가 대부업체 이용자 32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TV광고를 보고 대부업체를 안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7%와 6%의 대부업체 이용자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알게 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승인률 24%’ 10명 중 8명 퇴짜
허술한 심사 도마…범죄 악용도
 
특히, 어린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광고가 노출돼 우려를 자아냈다. 금융정의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의 대부분(94.7%)이 대출광고에 노출됐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2%는 매일 TV광고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투니버스, JEI 재능 TV 등 어린이가 주로 시청하는 방송에도 TV대출 광고가 나오면서 이를 지적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렇게 하루에 나오는 TV대출광고는 1000건이 넘는다.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로부터 받은 ‘주요 방송사업자의 대부업 광고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된 대부업 광고는 모두 75만7812건으로, 하루 평균 1188건의 광고를 내보냈다.
 
대부업계는 TV광고를 제재하는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대부금융협회는 “국내 대형 로펌 3개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헌법상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 대부업자의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해 위헌적 소지가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재 너무해
위헌 소지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출상품 광고를 주류, 담배, 도박업 광고 등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려는 입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대부업자 방송광고의 시간대 제한에 대한 위성 여부에 대한 세부 검토를 실시할 계획이며 필요한 경우 회원사와 협의해 위헌 법률 심사 청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onky@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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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