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쟁탈전> 유통공룡 칠국지 '필살기 열전'

‘황금거위 잡아라!’굴지 재벌들 불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기업 몫 면세점 2곳을 차지하기 위해 재벌가 7곳이 뛰어들었다. 각 기업은 저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그룹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면세점사업은 흔히 ‘황금알 낳는 거위’로 비유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시내 면세점이 경기 침체에도 수익을 내는 마지막 노다지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입찰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1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이 마감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 몫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카드는 총 2장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대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이다. 이들 중 2곳만이 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7곳 뛰어들어
2곳만 사업권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 모두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시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사업수완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잣대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들이 이를 악물고 사업권 쟁탈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HDC신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손을 맞잡았다. 삼성과 현대의 2·3세가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둘의 연대는 지난 3월 초 시작돼 직접 대면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 합작사 설립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아이파크몰 부지를 가진 현대산업개발과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있는 호텔신라가 모두 이기는 게임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들은 지난달 25일 시내 면세점 사업 예정지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의 출범식을 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이 각각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했다.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이며 사업 1차 년도에 총 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동대표에는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HDC신라면세점은 6만5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DF랜드’를 조성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점형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중 아이파크몰 4개 층에 2만7400㎡에 400여개의 브랜드가 들어서고 나머지 3만7600㎡에는 한류 공연장, 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대형 관광식당과 한류전시관 등도 문을 연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용산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명동, 종로, 신촌, 강남을 모두 아우르는 서울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입지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HDC신라면세점은 KTX, 1호선, 경춘선 등이 연결되는 역사 내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중국 최대 여행사와 협조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등과 합작해 ‘현대DF’를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선택한 후보지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면적은 7만2439.45m2에 달한다. 지하 4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코엑스 단지와 연결돼 있어 관광 인프라가 뛰어나다. 도심공항터미널과도 연결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외에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KTX), 위례∼신사선 건설이 예정돼 있어 교통망의 허브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에는 파크하야트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신축 중이며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한류 문화 콘텐츠 전문공간 SM타운 등도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무역센터점이 ‘쇼핑-숙박-출국’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외국인 관광객만 연간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DF의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주주 간 약정을 통해 향후 자본금 규모를 1500억원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면세점 투자비용 전액을 100% 현대백화점그룹의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등 무차입 경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DF합작법인의 지분은 현대백화점 50%,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를 각각 보유하게 되고, 나머지 지분 13%는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현대아산,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듀코가 나눠 갖게 된다.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동대문 패션 중심지인 ‘롯데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확정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피트인은 지하 3층~지상 8층 총 11개 층으로 총면적 1만9286㎡ 규모에 약 19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롯데면세점은 중소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복합 면세타운 형태의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5개 층에 패션, 시계 액세서리를 맡고 중원면세점이 2개 층에 술, 담배, 잡화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동대문 상권을 살리고 관광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피트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2·4·5호선)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편리하다. 역사 지하에서 바로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바로 건너편에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복합쇼핑몰들이 들어서 있어 관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경기악화에도 꾸준히 수익내는 노다지
대진표 확정…7강 구도 ‘누가 먹을까’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예로 피트인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매월 첫째주를 ‘차이나 위크’로 정하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명동 본점 명품관’을 면세점 부지로 낙점했다. 신세계 명동 본점의 면적은 1만8180㎡로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다. 명동 본점은 과거 ‘미쓰코시 경성점’이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다. 명동 본점에는 명품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근대건축의 모습을 재현한 중앙계단, 앤틱 스타일 엘리베이터 등도 볼거리다. 뿐만 아니라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신세계 명동 본점 옆에는 SC은행이 있는데 이 은행 건물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근대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신세계 그룹 축은 SC은행 건물에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세계 본점 명품관 맞은편에는 화폐박물관도 볼거리다. 신세계그룹 측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명동과 면세점, 남대문시장, 남산을 도보로 돌아보는 ‘관광 둘레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신세계 명동 본점이 위치한 곳은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라고 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인근 명동성당 바로 앞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서울로얄호텔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숙박문제가 해결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600만주를 매각해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해 63빌딩을 쇼핑·관광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63빌딩에는 아쿠아리움, 아트갤러리, 쇼핑·식음료 시설이 있고 인근에는 한강공원, 선유도공원 등이 있다. 63빌딩 내 면세점 규모는 9900㎡ 정도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및 식음시설 2만6400㎡ 내외의 면적을 연계해 63빌딩을 컬처 쇼핑 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기존 아쿠아리움을 새단장하고 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저마다 승부수 띄우고 우위 점쳐
선정되면 막대한 이익 창출 기대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내 면세점 유치 시 국회의사당, 한강유람선 여의도 선착장,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여의도 관광 벨트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3빌딩에 들어설 면세점의 콘셉트는 ‘럭셔리로의 출발 시간’이다. 한화갤러리아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겠다는 것이다. 또한 면세점 특화존을 설정해 신진 디자이너 및 사회적기업 제품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SK]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동대문이 한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케레스타는 현대백화점의 도심형 아울렛과 워커힐 면세점이 함께 구성되는 형태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레스타의 1층부터 9층까지는 현대 아울렛이 계약했으며 나머지 1만5180㎡ 10층부터 14층까지는 SK네트웍스가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점찍어 놨다.
 
SK네트웍스가 선정한 동대문 케레스타는 인근 동대문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또한 2km 반경 내 신규로 공급될 예정인 호텔 객실 수는 2500여개로 기존 2500개와 합하면 총 5000여개 규모로 기존 면세점 주변 객실 수를 압도한다.
 

입지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모델 등 구체적인 전략수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SK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이국인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랜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면세점 후보지로 홍대 상권을 선택했다. GS건설과 함께 특1급 호텔로 개발계획 중이었던 홍대입구에 위치한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서교자이갤러리의 장부가는 740억원이다. 면적은 6735㎡인 이곳에 연면적 1만4743㎡으로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주로 그룹 계열 건물에 면세점 후보지를 정한 반면 이랜드그룹은 과감하게 자사건물이 없는 홍대 지역을 택했다. 다른 기업과 후보지가 겹치지 않아 사업자 선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 셈이다.
 
홍대지역은 최고의 관광지로 이미 급부상했으며 이대-신촌-홍대와 한강은 물론 K-컬처 허브인 상암동까지 바로 연결돼 있어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대 면세 기업 듀프리와 중국 최대 여행사 완다그룹 여행사와 손을 잡은 것도 파격적이다. 듀프리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점하고 2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스위스 면세기업이다. 듀프리는 이랜드그룹에 면세 사업 운영 노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완다그룹 계열사인 완다그룹 여행사는 중국 전역에 11개 여행사를 인수합병(M&A)했고 추가 9개 M&A를 통해 총 20개 여행사를 합병 운영하는 중국 최대 여행사다. 이랜드그룹은 완다그룹 여행사와 함께 기존 저가 쇼핑 관광으로 중국 내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꿔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다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6가지 심사 평가
결과 7월중 발표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6가지 심사 평가표를 마련했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과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결과는 7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류 심사만으로 업체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누가 선택 되든 특혜 의혹이 일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재벌가가 2개의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재벌가 몰아주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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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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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