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쟁탈전> 유통공룡 칠국지 '필살기 열전'

‘황금거위 잡아라!’굴지 재벌들 불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기업 몫 면세점 2곳을 차지하기 위해 재벌가 7곳이 뛰어들었다. 각 기업은 저마다 승부수를 띄우며 그룹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면세점사업은 흔히 ‘황금알 낳는 거위’로 비유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시내 면세점이 경기 침체에도 수익을 내는 마지막 노다지라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입찰 대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1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이 마감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 몫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카드는 총 2장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대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신세계그룹,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그룹 등 총 7곳이다. 이들 중 2곳만이 사업권을 획득하게 된다.

7곳 뛰어들어
2곳만 사업권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 모두 면세점 사업권 획득 시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룹 경영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사업수완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잣대로 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들이 이를 악물고 사업권 쟁탈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HDC신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손을 맞잡았다. 삼성과 현대의 2·3세가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둘의 연대는 지난 3월 초 시작돼 직접 대면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 합작사 설립에 전격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 아이파크몰 부지를 가진 현대산업개발과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있는 호텔신라가 모두 이기는 게임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경영진들은 지난달 25일 시내 면세점 사업 예정지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의 출범식을 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 현대아이파크몰이 각각 25%, 호텔신라가 50%의 지분을 출자했다.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이며 사업 1차 년도에 총 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공동대표에는 양창훈 현대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선임됐다. HDC신라면세점은 6만5000㎡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DF랜드’를 조성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점형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중 아이파크몰 4개 층에 2만7400㎡에 400여개의 브랜드가 들어서고 나머지 3만7600㎡에는 한류 공연장, 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와 주차장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대형 관광식당과 한류전시관 등도 문을 연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용산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명동, 종로, 신촌, 강남을 모두 아우르는 서울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입지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들어설 HDC신라면세점은 KTX, 1호선, 경춘선 등이 연결되는 역사 내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이점을 이용해 중국 최대 여행사와 협조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중소·중견기업 등과 합작해 ‘현대DF’를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선택한 후보지는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면적은 7만2439.45m2에 달한다. 지하 4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코엑스 단지와 연결돼 있어 관광 인프라가 뛰어나다. 도심공항터미널과도 연결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외에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KTX), 위례∼신사선 건설이 예정돼 있어 교통망의 허브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에는 파크하야트호텔,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신축 중이며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한류 문화 콘텐츠 전문공간 SM타운 등도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무역센터점이 ‘쇼핑-숙박-출국’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외국인 관광객만 연간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DF의 초기 자본금은 100억원이다. 주주 간 약정을 통해 향후 자본금 규모를 1500억원대로 늘릴 예정이다. 또 면세점 투자비용 전액을 100% 현대백화점그룹의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등 무차입 경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DF합작법인의 지분은 현대백화점 50%,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를 각각 보유하게 되고, 나머지 지분 13%는 엔타스듀티프리, 서한사, 현대아산, 제이엔지코리아, 에스제이듀코가 나눠 갖게 된다.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동대문 패션 중심지인 ‘롯데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확정했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피트인은 지하 3층~지상 8층 총 11개 층으로 총면적 1만9286㎡ 규모에 약 19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롯데면세점은 중소면세사업자인 중원면세점과 복합 면세타운 형태의 면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5개 층에 패션, 시계 액세서리를 맡고 중원면세점이 2개 층에 술, 담배, 잡화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동대문 상권을 살리고 관광활성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피트인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2·4·5호선)에 위치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데 편리하다. 역사 지하에서 바로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바로 건너편에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복합쇼핑몰들이 들어서 있어 관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경기악화에도 꾸준히 수익내는 노다지
대진표 확정…7강 구도 ‘누가 먹을까’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특히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예로 피트인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매월 첫째주를 ‘차이나 위크’로 정하고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국내 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명동 본점 명품관’을 면세점 부지로 낙점했다. 신세계 명동 본점의 면적은 1만8180㎡로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다. 명동 본점은 과거 ‘미쓰코시 경성점’이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곳이다. 명동 본점에는 명품브랜드들이 즐비하다. 근대건축의 모습을 재현한 중앙계단, 앤틱 스타일 엘리베이터 등도 볼거리다. 뿐만 아니라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신세계 명동 본점 옆에는 SC은행이 있는데 이 은행 건물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근대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신세계 그룹 축은 SC은행 건물에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세계 본점 명품관 맞은편에는 화폐박물관도 볼거리다. 신세계그룹 측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명동과 면세점, 남대문시장, 남산을 도보로 돌아보는 ‘관광 둘레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신세계 명동 본점이 위치한 곳은 ‘외국인 반 내국인 반’이라고 할 정도로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인근 명동성당 바로 앞에는 게스트하우스와 서울로얄호텔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숙박문제가 해결된다. 신세계그룹 측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600만주를 매각해 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낙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해 63빌딩을 쇼핑·관광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63빌딩에는 아쿠아리움, 아트갤러리, 쇼핑·식음료 시설이 있고 인근에는 한강공원, 선유도공원 등이 있다. 63빌딩 내 면세점 규모는 9900㎡ 정도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및 식음시설 2만6400㎡ 내외의 면적을 연계해 63빌딩을 컬처 쇼핑 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기존 아쿠아리움을 새단장하고 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저마다 승부수 띄우고 우위 점쳐
선정되면 막대한 이익 창출 기대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내 면세점 유치 시 국회의사당, 한강유람선 여의도 선착장, 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여의도 관광 벨트로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3빌딩에 들어설 면세점의 콘셉트는 ‘럭셔리로의 출발 시간’이다. 한화갤러리아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담겠다는 것이다. 또한 면세점 특화존을 설정해 신진 디자이너 및 사회적기업 제품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SK]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동대문이 한국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했다. 케레스타는 현대백화점의 도심형 아울렛과 워커힐 면세점이 함께 구성되는 형태로 재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레스타의 1층부터 9층까지는 현대 아울렛이 계약했으며 나머지 1만5180㎡ 10층부터 14층까지는 SK네트웍스가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점찍어 놨다.
 
SK네트웍스가 선정한 동대문 케레스타는 인근 동대문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도보로 불과 5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하다. 또한 2km 반경 내 신규로 공급될 예정인 호텔 객실 수는 2500여개로 기존 2500개와 합하면 총 5000여개 규모로 기존 면세점 주변 객실 수를 압도한다.
 

입지 선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모델 등 구체적인 전략수립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및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SK가 보유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이국인 관광객들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랜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면세점 후보지로 홍대 상권을 선택했다. GS건설과 함께 특1급 호텔로 개발계획 중이었던 홍대입구에 위치한 서교자이갤러리 부지로 최종 확정했다. 서교자이갤러리의 장부가는 740억원이다. 면적은 6735㎡인 이곳에 연면적 1만4743㎡으로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전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주로 그룹 계열 건물에 면세점 후보지를 정한 반면 이랜드그룹은 과감하게 자사건물이 없는 홍대 지역을 택했다. 다른 기업과 후보지가 겹치지 않아 사업자 선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 셈이다.
 
홍대지역은 최고의 관광지로 이미 급부상했으며 이대-신촌-홍대와 한강은 물론 K-컬처 허브인 상암동까지 바로 연결돼 있어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최대 면세 기업 듀프리와 중국 최대 여행사 완다그룹 여행사와 손을 잡은 것도 파격적이다. 듀프리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점하고 2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스위스 면세기업이다. 듀프리는 이랜드그룹에 면세 사업 운영 노하우를 지원할 계획이다.
 
완다그룹 계열사인 완다그룹 여행사는 중국 전역에 11개 여행사를 인수합병(M&A)했고 추가 9개 M&A를 통해 총 20개 여행사를 합병 운영하는 중국 최대 여행사다. 이랜드그룹은 완다그룹 여행사와 함께 기존 저가 쇼핑 관광으로 중국 내 한국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꿔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다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6가지 심사 평가
결과 7월중 발표
 
관세청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6가지 심사 평가표를 마련했다.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과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이다. 결과는 7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류 심사만으로 업체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누가 선택 되든 특혜 의혹이 일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재벌가가 2개의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재벌가 몰아주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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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